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아닙니다” 하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양재천에서] “아닙니다” 하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10.12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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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비웃고 답답해하는 그들의 정신병과 기억상실(?)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오래간만의 국정감사 취재. 관계된 기관과 공기업이 그리 적지는 않다 보니, 국정감사 자리에도 본의 아니게 자주 오가게 됐다. 정치 쟁점이 오가는 것이나, 그 때문에 고성이 오가는 것이야 뭐 아주 일반적인 풍경이라고 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장면이 있어 적어두어야겠다. 그것은 감사위원들의 질문에 피감기관의 장이나 책임자들이 하는 대답의 시작에 있다. 충격적이게도 그 대답은 이렇게 시작했다.

“아닙니다.”

물론 “대답해도 되겠습니까?”, “잠시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하는 허두(虛頭)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걸 다 치워버리고 남는 것은 온전하게 “아닙니다”였다.

그렇다면 “아닙니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대부분 질문에 대한 또는 질문과는 상관도 없는 어쭙지 않은 변명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변명은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납득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내용이다. 그들 사이에 서 있는 기자로서도 역시나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감사위원들을 답답해하거나 비웃는 듯한 기운도 감지됐다. 변명의 태도는 대개 당당했다.

“아닙니다” 뒤에 흘러나오는 답답해함과 비웃음, 그리고 당당함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자기들끼리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자기들의 외부에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는 ‘짬짜미’와 ‘회전문’의 불투명성에 있다. 그러면서도 신뢰를 받겠다는 다짐을 하거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떠벌리거나, 신뢰를 구걸하는 것은 순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물론 이번의 국정감사가 절름발이가 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국정감사 이외에 다른 쟁점이 많은 상황에서 서로의 준비부족이 사실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피감기관으로서도 일방적인 저자세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한다’는 분위기로 감사에 임하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와 그 하위에 있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기본은 나랏돈을 써서 국민에게 용역과 재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이라도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이 고객관리의 기본임이 자명하다. 정부부처와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감사위원은 신분으로 치면 국회의원이고, 그 뒤에 그를 선출해 준 국민이 있다는 것 때문에 그나마 피감기관의 존중을 받는다. 존중한다고 하는 것이 당당하게 답답해함과 비웃음을 흘리는 것이라면, 그들의 뒤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을 그들은 얼마나 답답해하고 또 비웃을 것인가.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말로,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도 일을 대충대충 하고 끝냈을 것이다. ‘우리들끼리인데’라는 의식이 너무 깊이 뿌리박히면 잘못된 것도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잘 된 것도 잘 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정신병자와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공부를 많이 안 한다고 욕을 먹는 국회의원들에게도 그렇게 많이 걸려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또 “아닙니다”를 외치고 있고, 외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뭘까. 상시국감일까. 그럴 수도 있다. 방법이야 어쨌든 기억상실증에도 정신병에도 걸리지 않은 정상적인 국민들이 그들의 행태를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아닙니다”를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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