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 합의한 OPEC…저유가시대 폐막 초읽기?
원유 감산 합의한 OPEC…저유가시대 폐막 초읽기?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9.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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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하루 최대 75만 배럴 감산 합의…최종합의까지는 ‘산 넘어 산’
▲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알제리 알제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 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너지신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28일(현지시간) 원유 생산량 감축에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외신은 OPEC 회원국들이 이날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포럼 비공식 회담에서 4시간 반 동안의 논의 끝에 저유가에 따른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14개 OPEC 회원국은 현재 하루 3324만 배럴인 생산량을 74만 배럴 감소한 3250만 배럴로 낮추기로 했다. 28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5.33% 오른 배럴당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 감산을 연구할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 뒤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 회의 때 이를 보고한다.

최종합의까지 성사되면 OPEC은 2008년 12월 이후 약 8년 만에 감산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감산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저유가 쇼크는 진정될 수 있지만 국제유가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분석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간 OPEC 내에서는 감산파와 증산파의 입장차이가 극에 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원하지만 나이지리아와 이제 막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 등은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OPEC은 러시아를 비롯한 원유를 생산하는 비회원국과도 감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직접 생산량을 논의하고 시장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과 고유가 시대의 재개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OPEC 국가 간 협의가 남아 있다는 점과 OPEC 비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등이 감산에 동참해야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이러한 분석을 지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OPEC의 감산량만큼 러시아의 증산, 미국의 셰일오일 등의 시추 확대가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말 유가 전망을 배럴당 43달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감산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OPEC이 적극적인 감산 의지를 드러냈다는 자체가 산유국의 가격 하락 견제 심리가 강해졌다는 표시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산 합의가 결렬되더라도 국제유가는 3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 소식에 항공, 해운, 자동차 업종 등의 국내 기업들은 유가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가 14개월간 0원일 정도로 유가가 많이 떨어져 당분간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에 부담은 되지만 운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유가가 다시 오르면 친환경차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OPEC의 결정에 세계 주요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6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3% 올랐다. 우리나라의 코스피도 국제유가 강세 영향에 전날보다 0.76% 올라 2068.72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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