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연탄봉사활동,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 하는 이유
[양재천에서] 연탄봉사활동,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 하는 이유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2.06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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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은 유행일 수 있지만 난방연료는 생존의 문제

[한국에너지신문] 연탄의 개당 가격은 573원. 2015~2016년 연말연시만 해도 500원짜리 동전 한 개만 있으면 연탄 한 개와 바꿀 수 있었지만, 지난해 10월에 7년만에 인상됐다. 그래서 연탄은 한 때 서민의 아이콘이었다. 지금은 어려운 이웃의 아이콘이 됐다.

그래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면 ‘연탄배달’이 대표적 사회공헌활동이 됐다. 연탄배달 활동은 티도 많이 난다. 검은 가루가 여기저기 묻어 조끼와 비닐 재질의 앞치마 같은 소품은 필수다.

그나마 이번 겨울은 그렇게 추운 겨울은 아니었다는데도 연탄배달은 이어졌다. 연말연시 시즌에 이뤄지는 연탄배달은 주문을 해서 입금된 뒤에 이뤄진다. 단 돈을 주는 사람과 실제로 배달을 받는 사람이 다르다. 기부활동인 동시에 봉사활동, 그것도 티가 많이 나는 봉사활동이다.

게다가 연탄은 보이는 것보다 약간 무겁다. 제품에 따라, 주변 습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개 무게가 보통 3~4kg 정도는 된다. 그래서 배달 인원이 별로 없으면 잠시 왔다갔다 했을 뿐인데 허리가 은근히 짜릿해진다. 사람들이 한 줄로 쭉 늘어서서 연탄을 옮기는 익숙한 풍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티가 많이 나는 봉사활동이니, 다른 것보다 이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떡국 봉사를 하는 건 의외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준비할 게 많다. 투입되는 인원에 비해 부각되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는 단점도 있다.

물품을 후원하고 후원금을 후원하는 건 어쩐지 조금 얄팍해 보이는 맛이 있다. 후원금을 10원짜리나 100원짜리로, 아니면 1000원짜리 지폐로라도 몽땅 바꿔 쌓아놓으면 그나마 나을까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쌀이나 다른 식료품, 전기장판, 그 외에 다양한 생활 필수품을 지원하는 것은 돈을 후원하는 것에 비하면 홍보 효과는 큰 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단순하게 돈으로 해결하는 것 같아서 청소 같은 실제적인 ‘봉사활동’이라도 해야 성이 찬다. 티가 덜 나는 건 큰 단점이다. 사진을 찍어도 흘리는 땀까지 담기는 어렵기에.

일반적인 기업들은 위에 써 놓은 고민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겨울이 오기 전, 그 고민이 결실을 맺은 게 바로 이번 겨울에 보아 온 ‘연탄배달’ 홍수다.

과도하다는 판단이 들면 ‘대체재’를 권하는 건 당연하다. 에너지업계에는 이러한 권유가 더 직접적으로 들어온다. 석탄공사나 광해관리공단, 광물자원공사가 아니라, 한전이나 석유공사, 정유사, 도시가스 회사까지 나서서 연탄을 배달해야 하느냐는 얘기다. 그런 걸 할 게 아니라,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 감면 범위를 넓혀주든지 난방용 등유를 가져다 주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논리는 타당하다.

하지만 사태는 간단하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난방시설을 하는 데 금전지원을 해 줘서 기름보일러로 바꿨다는 어느 가정은 달았던 기름보일러를 떼고 연탄보일러를 다시 달았다고 한다.

이 기업 저 기업에서 너도나도 연탄값을 대신 내 주고, 일부지만 배달까지 해 주는데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팠다기보다는, 그만큼 해당 가정의 난방 문제가 경제적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소득이 적은데, 그 중에 겨울만 되면 들어가는 난방비 비중이 의외로 크다. 어려운 가정은 개당 573원도 비싸다. 가격이 조금 저렴해진 등유도 가격대비 난방효율은 아직 연탄쪽이 더 높다. 유가는 낮아졌다지만, 다시 오락가락한다.

 

연탄 가격은 여간해서는 잘 오르지 않는다. 기름보일러가 안전성이 높아졌다지만 연탄보일러도 대부분 물을 끓여서 관을 통해 순환시키는 방식이라 안전성 문제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러나저러나 연탄을 받아야 한다.

자, 이 상황에서 전기를, 도시가스를, 난방용 등유를 다시 주장할 일인가.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물론 기름보일러를 쓰는 어려운 가정이 있을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어려운 가정이 가스보일러를 쓰고 있으면, 심야전기보일러를 쓰고 있으면 그런 가정의 감면을 해 주어도 좋다. 기부연탄의 수량이 줄어든 만큼을 난방유 기부로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 방법까지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탄이 봉사활동을 이유로 밀려드는 것을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은 직접 눈으로 봤다. 그들은 기대할 것이다. 이런 일이 올해 이 정도였다면 내년에도 후년에도 비슷한 정도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줄어들어도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 기대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생각이 짧았다. 그 기대를 꾸짖어서는 안 된다.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다.

 

‘비겁’이란 건 힘들다는 이유로 철수하려는 생각에 대한 것이다. 연탄봉사활동, 사실은 의외로 힘들다. 그래서 철수의 유혹이 강하게 든다. 사실 지난 겨울에 해 놓고, 올 겨울에 안 한 곳도 많았다. 물론 자리가 없어서 못했던 곳도 있다.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몇 안 남은 연탄사용 가정이 비교적 많은 마을들이다. 심지어 철수하려는 이유로 ‘힘들다’는 말을 하기 모양 빠져 받는 사람의 ‘공짜심리’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의 범위를 넘어선다.

‘잔인’은 ‘비겁’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지만 난방연료의 속성 때문이다. 난방연료는 그 누구에게나 ‘생존’의 문제다. 열대지방 정글에서도, 적도가 가까운 사막에서도 밤에는 무슨 수를 써서든 불을 피워야 한다. 연탄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냥 ‘봉사활동 메뉴판’ 안에 있는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봄이 가까워지면서 그나마 배달과 기부의 손길도 뜸해졌다고 한다. 겨울의 급한 난방은 그럭저럭 해결됐지만, 밤잠을 편안하게 청하기 위해서는 봄과 가을에도 난방이 필요하다. 연탄기부와 배달봉사는 봄과 가을에도 계속돼야 한다.

연탄봉사, 함부로 하지 마라. 연탄 사용자에게 차라리 기대조차 하게 하지 말라. 올해 안 했지만 다가오는 겨울에 한 번 할까 싶다면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 봄과 가을에도 할 수 있을지도 고려하라.

한 번 했다면 심사숙고하고 다음에 할지 말지 신중하게 결정하라. 중단하려면 뒤를 이어갈 수 있는 후원자라도 맡아 놓고 중단하라. 내년에도 하기로 했다면, 후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알아보라. 그렇게 못한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생존의 문제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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