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자회사 방만경영, 새 쟁점으로
한전·자회사 방만경영, 새 쟁점으로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10.0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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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국감 현장] 자회사 적자 누적·시공업체 선정 문제 등 도마위

조환익 사장, 누진제 문제엔 “폐지 아닌 개선 필요”
여야 의원, 누진제 완화·연료비 연동제 등 방안 제시

▲ 지난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신문] 5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전과 자회사 및 퇴직자 관계회사 등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자회사 등의 방만경영’이 새로운 감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술한 경영 수면위로

감사에서는 한전의 허술한 경영행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한전KDN, 그리고 한전원자력연료 등 4개의 전력공기업 및 전력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받아 한전을 비롯한 전력공공기관 자회사 중 일부가 적자 규모가 1400억원에 육박한 점을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산하 자회사 및 출자회사 52개 중 18개사가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당기순손실이 1370억원에 달했다. 특히 52개사 중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낸 적이 없었던 회사도 3개나 됐다.

이 의원은 “한전이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회사들은 18개사가 오히려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전은 전기요금으로 폭리를 취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자회사 경영부터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공업체 중복 낙찰 지적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5일 중복 낙찰이 금지된 한전 배전공사 시공업체 선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시공업체 5개 중 1개꼴로 주소 또는 전화번호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사실상 같은 업체가 이름만 바꿔 중복 낙찰을 받은 것으로 보고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요청하기로 했다.

박 의원 측은 “2015∼2016년 한전 배전공사 협력회사는 총 757개로 이 가운데 20%인 147개 업체의 기본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전은 단순히 사업자 등록번호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소 등 기본정보가 일치하는 경우에도 제출서류 검토 외에 제대로 된 실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5개 업체의 주소나 전화번호가 일치한 경우도 있었다.

박 의원은 “한전이 ‘배전공사 협력회사 업무처리기준’을 적용, 중복 낙찰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단순히 사업자 등록번호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소 또는 전화번호가 일치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제출 서류 검토 외에 제대로 된 실사를 벌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다수의 업체를 소유하면서 중복해서 사업을 낙찰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전에 이런 경우를 찾아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계회사에 사업 위탁도

자회사와 퇴직자 모임 등이 세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2012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한전KDN과 323건의 수의계약을 맺고 1162억원의 규모의 일감을 맡겼다.

특히 한전KDN은 지난해 4월 입찰담합으로 6개월간 입찰참가 제한을 받았지만, 입찰참가제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제재유예 조치를 받은 후 34건을 수의계약해 55억원의 사업을 수주했다.

한전 퇴직자모임 출자회사인 전우실업도 2012년부터 2016년 7월 말까지 한전과 8건의 수의계약을 맺어 2675억원 규모의 일감을 받아냈다. 송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던 사안임에도, 한전이 독점 수의계약 형태로 자회사·특정 기업에 사업을 위탁한 것은 시장의 공정경쟁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직원이 전기를 훔쳐 쓰는 일명 ‘도전(盜電)’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최연혜 의원은 “최근 5년간 공공기관이 전기를 훔쳐 쓰거나 위약한 사례가 총 1634건으로, 이 가운데 이를 감시해야 할 한전 직원이 전기를 훔쳐 쓴 경우도 23건이나 됐다”고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전 관계자는 “배전공사 시공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현장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2012∼2013년에 집중 점검을 통해 전기를 훔쳐 쓰는 직원을 다수 적발했다”며 “현재 직원이 전기를 도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한전KPS의 전체 파견직원 중 절반 이상이 20대 청년이며, 최근 5년간 인명사고의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이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서 발생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손 의원이 한전KP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파견직원 379명 중 57.2%인 217명이 20대 청년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 안전사고 47건 중 35건(74.4%)가 협력업체 직원이나 일용직들에서 발생했다.

◆조 사장 “누진제 폐지는 반대”

편 전기료 누진제에 대해서도 감사는 이어졌다. 감사위원들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연료비 연동을 통한 전력소매요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함께 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화석연료 등 국제연료가격의 변화를 전력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연료의 원가 변동에 따라 요금과 전력공기업의 손익이 급격히 변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피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환익 사장은 “검토 대상의 하나지만, 과거처럼 절대적인 필요성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판매단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로 떨어져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해외의 전기요금 체계를 조사해본 결과, 1달에 300㎾를 쓴다면 우리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50~60%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 맞다”며 “하지만 500㎾를 쓴다면 1인당 소득 수준에 비춰 유럽보다 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환익 사장은 “지나치게 시혜적인 요금 조치나 지나치게 징벌적인 요금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계를 낮춰야 한다면 시간을 갖고 개편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한전이 현재 6단계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한 뒤 완전히 폐지하는 방침을 세웠다가 후퇴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환익 사장은 "전기요금 누진제는 슈퍼 유저(전기 과다 사용자)를 위해서는 있어야 한다"며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다만 지금과 같은 급격한 차이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진제에 대한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조 사장은 “지금 폐지를 말하는 것은 다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등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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