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수소’ 국내기술 어디까지
청정에너지 ‘수소’ 국내기술 어디까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1.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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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물 활용 혁신기술 속속…‘수소에너지’ 상용화 한걸음

<신년특집 : 파리협정체제의 에너지 해법은 '기술'이다>

[한국에너지신문] 태양에너지를 청정 에너지인 ‘수소’로 직접 저장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잇따라 개발됐다. 이 기술은 파리협정체제로 불리는 신기후체제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지구상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태양빛과 물로 수소를 제조하는 기술이 성공할 경우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오염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꿈의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다.

특히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로 각광받으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은 천연가스,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열을 가해 수소를 추출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대안은 햇빛과 물을 이용하는 광촉매 기술이다. 광촉매는 빛을 받아 높은 에너지를 가진 광전자와 전공을 발생시키는 반도체 물질이다. 광촉매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만들 수 있고, 유해 물질을 분해해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한 ‘인공광합성’의 사례 중 하나인 태양광 물 분해 기술은 햇빛과 물로부터 수소를 얻는 대표적인 청정연료 생산방법이다. 햇빛을 흡수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궁극적 미래 대안 기술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 주도 대형 과제에 투자하는 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태양광으로부터는 수소 생산 효율이 낮고, 소재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실용화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실용화에 필요한 10%까지 올리기 위한 연구 개발 경쟁이 붙었다. 

우리 연구진들이 이러한 경쟁 국면을 앞서 나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수소에너지 상용화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한걸음 더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과기연 ‘반도체 광전극 저가 제조법’, 생산 시스템 개발 기여
울산과기원 ‘인공나뭇잎’, 생산 효율 최고…3년내 10% 목표

과기연, 저비용·고효율 반도체 전극 제작기술로 태양광 수소 생산 상용화 앞당겨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청정에너지연구센터 황윤정, 민병권 박사팀은 태양광-수소 제조 디바이스인 광전기 화학전지의 태양광-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반도체 광전극의 저가 제조법을 개발했다. 프린팅 기반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태양전지에 주로 사용돼 온 황셀레늄화구리-인듐-갈륨(CIGS) 반도체 화합물을 광촉매로 직접 활용해 태양광 에너지를 수소에너지로 저장하는 인공광합성 장치에 적용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진공장비를 이용하는 CIGS 제작법은 대량생산 및 대면적화에 어려움이 있어 경제성 확보를 위해 저가의 프린팅 공정 기반의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반도체 화합물의 용액 프린팅 공정방법은 아직까지 고품질의 CIGS 박막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어 기술 향상이 필요했다.

황셀레늄화구리-인듐-갈륨 화합물(CIGS)은 구리, 인듐, 갈륨, 황, 셀레늄의 원소가 일정비율로 결합된 화합물로 반도체 특성을 나타낸다. 물을 환원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광촉매전극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용액 프린팅 공정 기반 합성법을 개발하고, 황화아연(ZnS) 방식층을 CIGS 박막 위에 도포해 CIGS 광촉매전극의 태양광-수소 전환 광전류 밀도를 제곱센티미터당 24mA로 3배 이상 큰 폭으로 높였다. 빛을 통한 전기화학반응으로 수소가 얼마나 빠르게 생성되는지를 가리키는 지표인 광전류 밀도는 기존소재의 경우 제곱센티미터당 7~10mA정도였다.

연구진은 효율 향상을 위해 CIGS 표면 상태(Surface State)를 억제하고, ‘전자-정공쌍’의 수명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도체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전자와 정공이 쌍을 이뤄 생성되고, 물 분해에 사용된다. 이 전자-정공쌍이 재결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전자-정공쌍의 수명이라고 하는데, 수소의 생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연구진은 또 파장별 광효율 측정으로 CIGS 광전극 내의 광전자 움직임이 광전극 활성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현상을 실험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편,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로 태양광을 전후면 양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작해 CIGS 광촉매 광전극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윤정 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저가 용액 프린팅 공정이 가능한 고효율 CIGS 화합물 광촉매 광전극 기술은 앞으로 태양빛과 물로부터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원천 연구사업 및 특화전문대학원 학연협력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지난해 말 실렸다.
 
울산과기원, 해조류 광합성 원리 모방한 수소 전환 효율 8% ‘인공나뭇잎’ 개발

▲ 울산과기원 이재성 교수팀이 개발한 이종쌍전극 인공나뭇잎.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효율 측면에서 한 차원 더 높아졌다. 고효율 ‘인공나뭇잎’ 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이재성(62)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반데크롤(van de Krol) 교수팀과 함께 물속에서 햇빛을 받으면 수소를 발생시키는 광촉매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인공나뭇잎은 물과 햇빛을 원료로 양분을 만드는 나뭇잎처럼 햇빛을 이용해 값비싼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반도체 소자다. 물과 이산화탄소, 햇빛으로 광합성을 일으켜 양분을 만드는 나뭇잎의 원리를 모방했다는 데서 ‘인공나뭇잎’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태양빛을 흡수하는 반도체 광촉매 물질을 물과 접촉해 수소를 얻는다

해조류도 땅 위 식물처럼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바다 속 깊은 곳에서는 태양빛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따라서 해조류는 자기가 서식하고 있는 깊이까지 도달하는 파장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맞춤형 광합성을 한다.

햇빛이 바다 속에 도달하는 파장대는 깊이에 따라 다르다. 즉 에너지가 낮은 장파장 빛은 얕은 깊이까지만 도달하고 높은 에너지의 단파장 빛은 깊은 바다 속까지 도달한다. 따라서 해조류는 자기 서식지에 가용한 빛에 적합한 광합성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연구진은 인공나뭇잎이 해조류처럼 햇빛의 서로 다른 파장대를 나누어 이용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광촉매 물질을 병렬로 연결한 ‘이종쌍전극(Hetero dual photoanode)’의 개념을 제안했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비스무트-산화바나듐과 산화철을 나란히 연결해 실제 소자를 개발했다. 이종쌍전극 중 비스무트-산화바나듐은 짧은 파장의 빛을, 산화철은 긴 파장의 빛을 각각 활용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5% 정도에 머물던 태양광 전환 효율을 8% 수준까지 올렸다.

대표적인 광촉매 재료의 하나인 비스무트-산화바나듐(BiVO₄)은 그 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5% 정도의 효율을 보이고 있다. 그 이상의 효율을 얻으려면 다른 광촉매 재료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더 넓은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산화철을 함께 사용해 효율 한계를 극복했다.

이번 발명은 값싸고 안정성이 뛰어난 재료를 이용한 ‘인공나뭇잎’ 소자를 만들어 광촉매 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10% 이상의 전환효율을 얻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재성 교수는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산화물을 이용한 광촉매 중에서 8%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나뭇잎 기술의 상용화 기준으로 여겨지는 효율 10%를 턱밑까지 쫓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기술로 3년 내에 효율 10%를 달성해 재생에너지형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값싼 수소를 공급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는 김진현(28) 포스텍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장지욱(33)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지난해 12월 14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대응 사업과 중견연구자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과 처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나뭇잎으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한 값싸고 안정적인 수소연료 생산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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