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실가스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
정부, 온실가스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4.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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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현상에 “남아돌면 팔고, 부족하면 사라”

과다 이월 기업, 할당량 차감 불이익
배출권 5000만톤 시장 유입 기대 

[한국에너지신문] 판매자는 없고 구매자만 득실거리는 시장.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현재 모습이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암시장’이 성행할 법한 이같은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배출권 거래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는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쌓아두고만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재기 현상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할당대상 기업 522개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나눠준 뒤 기업들끼리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매매용 이외에 배출권의 또다른 용도는 정부 제출용이다. 기업들이 해마다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과 같은 양으로 배출권을 정부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 2년간은 20% 한도내에서 다음해 배출권을 빌려 와 올해 제출할 수 있었다.

올해는 이러한 차입이 불가능해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거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은 배출권 가격의 3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배출권 시장은 사려는 기업은 많고, 팔려는 기업은 없는 ‘불균형 시장’이 됐다.

정부안의 핵심은 배출권을 과다하게 이월하는 기업의 내년도 할당량을 줄이는 것이다. 무제한 이월을 제한하면 이월하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이익이 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3개년간 연평균 할당량의 10%에 2만 톤을 더한 양을 초과해 이월하면 초과분만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년간의 할당량을 줄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로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재부가 2015년 배출권을 정산한 결과 522개 할당 대상 기업 중 283곳은 총 1550만 톤의 여유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88%인 1360만 톤이 다음해로 이월됐다. 기재부는 무제한 이월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번 조치로 5000만 톤 정도의 배출권이 시장으로 흘러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배출권 구매 수요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아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이 많다. 특히 배출권 수요가 많은 업종은 발전사와 석유화학, 시멘트업체 등이다. 2015년 기준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의 45%인 239개 기업은 총 1840만 톤의 배출권 부족을 호소했다. 구매 경쟁도 치열해져 배출권의 2월 현재 가격은 2만 6000원 대다.

정부는 구체적인 이월제한 방안을 오는 6월 확정하기로 했다. 이월제한 조치에도 공급이 늘지 않으면 정부는 예비물량 1430만 톤을 추가로 유상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수급 안정 대책도 내놨다. 차입 한도는 당초 10%에서 15%로 늘린다. 연평균 100만 톤씩 할당받은 기업은 2018년 온실가스 120만 톤을 배출했다면, 15만 톤은 2019년 할당량에서 차입하고, 나머지 5만 톤의 배출권은 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이듬해는 첫해 차입 비율의 절반만큼만 가져올 수 있다. 2018년 15%를 차입하면 다음해엔 7.5%만 차입할 수 있다. 차입한도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계획기간 마지막해에 할당량이 크게 모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양한 거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 얻은 배출권도 국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2016년 배출권과 2017년 배출권을 교환하는 스왑 거래도 할 수 있게 된다. 매달 배출권 경매도 이뤄진다. 시장조성자를 지정해 의무적으로 호가를 내고 거래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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