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 연구 역점 ‘울산과학기술원’
차세대 에너지 연구 역점 ‘울산과학기술원’
  • 이연준 기자
  • 승인 2017.06.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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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에너지저장 등 미래 에너지 원천기술 개발 산실

[한국에너지신문]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정무영)이 에너지 관련 산업에 특성화된 연구의 산실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기원은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로 학계와 산업계, 지역에서 동시에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3대 연구기관이자 유럽 최대의 국책연구기관인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와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미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연구소와는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 경력이 있어 독일 3대 연구소와 함께 연구센터를 구축한 유일한 국내 대학이 됐다.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와 태양전지 안정화·생산기술 개발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서 ESS용 전지소재 혁신 기술 연구
원전안전 전문인력 양성사업도

▲ 울산과학원 전경

미래부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선정…차세대 에너지 연구 글로벌 허브 구축

울산과기원은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와 ‘유니스트-헬름홀츠 율리히 미래에너지 혁신 연구센터’를 설립해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 원천기술 확보에 나선다. 설립일인 5월 16일부터 공동 연구에 착수해 미래 지향적 에너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양산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가 속한 헬름홀츠 연구재단은 독일 전역에 18개의 특화 연구소를 운영한다. 재단은 연간 5조 이상 규모의 예산을 활용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인간 생활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또는 다른 기관에서 수행할 수 없는 규모가 큰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는 ‘에너지’, ‘기후’, 그리고 컴퓨터 및 정보기술을 이용해 생물학 현상을 연구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울산과기원은 이외에도 지난 2010년 막스플랑크 분자생의학연구소와 ‘한스쉘러 줄기세포연구센터’를 개소해 줄기세포 및 재생의학 분야 연구를 선도한다. 2016년 차량용 섬유강화 복합재 등 경량소재 핵심원천 및 양산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프라운호퍼 화학기술연구소 분원인 ‘프라운호퍼 프로젝트 센터’도 설립했다.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 분원 유치를 주도한 조욱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기존 대학의 연구센터들이 연구 논문 성과는 많지만, 산업화까지 이른 경우는 드물다”며 “단순히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 기반 기술까지 개발해 향후 설립될 연구센터들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국가 연구 역량의 제고 및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탠덤형’-‘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안정화와 대량생산 연구
 
공동 연구센터의 주요 연구 분야는 차세대 에너지원인 ‘태양광발전’의 실용화이다. 양 기관의 공동 연구진은 다층으로 구성된 ‘텐덤형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화 및 대량 생산기술을 개발한다. 또 태양광 에너지 저장에 특화된 고용량과 고안정성의 저장 소재와 매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공동 연구센터 설립은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선정에 따른 것이다.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다. 해외의 우수한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센터를 국내에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핵심 기초 기술 확보와 국내 글로벌 연구 개발 거점 센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울산과기원은 이번 사업 선정으로 앞으로 6년간 국비 34억 5000만 원, 울산시 지원금 5억 원 등 총 39억 5000만 원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또 헬름홀츠 재단은 매칭자금으로 연간 50만 유로(한화 약 6억 2000만 원)와 현물 18만 유로(한화 약 2억 2000만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공동 연구센터 유치에 울산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울산시는 미래 대체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거점 도시 입지를 확보했다.

울산시 측은 “이번 연구센터 설립으로 울산시가 중점적으로 육성 중인 차세대 에너지, 바이오메디컬, 첨단 신소재 분야의 국제 공동 연구개발 및 협력을 위한 장기적인 거점을 모두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무영 총장은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와 울산시의 지원으로 차세대 에너지 연구를 선도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독일의 3대 연구소와 공동 연구센터를 구축함으로써 국가 과학 및 산업 기술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장수명’ 리튬이차전지 소재 혁신 기술 개발…에너지저장 산업 활성화 나서
 

▲ 전지소재혁신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

울산과기원은 리튬 이차전지의 소재 혁신 기술 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장수명 ESS용 리튬이차전지 소재 및 셀 공정 기술개발 사업’에 최근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은 앞으로 4년간 정부와 울산시, 동서발전으로부터 5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UNIST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는 이번 사업 선정을 통해 ESS에 적용될 전지소재 혁신 기술을 개발한다. 기존 전지보다 2배 이상 긴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양극, 음극, 전해액 등 새로운 전지소재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연구센터는 관련 소재 특허 3건의 출원을 마치는 등 원천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전지의 충·방전 횟수를 기존 3000회에서 2배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제작 단가도 낮출 계획이다.

전지소재의 상용화 및 양산 가능한 셀 공정 기술도 개발하기 위해 참여기업과 연구소, 대학과의 공동연구도 추진한다. 서울대(양극), 유미코아(양극), SJ신소재(음극), 천보(전해액) 등과 소재 관련 공동연구에 나선다. 초장수명 전지의 수명을 평가하는 ‘가속수명 평가법’은 전기연구원, 명지대와 함께 개발한다. 이후 삼성SDI와 초장수명 전지 셀을 개발하고, 동서발전 및 삼성SDI와 이를 실증해 ESS의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는 모든 것이 배터리로 연결되는 ‘BoT(Battery of Things)’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 유망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 생산량이 많거나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 후 사용량이 많은 시간, 비상시에 공급하는 ‘대형 전지 시스템’이다. 에너지 효율과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 단가가 높아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조재필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장 겸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울산시가 에너지저장장치의 무궁무진한 미래 가치를 알아보고, 선제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울산과기원이 세계 최고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동서발전 등 관련 연구기관과의 협력하에 에너지 저장장치 산업을 전 세계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안전분야 인력양성 사업도 선정…건전성 평가 관리기술 과제
 

▲ 원전 해체 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 연구센터 현판

울산과기원은 관내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분야 전문가를 기르는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울산광역시에서 최대 5억 원, 국비 최대 19억 원을 2단계에 걸쳐 최대 5년간 투입한다.

울산과기원은 산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2017년도 에너지인력양성사업’ 중 ‘원전 주요 설비 건전성 평가/관리기술 고급트랙’ 과제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김지현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이 주관하며 지역 중소·중견 업체가 참여할 계획이다.

이번 과제를 통해 김지현 교수는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석·박사 고급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성된 전문 인력은 원전 운전에 필수적인 주요 설비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설비의 교체·개선 관련 기술개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원전 안전 전문가 양성에는 지역의 중소·중견 기업도 힘을 보탠다. 원전 관련 기기 및 부품소재 기업과 원전 설계, 안전 해석 및 평가를 수행하는 기업 등에서의 현장 실습을 병행해 현장 경험을 갖추고 전문적인 역량도 키우려는 것이다.

특히 참여기업과 협업하는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은 고급 인력 양성은 물론 현장 배치까지 노리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원자력산업에 필요한 석박사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출하고, 유관 분야 기업체로 진출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원자력산업 기술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지현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안전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걸 증명한 사례”라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불시에 원전을 정지하면 하루에 약 1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원전 관리·운영 기술 개발과 이를 위한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과제를 통해 원전 주요 설비의 평가 및 관리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국가 에너지 산업 및 지역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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