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
씁쓸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
  • 한국에너지
  • 승인 2017.01.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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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두 토끼 모두 놓칠 우려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지난 24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계획을 변경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변경과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해 계획의 2017년도 할당분을 재조정해야 해서 이러한 계획 변경이 있었다고 밝혔다.

변경의 골자는 올해 기업 추가할당분이 1700만 톤 늘어났다는 점, 이미 확보된 정부 보유 예비분과 기타 용도 예비분을 더해 5100만 톤을 조기감축실적으로 인정했다는 점, 내년부터 할당분 3%는 유상으로 경매 시장 등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골자만 보면 목표 변경이나 감축 로드맵 내용보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업의 추가 할당분을 더 늘렸다는 것이 그 증거다. 더구나 정부에서 천명했던 당초의 온실가스 목표인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나아갔다.

물론 기업들은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할당분을 더 늘려주든가, 외부감축 인정범위를 넓혀 주든가 하는 식으로 정책이 계속해서 변경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이번에 조정됐으니 다음번에도 배출권 할당이 더 되는 식으로 조정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면서 시장이 작동할 만큼 배출권은 충분히 풀려 있지 않다고 한다. ‘유예’에 가까운 ‘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거래제 시행 자체가 너무 조급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설득력 있다.

환경 관련 단체 등은 정반대다. 추가 할당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특히 산업 부문의 할당분이 7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다. 돈을 주고 경매를 해 가라는 목적은 배출권의 희소성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충분히 풀려 있으니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모자란다는 이유도 기업이 마치 ‘오만원권’처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다. 

만에 하나 배출권 시장 정책이 백지화되더라도 정책이었던 까닭에 적은 돈이라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있다. 보상은 없어도 본전이니, 무료로 풀렸을 때 확보해 놓는 게 손해는 아니라는 판단도 서 있다는 얘기가 도는 걸 보면 영 뜬소문만은 아니다.

환경단체나 산업계나 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택하기 어렵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장에 참여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밖에는 없다.

우리 정부는 파리협정에 함께 서명을 했고,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국제사회와 국민들에게 동시에 천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하나의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배출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사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는 지나친 조급증을 냈다. 감축량 목표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주먹구구도, 팔뚝짐작도 해 보지 않은 티를 내다가 이제야 지표가 잘못된 걸 깨달았는지 숫자를 이리저리 고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담당부처에 대해서도 정부는 오락가락했다. 그 때마다 변경의 이유를 제시해 왔기에 국민들이나 언론들은 정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에 와서 보면 주관부처를 흔들림없이 환경부로 했다면 차라리 혼란이라도 덜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그나마도 실무부서와 기관들을 계속해서 바꿔가고, 담당자들의 변경도 잦았다. 그 결과 기업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 우왕좌왕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까지 지난 시간이 ‘시범기간’이었다면, 잠시 시계를 멈출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러고나서 처음부터 방향을 다시 세워서 시작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산업계와 환경단체, 일반시민 등 다양한 참여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런 일일수록 조급증을 내면 될 일도 안 된다. 하지만 분명히 “이왕 시작한 일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올 게 뻔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별로 미세하지 않아 보이는 ‘미세조정’을 해가면서 이래저래 계획을 바꿀까. 궁여지책으로 차라리 방향이라도 분명하게 세우면 좋겠다. 배출권 시장의 활성화를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온실가스의 실제적인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할 것인지라도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 참여자들에게 적어도 혼동은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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