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에너지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시대가 ‘날아온다(?)’
[양재천에서] 에너지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시대가 ‘날아온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8.1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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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끼지 않는 에너지 누구나 평등하게 사용하려면
▲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5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파워(Opower)’가 오라클(Oracle)에 인수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오라클이 눈독을 들이는 클라우드 업체가 많이 있지만, 에너지 업계에서 ‘오파워’가 오라클에 피인수되는 것은 지켜보는 사람이 많았다.

왜냐하면 이 업체가 전기 절약과 효율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사업화해서 창업을 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알렉스 래스키와 다니엘 예이츠는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한 가지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실제로 아끼게 만드는 것은 지구 보호에 대한 선의도, 훌륭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선풍기 대신 에어컨을 켜는 데 더 들어가는 비용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조사 결과 당신의 이웃의 77%가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메시지만이 실제로 에너지를 아끼게 하는 데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가 올해 같은 기록적인 폭염 앞에서도 과연 효과가 있을까.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향이다. 세계기상기구가 일찌감치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올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만 해도 올해의 폭염은 22년만의 폭염이었다. 일례로 서울지역의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의 기온은 거의 109년만에 최고기록이다. 이 기간동안 서울지역 평균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2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도 가량 높은 수치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가장 높은 온도다.

사실 서울의 폭염주의보는 이미 5월 말부터 내려지기 시작했다. 서울 이남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면 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 ‘당신의 이웃 77%가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의 77%는 ‘그 조사를 한 곳은 어디며 대상은 누구였느냐’는 식의 답장을 보낼지 모를 일이다.

오히려 ‘조사 결과 당신의 이웃 중 그 어느 누구도 에너지를 아끼고 있지 않았다’라는 메시지가 더 믿을만하다. 신뢰의 근거는 광복절 전까지 연일 쏟아졌던 전력 수요 관련 뉴스다. 12일 오후 5시에 최고치를 찍은 최대전력수요는 무려 8518만kW였다. 올해 여름에만 여섯 번이나 경신된 기록이다.

보통 냉방전력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수요보다는 산업용과 일반용 수요가 많다. 특히 공장설비나 데이터센터 등의 냉각을 위한 냉방장치 수요는 폭염이 아니어도 커다란 양이다. 폭염에는 그 양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상가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 전기는 펑펑 쓰이고 있다. ‘문 열고 냉방영업’ 단속을 해도 효과는 그 때뿐이다. 시내 어디를 나가봐도 큰 상점들은 ‘문 닫고 냉방’을 하면 추울 정도로 냉방을 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들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 폭염에 더 많은 고객을 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기록적 폭염은 올해만의 이야기가 될 것인가. 이 주기가 길어질 것인가, 아니면 바로 내년에도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인가. 예측은 불가능하다. 당장 올해 겨울에 기록적인 한파가 올지, 여름 온도가 올라간 것처럼 따뜻한 겨울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당분간 기상 이변은 계속된다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어쩌면 전기요금 누진제의 단계를 줄이고 늘리는 문제는 작은 일일 수 있다. 한파와 폭염이 계속 기록 경신을 한다면 에너지 정책 전체 틀을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끼지 않는 에너지를 누구나 평등하게 쓰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 어떤 사람들은 신재생에너지가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누군가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가장 평등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너지, 그리고 그와 연관된 식량, 산업 전반에 ‘자급자족’이 가장 훌륭한 대안이 아닐까.

이미 의식주 모든 방면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너무 많은 물품들이 우리가 가보지도 못한 곳에서 에너지를 사용해 ‘날아오고’ 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가보지도 않은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가 가보지도 않은 유전에서 뽑아올린 석유와 가스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냉방이든 난방이든, 아니면 그 어떤 것을 하든지 이제 더 이상 ‘날아오는’ 에너지를 받아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아니 ‘날아오고’ 있다는 건 지나친 예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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