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硏,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원인에 접근
지질자원硏,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원인에 접근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5.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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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선 박사, 해저지층의 섭입 전 탈수 작용과 천부 대지진 연계성 연구
▲ 송인선 지질자원연구원 박사.

[한국에너지신문]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섭입 전의 해저지층에 존재하는 규산염광물의 탈수작용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송인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에 의해 밝혀진 이 연구 결과는 ‘수마트라 섭입대에서 천부지진을 유발하는 섭입 전 광물수의 방출’이라는 제목으로 26일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송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섭입(攝入)이란 하나의 암석권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내려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큰 지진은 퇴적물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는 섭입단층대의 심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은 섭입단층대의 천부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발생했다. 이는 해저퇴적물이 섭입하기 이전에 이동하며 어떠한 변화와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이다.

실증적 분석을 위해 섭입단층대로부터 255km 떨어진 인도양에서 최대 1.5km 시추를 하고 암석시료와 검층자료를 확보해 다양하고 종합적인 연구가 수행됐다   

송 박사는 해양수산부 지원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의 지원을 받아 국내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12개국 33명으로 구성된 승선 연구단에 참여했다. 송 박사는 암석역학 전문가로 수마트라 지진의 원인 분석을 위해 시추코어의 물리적 특성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승선연구는 2016년 8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단의 순다 섭입대에서 서남쪽으로 약 255km 떨어진 인도양에서 수행됐다. 

이 지역의 해양퇴적물은 인도-호주해양판의 움직임에 따라 동북쪽으로 255km를 더 이동한 후, 버마-순다판 아래로 섭입하기 때문에 섭입 전 퇴적물로 분류된다.

송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은 약 40km 떨어진 두 곳의 위치(U1480 및 U1481)에서 최대 1.5km 심도의 해양시추를 수행하여 코어샘플 및 시추공물리검층 자료를 획득했다. 

시추결과 퇴적층은 석회질 혹은 규산염질의 침전물로 이루어진 원양퇴적층과 이를 피복하는 히말라야산맥 기원의 퇴적층인 니코바선상지로 구성됐다.

니코바선상지 퇴적물의 두께는 시추위치에서는 약 1.4km이며, 섭입대쪽으로 갈수록 두꺼워져 섭입대 부근에서는 약 4-5km 정도다. 원양퇴적물의 두께는 약 150-200m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원양퇴적물은 백악기 현무암으로 구성된 기저암을 약 150-200m 두께로 얇게 피복하고 있으며 화산재와 화산암을 포함하고 있다. 평균 퇴적속도는 2.6m/백만년 정도로 매우 낮다.

니코바선상지의 퇴적은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시기 및 몬순의 시작점과 일치하는 약 900만년 전에 시작했다.

섭입 이전에 해저퇴적물이 이동하며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송 박사 등 연구팀은 광물조성, 물리화학적 성질, 압출된 지층수의 화학성분 등을 분석하고 예측모델링을 실시했다. 화학분석, 현미경 관찰 및 X선 회절분석 결과, 원양퇴적물에서 화산 및 유기물 기원의 비정질 규소가 20% 이상 함유되어 있는 것이 관찰됐다.

지층수의 화학분석 결과, 염소농도가 깊이에 따라 서서히 높아지다가 1.3km 부근에서 갑자기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3km의 깊이는 원양퇴적층 상부에 해당하며 니코바선상지 퇴적층이 형성됨에 따라 온도와 압력이 상승해 비정질 규산염암의 탈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담수의 공급이 지층수의 염소농도를 희석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층수는 지층이 형성될 때 공극에 채워진 물로 해저지층에서는 바닷물과 염도가 같다. 규산염광물의 약 25%는 규산염광물이며 지각의 약 90%는 규산염광물로 구성돼 있다.

현재의 시추위치가 섭입대로 이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탈수에 의한 담수 공급을 모델링한 결과, 광물의 탈수작용에 의한 고화작용과 퇴적층의 압밀작용에 의한 강화작용이 섭입대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화작용은 액체, 기체가 고체로 변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퇴적물이 퇴적암으로 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압력에 의해 다져지는 작용과 교결(膠結)작용에 의해 이뤄진다.

압밀작용은 공극율과 함수율이 감소하며 퇴적물이 다져지는 작용으로 보통 비탄성적 과정인 입자의 변형으로 재결합, 재결정 등에 의해 생긴다. 

지층수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지층수압은 섭입 전까지 계속 증가하며 유효응력조건이 강화된 암석의 파괴 임계점에 가까워져 섭입 직후 섭입단층대와 만나면서 천부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섭입단층대는 하나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섭입할 때, 서로 미끄러지는 두 판의 경계부분으로 대부분의 큰 지진은 이 단층대를 따라 발생한다.  

승선연구팀은 광물의 탈수작용에 의한 퇴적층이 섭입대로 이동해 특정 깊이에서 지층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고화작용을 촉진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동 중 계속되는 퇴적작용으로 상부지층의 무게가 증가하면, 이로 인한 압밀작용의 결과로 암석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층수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지층수압은 섭입 전까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유효응력조건이 암석의 파괴 임계점에 가까워져 섭입 직후 섭입단층대와 만나면서 천부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섭입 이후에 발생하는 지질작용에 의해 지진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확연히 구분돼 향후 해저 지진발생 관련 연구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섭입전 퇴적층의 온도?압력 조건이 비슷한 다른 섭입대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송인선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천부 대지진의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계기가 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지질재해 등 자연재해의 예측연구와 같은 지구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선 박사는 암석역학 연구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지질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의 에든버러대학, 독일의 루르대학(보훔), 미국의 펜실바니아 주립대학 등을 거쳐 2009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현재는 전략기술연구본부 이산화탄소지중저장연구단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시 모니터링을 위한 물성변화 연구와 지각의 섭입지진대 부근의 응력측정 및 물성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이 연구사업을 충실히 수행한 연구자와 국제공동 연구진 모두의 노력의 산물”이라며 “앞으로도 연구원의 모든 연구자들이 활발한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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