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논란, 상대적 박탈감 잡아야 해결된다
전기요금 논란, 상대적 박탈감 잡아야 해결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8.16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가 산정 방법부터 용도별 요금체계 전체적으로 손보고 조정해야

[한국에너지신문] 찌는 듯한 폭염에 전기요금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11일 오후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올여름 7~9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으로 논란이 잦아들기는 쉬울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올여름 계속된 폭염에 가정의 냉방기 사용이 늘면서 ‘요금 폭탄’ 우려는 현실화됐다. 현행 누진제 안에서 냉방기 사용량이 급증한 8월 전기요금은 전 달보다 3~4배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예상에도 산자부는 지난 9일만 해도 전력대란 위기와 부자감세 우려가 있다며 벽걸이는 8시간, 스탠드는 4시간 정도 적절하게 사용하면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반시민들은 한전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으로 대응하고,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누진제 완화를 위한 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속출했다. 급기야 당정 합의라는 방법까지 동원됐다. 

사실 전기요금 개편은 약관을 고치면 될 일이다. 입법이나 사법, 당정협의와 같은 최종적인 또는 최종 직전 단계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정치인들과 전기의 소비자인 일반시민들은 왜 이렇게까지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주택용은 킬로와트시당 평균요금이 20여년 전에는 80~90원대였다가 최근에는 120~13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평균요금은 40~50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던것이 최근 들어서야 100원대가 됐다.

여전히 주택용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다. 산업용 전기료보다 수십년간 더욱 비싼 현실에서 오는 박탈감, 그리고 이를 더욱 고조시키는 일부 상가의 개문(開門) 냉방 영업 등이 시민들을 참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산자부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가스나 석유 같은 1차 에너지원보다 2차 에너지원인 전기를 더욱 많이 사용하는 상황이어서 전력대란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가정용 조리화기 중 가스레인지의 점유율을 전기레인지가 점점 잠식해 들어가고, 일인가구의 전기냉난방 수요가 늘어나는가 하면, 전기자동차까지 정책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소비처는 꾸준히 늘어나지만 공급처가 늘어날 여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열병합발전 등 그 종류를 막론하고 송배전 계통이 들어가야 할 대규모 발전소를 짓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에 이미 착공단계부터가 어그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산자부와 한전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산업용을 올리자니 재계가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마도 법무팀을 동원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주택용을 올려야 하는가. 그것 역시 쉽지 않다. 누진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소송은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아마도 이러한 움직임은 쭉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일괄적으로 내리는 것은 가능할까. 그렇지도 않다. 한전이 수익을 많이 시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강남 노른자위 땅을 판 대금과 송변전설비의 교체 주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보금인 것은 일반 국민들도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개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필수재가 된 지가 몇 십년도 더 넘은 전기에너지의 요금 책정을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대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용만 건드릴 일이 아니다. 산업용, 농사용, 교육용 등 모든 분야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새고 있는 전기’가 없는지 살펴보고,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지고 관리해야 한다.

이번에 정치권에서 구성한다는 태스크포스팀이 모든 것을 다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가 하든 근본적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편의 방향은 인상이어도 좋고, 인하여도 좋다. 세계 각국과의 형평성 문제나, 그로 인한 무역 마찰 등의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더불어 ‘다른 곳에서 내야 할 요금을 내가 대신 내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묘수여야 한다. 태스크포스팀이 그 작업의 밑거름이라도 할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