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처 독립, 에너지 지방분권이 먼저
에너지부처 독립, 에너지 지방분권이 먼저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3.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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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력자원부’로의 회귀 아닌 새 시대에 맞는 새 역할 고민해야

[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독립 에너지부처는 1977년 신설돼 1993년 구 상공부와 통합된 구 동력자원부가 시초다. 우리나라에 독립된 에너지부처가 생겼던 계기는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석유 파동 때문이었고, 에너지 문제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동력자원부 탄생의 직접적인 이유였다.

그 때와 지금은 다른 점이 많다. 에너지와 자원을 국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배급 내지는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또한 세계는 국가들이 연합을 짓던 시대가 가고, 각 국가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왔다. 지향점은 통합이 아닌 분권이다. 세계에서 자기 몫을 찾으려 혈안이 된 미국을, 와해의 기로에 와 있는 유럽을 보면 안다.

국내에서도 경제문제를 축으로 하는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에너지도 지역경제 문제에서 빼놓기 어려운 과제다. 석유화학기지와 가스기지,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열병합 및 복합 발전소, 송전탑, 변전소, 여기에 풍력과 태양광을 위시로 한 각종 신재생에너지 수단, 에너지 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너지 관련 시설물들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부처의 독립은 정부가 모든 부문에 나서서 일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에너지 문제의 근본적 정책을 세우고, 각 지역의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시하는 부서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여야 한다.

그래서 각 지역의 에너지정책의 분권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은 ‘지자체’라는 정치적인 단위다. 시·도 같은 광역 지자체뿐만 아니라,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도 단위화가 촉진되고 있다. 각 단위 지자체의 필요에 의한 정책, 그 중에서도 에너지정책의 유효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금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역시 중요하게 취급될 것이다.

지자체에서 세우는 에너지 정책을 전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의 맨 위에 독립적 에너지부처가 위치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부처의 독립보다 에너지정책의 지방분권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일차적 전제조건은 각 지방에 필요 적절한 정도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다.

아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지자체가 있다면, 시민들에게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갖춰 나가야 하고, 너무 많아서 문제인 곳은 ‘지자체 대 지자체’로 에너지수급 정책과 관련된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독립 에너지부처는 이러한 자리에서 조정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과거처럼, 혹은 현재도 아직도 남아 있는 어떤 모습처럼 국가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또는 공기업을 앞세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것을 위해서 에너지부처를 독립시키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에너지부처의 독립에 대해 몇 가지를 더 첨언하자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단점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만큼 ‘환경-에너지’부나 ‘기후변화-에너지’부와 같은 식의 또 하나의 복합부처로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룡부처’가 탄생하면, 그 부처의 업무 중에서 분명히 소외되는 부서가 생기게 마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제1의 업무가 산업, 제2의 업무가 통상, 제3의 업무가 자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었다. 당장 ‘상공자원부’나 ‘산업자원부’라는 이름으로 살아났을 때야 그렇다쳐도, ‘통상산업부’나 ‘지식경제부’ 시절에는 아예 ‘자원’도 ‘에너지’도 어느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부처의 명칭만으로는 알 길이 없었다.

환경에너지부나 기후변화에너지부로 만들어지면, 에너지와 환경, 또는 기후변화 각 부문의 시각 차이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에 담을 수 없게 된다. 견제와 균형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에너지와 자원을 개발하는 데에는 일정 정도의 환경 파괴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같은 부처에서 이 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부처 내부의 갈등 조정을 하느라 에너지와 자원을 다 소비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 중심 정책을 내놓는 독립된 부처다. 규모만 커서 정작 중요한 문제에는 신경도 못 쓰거나,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 소비 문제를 혼자 해결하겠다고 뒤뚱거리는 부처도 아니다.

논의와 그 결과에 따라 그 부처의 지속성이 결정될 것이다. 독립된 에너지부처는 한 번 만들어서 해당 정부 임기동안만 쓰고 버리는 곳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정책은 정부 권력이 바뀌어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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