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식 에너지 정책은 혼란만 야기한다
인스턴트식 에너지 정책은 혼란만 야기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7.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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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을 정책은 갑자기 나오지 않아…결정 내리기 전에 검토 단계 거쳐야

[한국에너지신문] 어느 정부든 국민들에게 잘 했다는 칭찬을 받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일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이는 동일한 것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정부부처는 직간접적으로 여남은 개가 넘는다. 각자가 관련된 범위 내에서 이를 처리하다 보면 엇박자가 나는 일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불신은 엇박자가 아니라 성급함 때문에 발생한다는 여론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달 초부터 시행하였던 가전제품 10% 환급 같은 정책도 그러한 성급함으로 만든 정책으로 본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성급한 발표 덕에 대란이 났다.

전산 시스템이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종이 노트로 만들어진 환급대장이 등장하였다고 한다. 가전제품을 사도 환급이 된다는 매장과 안 된다는 매장이 있었고, 매장 안에서도 어떤 직원은 된다고 하고 어떤 직원은 안 된다고 하였던 모양이다. 결정되어 있던 것은 10%라는 환급률과 환급을 한다는 사실 뿐이었고, 이를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뉴스에 푸는 것이 먼저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니 대란이 안 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정부의 발표를 들어 보면 준비가 미진하였던 점을 대체로 인정한 모양이다. 정부는 추가 환급절차 준비와 소비자 접근성을 고려하여 1일부터 가전양판점 4개 매장에 우선 시행, 추가 매장은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소명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전국의 전 매장과 전 유통채널로 환급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 결론이다.

만약 환급 정책을 시범운영할 예정이었다면, 시범 매장을 확실하게 공지를 하든지 아예 깜짝환급 같은 방식으로 하였어야 경우가 맞다. 더구나 이번 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고 재원소요를 추산하고 있다고 하니, 사실상 시뮬레이션도 한 번 안 해 본 정책이라는 지적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의 소명대로라면 가전제품 환급 정책은 황급하게 서둘러서 시행한 서투른 정책이었음이 분명해진다.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된 정책 역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마도 성공불융자에 대한 재개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제도 자체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한 이미지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실패한 정책을 다시 추진하려면 응당 그 준비가 철저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제 실패하였으니 오늘 또 도전하자는 주의는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아니, 개발도상국 딱지는 떼었다고 자처하는 우리나라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성공불융자 제도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저유가 시대에 탐사 리스크를 과연 어떻게 줄일 것인지, 금액이 많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어느 정도의 규모로 무엇을 재원으로 해서 편성할 것인지, 재정적 효율성이 지금 현재까지는 어떤 정도인지 등을 진정으로 면밀한 조사와 차분한 검토 단계를 거쳐서 이를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실패한 정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정부의 성급함은 신산업 분야일수록 더욱 잘 드러나는 듯 보인다.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에 대한 육성 정책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같은 제목의 정책들이 아마 날이면 날마다 쏟아질 참이다. 보급 대수 몇 대, 충전시설 몇 개소, 이에 들어가는 재원 얼마 등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가 있지만,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보급 예상량은 과연 소비자의 의사를 확인한 것인지, 충전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액수는 과연 계산을 제대로 한 것인지, 그래서 그 총액과 실제 소요액수로 발표한 액수가 잘 들어맞는지 알 수가 없다.

정책은 모름지기 국민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내어 준 세금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 세금을 낼 때 신중하게 내지 않았다. 일단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내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든 정부는 신중하여야 한다. 돈 빌려주고 묻지 않는 채권자를 채무자는 가장 좋아한다지만, 정부와 국민의 관계는 그러한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국민은 채권자가 아니라 주권자이고, 정부는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일을 하는 심부름꾼이다.

심부름꾼이 심부름을 아무리 빨리 하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주인은 그 심부름꾼에게 아무 일도 시키지 않게 된다. 이번 정부가 국민이 일을 시키기를 포기하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단 1년간 만이라도 충실한 정책, 준비가 잘 된 정책, 장기 정책으로도 손색이 없는 에너지와 환경과 관련된 정책이 나오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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