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업계 영향은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업계 영향은
  • 안솔지 기자
  • 승인 2017.05.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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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정부, 탈석탄 정책 본격화…전력 수급·요금·고용 “문제없다”

[한국에너지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엿새째인 지난 15일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지시했다.

대통령은 ‘찾아가는 대통령’ 두 번째 시리즈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를 발표했다. 어린이와 노약자 등 건강 취약계층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에너지 정책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문 대통령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에 이어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임기 내로 최대한 앞당기고,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깨끗한, 탈원전 대체 에너지’ 정책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후 10기 발전량 3.3GW 최대 전력수요 3.9%…영향 미미
LNG 가동률 높여 전력 수급…요금 인상 국민부담 없도록
미세먼지 저감효과 적지만 정부 의지에 발전노조도 환영
친환경 석탄에너지 사용 가능한 신규 발전소 활용 의견도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8기 일시 ‘셧다운’

현재 운영 중인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대통령 지시에 따라 오는 6월 한 달간 셧다운에 들어가는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8기다. 정부는 한 달간 셧다운을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는 3~6월까지 4개월간 셧다운 조치를 정례화한다는 입장이다.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남 여수 호남화력 1·2호기, 강원 강릉 영동화력 1·2호기, 충남 서천화력 1·2호기, 충남 보령화력 1·2호기, 경남 고성 삼천포화력 1·2호기로 총 10기이지만, 전남 여수 호남화력 1·2호기는 이번 셧다운 명단에서 제외됐다. 호남화력발전소의 경우 여수 산업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가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매년 10기 모두 가동 중단된다.

업계, “피해 그리 크지 않다” 예측도

봄철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화되는 반면, 전력 사용량은 여름철과 겨울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3월에서 6월에는 전력 수급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가동 중지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발전소를 가동 중단하는 3~6월은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은 봄철이라 전력 수요가 많지 않다”며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4개월가량 가동 중단해도 전체 전력 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자부 관계자 역시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발전량은 3.3GW로 지난해 여름철 전력피크 때 최대 전력수요인 85GW의 3.9% 수준으로 전력 수급에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어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가동률을 높이면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NG 발전 가동을 통해 전력 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경우, LNG 연료비 단가가 비싸 전기 요금 인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체 분석에 따르면 LNG 발전 설비 추가 가동 시, 0.2% 가량의 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600억 원 정도로 한전에서 감당할 수 있어 국민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요금 인상 우려를 일축했다.

또 “내년부터는 4개월간 가동 중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집중 검토에 들어가며 전력 수급을 포함한 비용 문제에 대한 사항은 종합대책을 세워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셧다운 조치에 이어 ‘노후 발전소 폐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정부 발표에 업계는 시기가 당겨졌을 뿐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당장은 이번 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발전소는 매년 설비 유지와 보수를 위해 ‘계획 예방 정비 공사’를 실시, 발전소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계획 예방 정비 공사는 통상 60일가량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발전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들은 업무 재배치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당장 셧다운 조치가 정례화되더라도 고용 문제 역시 크게 대두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저감 효과 ‘미미’…정부 방향은 ‘대환영’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59기가 미세먼지 발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다. 노후 발전소의 경우 전체 설비 용량은 10.6%밖에 되지 않지만 오염 물질 배출량 비중은 19.4%에 달한다.

청와대는 셧다운 조치를 통해 1~2%가량의 저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총 8기의 발전소를 멈추는 것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과 탈 석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정부의 노후 석탄 발전소 셧다운 조치를 통해 나아가려는 ‘방향’은 옳다”며 “이번 조치는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에서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다만 신규 발전소의 경우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석탄 에너지 사용이 가능하고, 완전한 탈 석탄까지 전기 요금 상승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는 만큼, 신규 발전소량건설 중지, 건설 중인 발전소 재검토 등의 추가 조치는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발전노동조합 측은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노후 발전소 폐쇄로 인해 발전노동자의 고용이 더 어려워져서는 안된다’는 청와대의 발언을 통해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얼마나 깊고 넓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셧다운 조치에 따른 고용 문제는 아주 작은 부분이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관련 기관 미세먼지 대책 마련 ‘앞장’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 수립에도 박차를 가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마련도 시급한 만큼 다각도에서 살핀 후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의제로 설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미세먼지 대책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행보가 빨라지면서 한전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한전은 발전공기업들과 대책회의 끝에 미세먼지를 50% 이상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는 정부의 국내 감축 목표인 3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2015년 17.4만 톤이었던 석탄발전 오염물질을 오는 2022년까지 8.7만 톤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50%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세먼지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석탄 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며, 발전소 주변에 미세먼지 측정소 설치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정부 조치와 더불어 봄철 이외에도 미세먼지가 심각할 경우 석탄 발전소의 추가 정지도 고려 중이며, 발전효율이 높고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석탄의 구매도 확대해 나간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미세먼지 대책회의에 따른 대처 방안은 석탄발전소가 집중된 충남 지역 등에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LNG 업계, ‘반사이익 기대’

문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원자력, 석탄 발전 비중을 70%에서 43%로 낮추고 LNG를 19%에서 37%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석탄 발전의 빈자리를 LNG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평균 40%대에 그치고 있는 LNG 발전 설비 가동률을 60%로 높이고, 전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4.7%에서 2030년 20%로 올린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원전과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그만큼의 전력부족분을 LNG나 신재생에너지로 메우게 되면 전기 요금 인상도 피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석탄발전소의 구체적인 폐쇄 단계와 비용 문제 등 세부 로드맵과 집행계획은 실무 조율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 확충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한·러 천연가스협력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파견하며 가스협력 및 철도망 연결 프로젝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것으로, 실현된다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비용 문제, 미세먼지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LNG발전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추진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LNG 업계는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보다 후순위로 밀렸던 LNG가 정부 에너지 정책의 대변화에 따라 수요가 늘 것이라고 대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에너지원 석탄발전 미래는
대기환경오염 주범 지목 미래 불투명…새 활로 찾아야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인해 우리나라는 석유에서 탈피한 에너지 다변화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노력 끝에 원자력, 가스, 석탄 등으로 성공적인 에너지 다변화를 이뤄냈다. 1983년 삼천포발전기 1호기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석탄발전은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가 59기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석탄은 2016년을 기준으로 발전소 종류별 전력거래량 중 39.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올해 4월을 기준으로 ㎾h 당 에너지원별 발전 연료비 단가는 50.2원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이처럼 석탄발전은 다양한 에너지원 중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 면에서도 경제성이 높은 ‘값싼 에너지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화석연료 온실가스 배출량의 44%를 차지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석탄발전의 발전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초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돼 지금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높은 책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은 석탄발전에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지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건설될 예정이었던 신서천 1호기, 강릉 안인 1·2호기, 삼척포스파워 1·2호기, 고성하이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 등 총 9기는 재검토 대상 물망에 올랐다.

발전공기업들은 기존 석탄발전에서 벗어나 친환경 석탄 구매, LNG복합발전소나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등 환경오염 요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IGCC의 경우 기존 석탄발전보다 효율도 높고, 석탄발전의 주 오염물질인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및 먼지를 LNG 수준으로 크게 줄일 수 있는 ‘청정 기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발전 업계에서 말하는 청정화 기술이 오염물질 저감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오염물질의 총량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소의 점진적 폐쇄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LNG 발전의 경우 황산화물 같은 오염물질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며 “어느정도의 저감효과는 있겠지만 LNG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거나, IGCC를 태양광·수력 발전과 같은 선상에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는 “지금은 IGCC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단언할 수 없는 단계”라며 “하지만 모든 석탄발전소를 일시에 가동 중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석탄발전 청정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정화 기술과 석탄발전 폐쇄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 방향인지 정량 평가를 통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 경제급전 원칙에서 벗어나 환경 비용과 국민의 건강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전 업계는 국내외적인 요인들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탄발전 청정화 기술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발전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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