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vs 수소차, 응답하라 1988
[기자수첩] 전기차 vs 수소차, 응답하라 1988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7.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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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 김태언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현대자동차는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해 2018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 800㎞, 최고속도 177km 이상의 수소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에서 친환경차의 미래는 수소차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프랑스 에어리퀴드의 수소차 관련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당부처인 산업부, 환경부 등도 지난 1일,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수소차 충전소를 100기까지 확대하고 수소차 육성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차가 신산업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완성차 업체들과 각국의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두고 친환경차를 둘러싼 헤게모니 확보가 한창이다. 미국과 중국의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전기차에 대대적 투자와 양산에 힘쓰고 있는 반면 한국, 일본 등은 수소연료전기차 확산에 힘쓰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세계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전기자동차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왔다. 테슬라(Tesla)를 중심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그동안 전기차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 배터리 효율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차량판매대수에서도 지난 2012년에는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전기자동차의 수는 10만여 대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총 130만 대 돌파가 전망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2017년 출시예정으로 지난 4월 발표한 테슬라 모델3은 한번 충전으로 주행거리 346km의 스펙을 선보이며 이미 선주문 50만대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다.

수소전지차의 약진은 미미하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차인 투싼 ix35퓨얼셀을 상용화했지만 작년기준 국내 누적 판매량은 단 75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521대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수소차는 아직까지도 현대 투싼퓨얼셀,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라리티퓨얼셀 정도뿐이다. 사실상 각종 보조금이 주어지는 공공부문을 제외한다면 통계에서 잡히지 않는 민간분야의 수소차 수요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궁극의 친환경차는 수소연료전지차라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무한한 물질인 수소를 사용한다. 두 종류의 자동차의 모두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지만 수소차는 운행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배출되어 미세먼지 등 공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론상 수소는 85%의 효율을 나타내 가솔린 27% 및 디젤 35%을 포함해 어느 동력원을 비교해도 효율성면에서 손색이 없다. 여기에 수소차는 주행거리, 충전시간, 배터리효율성 측면에서 여전히 전기차에 비해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잠시 1975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소니(Sony)는 비디오 포맷방식을 두고 베타맥스(Betamax)를 개발했다. 이 베타맥스 방식은 이듬해 일본 빅터(JVC)사가 개발한 VHS방식보다 1cm당 훨씬 많은 분량의 화상과 고밀도 녹화를 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점차 베타맥스를 외면했다. 소니의 까다로운 표준 요구과 베타맥스의 호환성이 답보되지 않으면서 시장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소니는 1988년 베타맥스 사업을 접고 VHS 표준전환을 선언했다. 앞선 기술력과 시장 진출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수소차에 대한 정부와 현대차의 노력을 방향적인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소차의 가장 큰 단점인 열악한 충전인프라와 비싼 수소차 가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원천기술인 수소를 대량으로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차의 우수한 기술력과 친환경성에도 여전히 대중화의 길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반면 전기차는 기존의 전력에너지원을 쉽게 이용하면서 운행거리, 충전시간 등 주요 단점들을 점차 극복해나가고 있다. 핵심적으로 차량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가격은 곧 시장에서 대중화를 의미한다.

베타맥스 사례는 어떠한 기술적 진보와 방향성도 결국 시장성 확보 없이는 모두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궁극의 친환경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정부와 현대차가 1988년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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