계량기 뒤의 전력시장 ‘가상발전소’

에너지 프로슈머 모아 전력시장 효율화한 지능형 발전소 조강희 기자l승인2017.06.19l수정2017.06.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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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가상현실’은 이제 흔한 말이 됐지만, ‘가상발전소’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빅테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전력 산업이 융합돼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차츰 강조되면서 등장한 개념인 ‘가상발전소’가 각광을 받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이용…가정용 태양광 등 분산전원 하나로 통합
개인도 전력 공급자로…기존 전력 사업자는 수급관리자 역할 커져 
미국·유럽, 수요관리·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목적 따라 실용화 점검

개별 가정이 하나의 발전사업자 역할 

가상발전소는 다양한 분산전원을 소프트웨어로 모아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전하고 제어하는 체계다. 가정에 설치한 5∼6㎾ 규모의 지붕형 태양광 등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통합해 전기사업자의 계통운영시스템과 연계한다.

센서를 활용한 원격 조정기능까지 더하면 소비자의 전기요금 절감과 전기사업자의 피크시간대 도매전력 구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더불어 배전망에 투자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원격으로 전기소비의 정도가 파악되기 때문에 적게 쓰는 곳에 일부러 많은 돈을 들여가며 배전망을 깔 필요가 없다. 동시에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할 다른 수단을 찾을 수 있다. 

개별 가정은 전력의 소비처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발전소 기능을 함께 보유하게 된다. 에너지 프로슈머 시대의 대표적인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 가정은 배전 계통에서는 최후의 단계다.

개별 가정을 대표하는 동시에 배전 계통의 가장 말단이 바로 계량기다. 그래서 가상발전소는 ‘계량기 뒤에 숨어 있는 시장(Behind the Meter)’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능형 원격검침, 분산전원 에너지저장,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신기술을 통해 배전 단계 아래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의미다.

운영자는 발전사업자나 부하관리사업자 같은 지위를 보유하게 된다. 완전히 독립된 소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는 가상발전소의 하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도 실험 단계…미국·유럽선 실용화 점검 
 
선진국에서도 가상발전소 개념은 아직 완전히 확립돼 있지는 않다. 구성 요소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개별 나라와 지역의 여건에 따라서 목적이 다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실용화에는 확실히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그에 비하면 아시아 시장은 선진적인 국가라고 하는 일본에서조차 이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와도 관련 기술 격차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이 연구가 비교적 활발한 곳인데, 이곳에서는 그나마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타당성과 사업성을 검토하는 수준에까지 올라 있다. 그러나 두 지역의 가상발전소 운용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수요반응자원을 통합해 발전기의 특성을 모방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효율화와 수요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모델인 셈이다. 피크부하가 걸릴 경우 계통을 직접 보조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통신망을 활용해 수요반응자원을 원격제어하고 부하를 관리하는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에너낙이나 컴버즈, 선버즈 같은 회사다. 포틀랜드 제너럴일렉트릭이라는 회사는 소비자가 보유한 수십 개의 비상 발전기를 통합해 ㎿급 가상발전소로 구성해 운영한다.

연료전지, 폐수처리장 내 마이크로 터빈, 태양광, 가스터빈 등 다양한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선버즈는 다수의 지붕형 태양광과 ESS가 결합된 분산자원을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클라우드에 통합해 전기사업자의 배전망에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의 전기요금과 전기사업자의 전력구입, 계통보강 비용을 절감한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경우 가상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과 화석연료 의존도 완화를 위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되면서 배전망의 안정도와 전력품질이 위협받을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전력시장 참여를 유도해 전반적인 계통운영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산형 자원을 통합운영하는 기술 플랫폼이다.

수요 부분에서 각종 전자기기에 센서가 탑재돼 전력수요가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분산된 재생에너지 시설이나 축전지가 IT기술로 통합돼 하나의 발전소처럼 수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독일과 덴마크가 관련 기술을 주도하고 있고, 실증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IT기술은 다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현황과 패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효율을 도출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 노르웨이에서는 스타크크라프트, 덴마크에서는 동에너지 등이 수많은 분산 발전 사업자를 가상공간에서 하나의 발전소로 통합하고 있다. 넥스트 크라프트베르케는 2000㎿ 이상의 발전사업자를 통합하고 있다. 
소규모 발전소와 전력거래 시장을 중개하는 기능을 하면서 수수료도 받고, 발전소의 예비 발전능력을 거래하는 사업모델로도 성장하고 있다. 

전력 흐름, 공급자-수요자 간 쌍방향으로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요인과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이 분산발전을 하는 다수의 공급자와 연결되고, 공급자에서 수요자로의 일방적 전력 흐름에서 쌍방향으로 유연하게 변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전력망의 스마트 그리드 진화로 전력시장에서는 경쟁 구도 변화와 신사업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전력 사업의 무게중심은 기간전력망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전력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라며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전력사업에 참여하고, 기존의 전력 사업자는 전력 공급자의 역할보다 전력수급 관리자의 역할이 커진다”고 예측했다. 

>>국내기업 진출 현황은

▲ 조환익 사장(오른쪽서 세 번째)이 가상발전소 협약 체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전, 미국 가상발전소 플랫폼 사업 진출 ‘도전’

우리나라도 최근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전(사장 조환익)은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배터리 제작사인 코캄, 가상발전소 플랫폼 사업자인 선버즈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한 가상발전소 사업 공동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조환익 사장, 케네스 먼슨 선버즈 사장, 홍인관 코캄 총괄이사 등이 협약서에 서명했다. 사업자들은 5000만 달러 규모의 1차 개발사업의 협력 대상인 LA시 수전력청과 영국 내셔널그리드가 참석해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코캄은 1989년 설립된 리튬-폴리머 배터리 제작회사로 한전 주파수 조정용 에너지저장장치를 공급했다. 현재는 논공변전소 36㎿, 서안성 16㎿, 신충주 24㎿ 등에 납품했다. 에너지저장장치 업계 글로벌 4위로 삼성SDI, LG화학, 중국 BYD를 바짝 뒤쫓고 있다.

선버즈는 2009년 설립된 회사로 다수의 분산전원장치를 통합, 감시, 운영하는 분산전원 관리 플랫폼을 제공한다. 프랑스 토탈, 독일 지멘스,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쓰이 등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내셔널그리드는 영국 및 미국 북동부지역 전기 및 가스 공급 유틸리티 업체로 2016년 포브스 선정 세계 유틸리티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발주처인 로스앤젤레스 시티 수전력청은 시와 인근 지역의 용수와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 직속의 공공기관이다. 1차 사업에서 관내에 있는 공공건물, 소방서, 경찰서 등에 지붕형 태양광과 ESS를 설치해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 대비 비상전원 공급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해당 설비가 가상발전소의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다. 미국의 ESS 시장은 2015년 기준 2억 8000만 달러에서 2016년 4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경에는 28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환익 사장은 “앞으로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국내 기업들과 협력하여 동반성장과 수출증대에도 기여하겠다”며 “국내 기업이 제작한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해 가상발전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낙코리아, 국내 최적화 ‘E-스마트 플랫폼’ 선봬

미국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너낙(대표 김형민)은 국내에도 2014년부터 에너낙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 사용자가 전기를 아낀 만큼 정부로부터 금전으로 보상받는 수요반응제도를 가상발전소 시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들어왔다.

에너낙은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을 확보한 세계 최대의 수요반응 관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미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50억 달러 규모의 전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1900만 톤의 이산화탄소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국의 전력 인프라 환경에 최적화된 수요반응 모니터링 플랫폼인 ‘E-스마트 플랫폼’을 선보였다. 

E-스마트는 5분 단위 계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 사용량 모니터링 및 감축 지시 기능을 제공하던 기존의 ‘디맨드 스마트’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관제용 데이터(5분 단위)와 정산용 데이터(15분 단위)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실시간 전력사용 현황 확인 및 모니터링을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다. 

실시간 전력사용 데이터와 전력 감축 이력, 월별 정산금 확인 기능이 개선됐고 감축 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언제든 쉽게 접속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경제성 수요반응제도 참여 편의성도 대폭 개선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반응제도를 민간기업과 관련 단체 등으로 확산하고, 서울시 수요반응 사업자로도 선정되는 등 다양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에너낙코리아는 서울시에서 연중 계통전력 사용량 가운데 일정 부분을 감축 대기 및 실제 감축하는 대가로 정산금을 받고 있다.

최대전력 갱신이나 계통 위기상황 발생 시 전력거래소가 수요반응자원에 감축 지시를 하게 되면 서울시 수요반응 참여 대상 시설들은 비상용발전기를 가동하거나 비필수 부하를 감축해 수요반응에 참여하고 있다.

김형민 대표는 “한국 시장에 맞춰 업그레이드한 E-스마트 플랫폼을 통해 국내 DR 제도 참여 고객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강희 기자  knews7@ko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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