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아니다…‘방향족’이다
옷이 아니다…‘방향족’이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4.15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폴리우레탄의 비밀

[한국에너지신문] 인간의 삶의 질에서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의식주’로 표현한다. 그 중에 가장 먼저 나오는 ‘의(衣)’가 바로 옷을 뜻한다.

그런데 현대인이 입고 있는 옷의 조상을 찬찬히 거슬러 올라가면, 그 중에 대부분은 옷은 온데간데 없고 웬 투명한 액체가 버티고 서 있다. 이 투명한 액체는 ‘방향족’이라고 불린다. 각 물질마다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 석유화학원료여서 붙은 이름이다.

주인공은 벤젠, 톨루엔, 크실렌. 자주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화학식을 볼 때 육각형이 인상에 남았는가. 바로 그 육각형의 화학식을 ‘벤젠고리’라고 하고, 이 벤젠고리를 가진 석유화학원료가 방향족이다. 이 방향족의 기초유분들이 합성섬유의 원료로 많이 이용된다.

스타킹을 만든 데 쓰여 합성섬유의 대표격으로 알려져 있는 나일론도 카프로락탐이라는 원료로 만든다. 카프로락탐의 원료가 바로 벤젠이다. 벤젠 그 자체로는 독극물 유기용제이지만,나일론의 할아버지 원료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것도 사실이다.

빨래를 하기 위해 옷이나 각종 직물 악세사리의 제조자표시를 잘 들여다보면 꽤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폴리에스테르다. 폴레에스테르 섬유를 만드는 원료는 고순도 테레프탈산이다. 이것 역시 방향족인 크실렌에서 뽑는 원료다. 크실렌도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킬 정도의 강력한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테레프탈산을 거쳐 손자격인 폴리에스테르가 되면 옷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한 가지 빠진 걸 발견했다면 예리하다. 바로 톨루엔이다. 톨루엔 역시 가공을 거쳐 폴리우레탄이 된다. 폴리우레탄이 없었다면 몸에 꼭 맞는 스판바지를 입을 수 없다. 겨울엔 몸에 밀착되는 내의를 입어 보온과 옷맵시를 동시에 잡고 싶어도, 폴리우레탄과 그 원료인 톨루엔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화학섬유로 만든 다양한 의류.

석유화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폴리우레탄 등 다양한 섬유재료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면과 모, 가죽 등 천연소재가 좋은, 더 우수한 의류재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천연재료를 보완하는 석유화학제품이 없다면 천연재료도 더 아름답게, 맵시있게 옷을 지어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당장 지구상에서 석유화학제품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는 원초적인 모습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