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주장...한전 “전력산업 공공성 훼손 우려”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주장...한전 “전력산업 공공성 훼손 우려”
  • 조승범 기자
  • 승인 2016.07.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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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공정한 전력요금’ 내세워 전력요금제 개편 요구할 듯
▲ 충청남도 홍천에 있는 송전탑 모습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는 전력 거래시장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한 이후 충청남도가 주장해온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는 기피시설로 분류되는 발전소 및 송배전 설비 인근 주민들에게 저렴한 전력요금을 제공하는 제도로 충남도가 지난 2015년 5월부터 도입을 추진해왔다.

전국 화력발전소 56개중 26개가 충남 지역에 집중돼있어 발전소 입주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송배전 설비 인근 땅값이 하락하는 등 도내 곳곳에 위치한 발전소가 지역발전 저해요소로 작용해왔다는 것이 충남도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국가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충남도에만 특혜를 부여하는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송·변전소와 발전소에 인접한 충남 도민들의 경우,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발주법(발전소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피해보상을 시행 중이기 때문에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를 통한 추가적인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충남도는 인천시 및 부산시 등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된 다른 지자체와 함께 지역별 전력 차등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충남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대한 전면적 차등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면, 산업용 전력요금에 한해서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절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국내 전력산업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

충남도가 요구하는 지역별 전력요금제 도입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국내 전력요금을 총괄하는 한전이 충남도만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13일 전화통화에서 “충남도에서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를) 예전부터 주장해왔지만 한전에서는 줄곧 단일요금제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충남도만을 위해 제도를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청 관계자는 14일 “충남도는 발전소가 집중돼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정부에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를 꾸준히 요청해왔다”면서 “정부와 한전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충남도는 향후 (지역내 발전소 비율이 높은) 인천시, 부산시 등 다른 지자체와 함께 지역별 차등제에 대한 공론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부산시 등 발전소와 원전이 집중돼 있는 다른 지자체와 함께 공론화에 나서 차등제 도입이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이유를 대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와 인천시는 지난해 3월과 6월 각각 전기요금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와 ‘발전소 입지지역 환경개선지원법 제정’을 통해 전력요금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향후 전력요금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충남도를 포함한 세 지자체의 공동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충남도는 산업용 전력요금에 대한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해 충남 지역에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 지역의 (철강·화학 분야를 제외하고) 산업용 전력생산비는 평균 제조원가의 1.6%를 차지하는데 이 부분이라도 차등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충남도가 요구하는 제도 도입이 어려울 경우, 충남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체와 공장 등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이라도 차별화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국내 전력산업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

국가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중요시하는 한전의 입장에서 충남도의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 주장이 얼마나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달 1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에너지 공공기관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 사장은 “(전력시장 민간 개방이) 전력판매의 공공성을 저버리는 쪽으로 가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전은 벽지 도서에서 엄청난 손해를 보며 시설을 설치했다“고 말해 충남도와 인천·부산시 등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요구하는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한전이 발표한 내부 보고서도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가 국내 전력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를 제시해 조 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전력소매 시장이 열리고 다수의 민간 사업자들이 전력시장에 진출해 복잡한 전력요금제가 등장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와 고용이 감소하고 전력품질은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충남도가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을 주장한다면 민간에 개방된 전력시장에 지역이기주의 논란까지 겹쳐 경쟁력 약화가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충남도 산하 충남연구원 또한 2015년 9월 보고서를 발표해 충남도의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 주장은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해 지자체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를 제도적 모순이 아닌 지역 간 공공재 분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4년 12월 기준, 충남도와 인천시의 전력자립도는 각각 260%와 325%를 기록했으나 수도권인 서울시는 1.8%, 경기도는 28%를 기록해, 지역 간 전력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현 단일요금제에서 충남도와 수도권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송전손실비용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충남도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보다는 충남도 전력의 최대 수급자인 경기도를 포함, 서울시와 한전 등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에너지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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