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과 '보장보험'
'매몰비용'과 '보장보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7.03.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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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매몰비용이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이미 지출했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경제학에서는 앞으로의 선택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므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면 미래의 비용과 편익만으로 판단하고, 매몰비용은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편익의 할인율과 미래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수도꼭지에 비유할 수도 있다. 뜨거운 물을 틀면 수도꼭지에서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물의 온도가 올라간다. 물론 요즘 보일러들은 성능 개선으로 이 말을 옛 시대에 맞는 말일 것이다.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이 두 용어와 상당 부분 의미가 통하는 듯하다.

해외자원개발은 사업의 속성상 리스크가 존재하는 분야이다. 대규모 투자도 필요한 사업이다. 모든 개발이 100%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면 그 동안의 매몰비용은 앞으로의 합리적인 판단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 스팟을 시추하다 실패했다고 바로 옆 광구의 막대한 자원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투자한 자금의 회수와 사업의 성공 유무 판단에도 장기간이 걸리는 사업이다. 단기간의 실적과 수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미래의 가치에 투자해야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소국의 입장에서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보장보험'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마이너스 가치가 미래에는 우리의 '에너지안보'를 보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자국의 자원 사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2016년 해외자원개발예산을 약 633억엔으로 책정해 전년 대비 13%나 증가시켰다.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역사는 100여년에 이른다. 일본도 해외자원개발 초기에는 잘못된 투자와 경험 미숙으로 많은 실패를 겪었다. 이후 꾸준하고 일관된 자원개발 지원정책 추진으로 현재는 석유회사들이 해외 광구 및 석유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한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기구법'까지 제정하는 등 경험치를 늘리고 있다.

최근 만난 전문가는 일본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패에 초점이 아니 '가능성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 변화에 따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관련한 예산의 주요 제도가 책임성 강화를 목적으로 개선되며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정부는 일관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과정의 오류는 고치면 된다. 지향점이 분명하면 균형은 잡힌다. 해외자원개발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해야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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