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公-충청에너지서비스, 간선시설 설치비 부담 논란
주택公-충청에너지서비스, 간선시설 설치비 부담 논란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7.06.1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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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간선시설’ 비용 책임론, 법 개정 없이는 분쟁 지속

청주 동남지구 1만5천세대 공급관 설치비 놓고 시끌
주택법-도시가스사업법 상충…비용부담 주체 달라
2015년 관련 판례선 사업자인 주택공사에 부담 판결
주택公, “관련법 개정 후 의무자 명확해지면 따를 것” 

[한국에너지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충청에너지서비스(ES)가 최근 LH가 개발중인 청주 동남택지지구 내의 도시가스 간선시설 설치 비용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동남지구는 205만㎡ 부지에 총 1만4768 가구의 공동주택이 조성되고, 지역 사업자인 충청ES가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충청ES는 사업자인 LH가 수요자로서 도시가스 신청을 하고 시설 공사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지사업 종료 후 도시가스 공급관 미설치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LH는 비용부담에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택지조성사업자일 뿐 도시가스 수요자가 아니고 신청 주체도 아니기 때문에 비용은 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비용부담, 주택법은 ‘설치의무자’… 도시가스사업법은 ‘계약변경요청자’

양 기관이 다른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같은 사안에 대해 규정한 두 개의 법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있는 규정도 어정쩡하게 기술돼 있다.

LH는 간선시설 설치비용 의무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주택법 제28조(간선시설의 설치 및 비용의 상황) 1항과 3항을 든다.

1항은 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 이상의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간선시설의 설치 및 비용의 상환을 ‘설치 의무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도시가스 간선시설 설치 의무자는 관내 도시가스사다.

3항에 따르더라도 결국 비용부담은 도시가스사가 져야 한다. 간선시설 설치의무자가 일정 기간까지 간선시설 설치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사업주체가 간선시설을 자기부담으로 설치하고, 설치의무자에게 비용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충청ES 등 도시가스사들은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2(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의 분담) 1항을 근거로 들어 LH의 주장을 반박한다. 일반도시가스사업자는 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도시가스 공급 ‘계약 변경을 요청하는 자’에게 전액이나 일부를 분담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LH도 비용분담 주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도 택지개발 후에 주택사업자는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지역 도시가스사와 계약을 맺는다. 반대로 아파트에서 개별 가정이 도시가스사와 직접 공급계약을 맺는 경우는 없다. 계약을 맺더라도 한 가정 때문에 간선시설을 설치하지는 않는다.

굳이 설치하려면 요청하는 한 가정이 아파트 단지 시작지점부터 해당 가구까지 이르는 공급시설 전체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의 각 세대는 주택사업자가 도시가스사와 먼저 맺은 계약을 근거로 도시가스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해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충청ES는 주택사업자가 각 가정의 도시가스 공급 요청을 대행했다는 점, 도시가스사와 주택사업자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명백한 점을 근거로 설치비용을 LH측에 분담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행법규’ 아닌 ‘가능법규’규정은 흐리멍텅 해석은 제멋대로

이 사건과 관련된 법 규정은 강행법규가 아니어서 해석이 구구하다. 도시가스사업법상 일반도시가스사업자(도시가스회사)는 ‘도시가스의 공급’ 또는 가스공급에 관한 ‘계약의 변경’을 요청하는 자에게 비용을 분담하게 ‘할 수 있다’. 형식상 강행규정이 아니다. 공급을 요청하는 자, 계약의 변경을 요청하는 자에 주택사업자가 포함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주택법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간선시설 설치의무자(도시가스회사)가 사용검사일까지 설치를 못하면 사업주체가 간선시설을 자기부담으로 설치하고 도시가스회사에 비용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하위법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별표8(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 분담금의 세부산정기준 및 분담방법) 상 시설분담금은 사용자 모두에게 부과되는 일반시설분담금, 취사전용 수요에 적용되는 취사전용시설분담금, 경제성이 떨어질 때 내야 하는 수요가부담시설분담금 이외에는 없다. 택지사업지구는 아직 수요가정이 모두 들어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성이 미달한다고 보고 분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수도와 전기, 가스 등의 간선시설은 일반적으로 도로가 나기 전에 설계해 도로와 함께 매설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주택법에는 사용검사일 전까지만 설치하면 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검사일 훨씬 이전에 설치된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사들은 완전 분양이 아니어서 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투자비용을 일부만이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수요가부담시설분담금을 주택사업자에게도 물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법을 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서도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법령을 해석하는 정부부처인 법제처는 ‘주택법’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해석한다. 2011년 법제처는 주택법에 따른 100호 이상의 주택건설사업을 할 때 간선시설 설치비용은 도시가스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주택법상 명문규정인 28조 3항의 ‘설치의무자’로서의 도시가스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도시가스사업법상 규정인 20조 1항의 규정에 따라 사업자가 정해 주무부처 장관 승인을 받아 시행되는 ‘경기도 도시가스 공급규정’을 따라 수요자인 LH가 부담을 해야 하는지를 질의했다. 이 사안에서는 주택법이 상위법이기 때문에 이런 해석이 나온 것이다.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태도는 또 다르다. 대법원은 2015년 LH와 같은 주택사업자들이 비용분담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시설분담금 부과가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것이라는 점, LH가 가스공급 요청자로서의 지위가 있다는 점에서 납부의무자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인천 청라지구 사업에서 LH는 도시가스 시설에 대한 비용분담을 협약했다. LH는 수요가부담시설분담금을 냈고, 인천도시가스가 공급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설치가 끝난 뒤 LH는 입장을 바꿔 분담금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모두 인천도시가스가 이겼다.

LH 관계자는 “청라지구 대법원 판례는 주택법이 규정한 도시가스사업자의 간선시설 설치 의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주택법과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돼 간선시설 설치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되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은 명확히 택지지구의 간선시설 설치비를 사업자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LH는 분담금 부담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모적인 분쟁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실하고 분명하게 법개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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