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대응의 역발상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신기후체제 대응의 역발상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1.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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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경제적 효과 ‘일석이조’…기술 상용화 관건

<신년특집 : 파리협정체제의 에너지 해법은 '기술'이다>

[한국에너지신문] 신기후체제는 기존 산업에 막대한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사업이 좋은 예다.

발전소, 석유화학공단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탄소자원화’가 주목받고 있다.

발생한 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자원으로 바꾼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이고, 소재, 연료 등 제품 생산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원화 기술 아직 초기 단계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은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면 시장 선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이고 막대한 경제적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패러다임 전환의 일환으로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탄소자원화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 확보된 원천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한 시범단지 구축, 산업 협력 네트워크 구축, 민간투자 촉진 및 글로벌 진출 지원 등 탄소자원화 생태계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외에도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메탄올, 경유 등 유용한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탄소자원화 사업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총 47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난해 발표된 ‘탄소자원화 국가전략프로젝트 실증 로드맵’은 일산화탄소를 활용하고,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만 추출해 1차 생산품을 만드는 등의 자원화 기술 상용화를 위한 실질적 준비작업이다.

산자부·환경부 등 관계기관 합동 ‘탄소자원화 프로젝트 로드맵’ 발표
2022년까지 475억원 지원
온실가스, ’30년까지 연간 2500만톤↓ 16조 3천억 규모 경제가치 창출 기대
기술 상용화시 시장선점 효과 톡톡

정부는 우선 일산화탄소만 95%의 순도로 분리정제해 화학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실증해 상용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총 273억 원을 투자해 산업단지 등에서 부생가스 활용이 용이한 광양-여수 산업단지에 실증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직접 활용해 폐광산 채움재를 생산하는 기술도 발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강원도와 충청북도 등지에 한국남부발전, 한일시멘트 등과 공동으로 총 202억 원을 투자해 실증단지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2030년까지 연간 250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과 16조 3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어디에 사용되나
 
이산화탄소는 유용한 물질로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다. 특히 산업용재를 만드는 데에는 이산화탄소가 필수적인 재료가 되기도 한다. 요소비료를 만드는 데에는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해매다 세계적으로 1억 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요소비료를 만드는 데에 재활용된다.

아직은 연구단계지만 독일의 한 자동차 기업은 이산화탄소로 디젤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e-디젤’로 이름붙은 이 연료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꿔 수소와 반응시킨다. 이렇게 하면 실제 원유와 비슷한 탄화수소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아직 양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각종 화학제품 원료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만 할 수 있으면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유사한 물질을 만드는 중간 과정 없이 곧바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방탄 유리나 자동차 부품,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산소와 탄소를 결합한 에폭시드(epoxide) 분자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만들고 있다.

이외에 페인트와 시멘트, 인공 뼈 재료로 사용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의 한 기업은 이산화탄소와 산업 폐기물에서 추출한 수산화칼슘을 반응시켜 탄산칼슘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으로 탄산칼슘 1톤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170㎏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탄산음료다. 이산화탄소를 탄산으로 바꿔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의 재료로 활용한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탄산음료 재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포집기술 개발 
 

▲ 이산화탄소 습식포집 테스트 설비

이산화탄소의 활용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기술 확보의 일환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미래부 지원으로 설립된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센터장 박상도)의 연구진들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 적용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재활용하기 위한 공정 전체 비용의 75%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고농도 포집과정이다. 이 때문에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인 포집 기술 확보에 전 세계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포집기술 개발 기존 기술比 속도 탁월 처리량 2.5배↑
국제적 성능 검진 추진 후 세계 포집 플랜트 시장 진입 계획

현재까지 개발돼 공개된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흡수제는 최소 120℃ 이상의 온도에서 재생되기 때문에 과다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문제점이 있다. 포집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는 흡수제와 공정 개발이 절실했다.

센터 연구진들은 기존의 상용화된 MEA 흡수제보다 이산화탄소 흡수 용량이 2.5배 이상 크고 흡수 속도가 1.5배 이상 빠르며 에너지 사용량과 투자비를 각각 40%, 30% 이상 절감시킬 수 있는 MAB 기반의 흡수제를 만들었다. 에너지 요구량도 기존 기술 중 최고 절감률이었던 2.4 GJ/tCO₂에서 15% 개선된 2.0 GJ/tCO₂까지 낮출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전문 대형 연구 사업을 통해 각 연구팀 간의 체계적인 협업을 통해 달성된 연구 성과다. 센터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연구팀을 구성해 흡수제 설계-합성-성능 평가/개선-공정 모사/공정 개발에 이르는 전 주기를 체계적인 기획 하에 추진했다.

경희대 김훈식 교수팀은 화학적 관점에서의 안정화된 혼합 아민 수용액에 비아민 계열의 물질을 첨가해 물리·화학적 안정성뿐 아니라 흡수 속도 및 용량을 크게 향상시킨 흡수제를 개발했다.

서강대 이광순 교수팀은 신속하고 정확한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우수한 흡수제를 선별(screening)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신 공정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백일현 박사팀은 연속 순환장치 운전을 통하여 흡수제 성능과 안정성을 평가하고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선정된 흡수제와 공정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센터는 150 Nm³/h 규모의 실증 테스트 운전 총괄, 분석 평가와 더불어 실험 지원 등 연구 이외의 상업화나 기술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에 구축된 2㎿급 발전 설비와 연계해 새로 건설된 150Nm³/h 규모의 실증 테스트 설비에서 장기 운전을 통해 검증된 결과다. 2017년에는 2000 Nm³/h(0.5㎿ 상당) 규모 실증 설비를 활용해 국제적 성능 검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2015년 1월 미국 EERC의 100Nm³/h 규모 파일롯 공정에서 초기 아민화합물(MAB) 흡수제의 성능을 검증한 바 있으며 이번에 개선된 흡수제에 대해 국내에서 150Nm³/h 규모의 공정에서 500시간 연속 장기운전을 통해 성능 검증을 완료한 것이다.

또한 내년 초 국제기관을 통한 성능 객관화를 위해 미국 국가탄소포집센터(NCCC)의 2000Nm³/h 실증 설비에서 성능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며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기술 사업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센터는 이번 성과를 통해 2030년 세계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시장에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2050년 전망되는 150조 규모의 글로벌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15조원의 매출이 창출될 것으로 센터는 예상하고 있다.

박상도 센터장은 “연구자들이 지속해 온 노력이 헛되지 않고 이렇게 결실을 맺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향후 국제기관의 성능 검증과 관련 기업의 주도로 대규모 실증을 완료하여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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