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문재인 정부, 탈석탄 이어 탈원전 ‘공식화’
[포커스] 문재인 정부, 탈석탄 이어 탈원전 ‘공식화’
  • 안솔지 기자
  • 승인 2017.06.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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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약대로” 선언에 업계 “일방적 조치” 환경단체 “당연한 일”

[한국에너지신문]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행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8기의 일시 셧다운에 이어 원전 정책도 원점에서 손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원전 업계와 환경단체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공식화했다.

국정자문위서 ‘원전 정책 근본적 재검토’ 의지 표명
고리 1호기 18일 영구 정지·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업계 “일방적 정책…전력공급 최대 27.5GW 차질” 
탈원전 후폭풍 최소화 현실적 정책 로드맵 절실

▲ 경주 월성 1호기 전경

탈원전 기조 공식화…논란 여전

우리나라는 현재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에 있다. 이중 고리 1호기는 오는 18일 영구 정지에 들어간다.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정률 26.98%에 이르는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단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는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원자력 업계와 환경단체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원자력 업계는 “정부의 원전 정책 행보는 일방적”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 8기 모두 건설을 중단할 경우 11.6GW, 운영허가가 만료된 원전 11기를 폐지할 경우 9.1GW의 설비용량이 감소해 20.7GW의 전력공급 설비가 축소된다.

또 정부의 탈석탄 정책 행보에 이어 원전건설과 운전도 중단될 경우 최대 27.5GW의 전력공급 설비가 축소돼 국가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측은 “신고리 5·6호기를 취소하고, 월성 1호기를 폐쇄한다고 해서 당장 국민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 기조에 따라 탈원전, 에너지전환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부담해야 할 비용이 있겠지만, 그만큼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이 바로 에너지전환을 결정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한수원 비리, 울산과 경주 지진 등을 겪으며 우리 국민들의 탈핵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공약이 만들어진 만큼, 정부도 공식적인 탈핵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리 1호기 폐쇄에 이어 현재 수명 연장을 놓고 법적공방을 펼치고 있는 월성 1호기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탈핵을 바탕으로 강력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은 지난달 23일 논평을 통해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원안위 회의와 의결절차 없이 또다시 안전규제기구의 권한을 침해하며 독단적으로 항소장을 냈다”며 즉각 항소심 취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외에도 고리 2·3·4호기, 한빛 1호기, 월성 2호기 등이 10년 내에 수명이 다한다. 한울 1호기와 월성 3호기도 2027년이면 수명이 다해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다.
 
유럽 ‘탈원전’ 미·일·러 ‘유지·확대’, 우리나라는?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현재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총 447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겪은 미국, 러시아, 일본은 여전히 원전 유지 혹은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9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며, 9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탈원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은 현재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등이 탈원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번에 스위스가 원전 퇴출을 결정하면서, 유럽에서는 네 번째 탈원전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는 최근 30년간 원전을 모두 없앴고, 독일은 2020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G8 국가 중 유일하게 자체 원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퇴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지만, 최근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의 77%에 달하는 원전 의존도를 오는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며 ‘탈원전’ 의지를 드러냈다.

스위스는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 5기를 오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내용의 ‘에너지 전략 2050’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국민 58.2%의 동의를 얻어 원전 완전 퇴출을 결정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만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2018년부터 원전 운전 중지에 들어가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탈원전’ 기조가 확산되고 있지만 세계적 흐름은 아니다. 미국·러시아·일본 등은 여전히 원전 유지 및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국 모든 정책의 기본은 국가가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새로운 원전은 짓지 않고, 기존 원전은 수명을 다해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원자력 폐쇄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 기존 업계의 저항 등을 어떻게 이어갈지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구체적인 원전 정책 로드맵 확립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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