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무엇을 비축할 것인가?
[양재천에서] 무엇을 비축할 것인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5.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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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비축기지, 빗물비축기지, 그리고 물이용 효율화 기지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서울 마포에 있던 석유비축기지가 다음달 17일에 시민에게 개방된다.

1급 보안시설이던 석유비축시설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은 분명 커다란 변화다. 이 공간의 이름은 ‘문화비축기지’로 정해졌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그러한 변화도 눈여겨 보지만, 모든 건축물의 냉난방시설을 100% 지열을 활용한다는 점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기지 안에 있는 두 곳에 지하 205m까지 구멍을 뚫어 지하수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건축물의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물론 지열에너지를 사용해 냉난방을 한다는 것이 완전히 신선한 시도는 아니다. 이미 고대 로마에서는 지열 난방을 이용했고, 용량이 거대한 정도는 아니지만 20여개국에서 지열발전이 상용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지역에서는 1~2km를 파고 내려가면 80 ℃ 정도의 열이 나는 층을 만나게 된다. 직접 냉난방에 이용할 수 있는 온도다.

지열에너지의 먼 근원은 지구 내핵의 6000℃의 뜨끈뜨끈한 열에너지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열의 뿌리를 파고들면 내핵의 온도보다는 매장된 방사성 물질의 감쇠, 화산과 지진 등 지각의 활동, 지표면에 흡수된 태양열 에너지가 더 가까운 근원이다.

태양열의 약 47%가 지표면을 통해 지하에 저장된다. 지표면 가까운 땅속의 온도는 20℃ 내외가 유지돼 열펌프를 이용하는 냉난방시스템은 돌릴 수 있을 정도다.

‘문화비축기지’에는 향후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할 중수처리시설과 저류조도 설치됐다. 30톤 용량의 중수처리시설에서 처리된 물은 화장실 대소변기 세정용수로, 300톤 규모의 빗물 저류조에 모인 물은 기지 내의 녹지공간 조경용수로 사용된다.

석유비축기지는 가고, ‘문화비축기지’가 온다. 하지만 에너지와 물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다르다. 그리 크지 않은, 하지만 작지도 않은 ‘지열비축기지’와 ‘빗물비축기지’다. 물 이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중수처리시설도 갖췄다.

어쩌면 6월에 선보이는 ‘문화비축기지’는 에너지와 용수 비축, 그리고 효율적 이용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을 선보인 것일지 모른다. 석유는 일부러 비축했지만, 빗물은 비가 오면 비축되고, 햇볕이 내리쬐면 지열은 비축하려하지 않아도 비축되기에 더 매력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짓는 건물과, 그 건물이 들어선 대지에 무엇을 비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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