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협정 탈퇴하나?... 빠르면 이번주 결정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하나?... 빠르면 이번주 결정
  • 이욱재 기자
  • 승인 2017.05.3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정 '도미노 탈퇴' 우려...파리협정 '혼돈'

[한국에너지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협정인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빠르면 이번 주 탈퇴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미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무 부처인 환경보호청(EPA)의 스콧 프루이트 청장에게까지 이 같은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인 프루이트가 환경보호청장에 부임한 이후 파리협정 탈퇴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파리협정에 따른 이행 조치 중 하나인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 내리는 등 협정에 반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발언은 한 적 없지만, 전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적 치적 중 하나로 여겨지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체결에 부정적인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또한 트럼프는 지난주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 실천 관련 성명과 관련, 미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각국 지도자들이 트럼프에 실망감을 표시하자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과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결정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이유는 미국 내 기업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국적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파리협정의 일원으로 남아있길 바란다”며 잔류를 요청했다. 그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스타벅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파리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국제적인 고립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1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거부했을 당시보다 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기후 담당관이었던 폴 플레드소는 "교토의정서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누리던 국가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이 사실상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각국 정상들이 미국이 떠나면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에 파리협정 탈퇴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돈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협정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수십억 달러의 녹색 기후펀드를 조성하겠다며, 미국이 30억 달러(약 3조3612억원)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10억 달러를 이행했는데 이는 파리협정에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탈퇴로 인한 기후펀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리협정의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진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국제 외교 무대를 이끄는 미국이 200여 개 국가가 서명한 대규모 국제협정에서 빠지게 된다면, 협정의 의미와 실효성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경규제에 동참하기 싫었던 국가들이 미국의 탈퇴 흐름으로 ‘도미노 탈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다른 조인국들과 달리 협정을 공식적으로 비준하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이 환경규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세계 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외신을 통해 ”트럼프 집권 4년간은 세계 기후에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8년간 이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의 목표(지구 온도 섭씨 2도 상승 방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우리가 기후 ‘위험 지대(danger zone)’를 피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