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정책 홍수, 우선순위·중요도 검토가 먼저
갑작스런 정책 홍수, 우선순위·중요도 검토가 먼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7.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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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희 기자 / 편집국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며칠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왔다. 지난해는 가뭄에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지난 며칠동안 ‘비다운 비’가 왔다고 환영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홍수도 났던 모양이다.

‘홍수에 먹을 물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홍수가 나면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구호품은 물이다. 식수만이 아니라 빨래와 설거지를 위한 물도 필요하다. ‘물’이 생활의 필수품이 아니라, ‘깨끗한 물’이 생활의 필수품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쓸만한 정보는 찾기가 어렵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홍수는 한 때는 ‘좋은 경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약간 피곤한 세상이 자리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들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깊이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속도전’이 필요한 세상 말이다.

최근 정부에서 에너지와 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직간접 관련 부처가 대여섯개는 넘으니, 거기에서 한 가지만 내놔도 대여섯가지다. 정책을 내놓는 속도와 분량은 엄청나다. 정책의 ‘홍수’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정작 속을 까보면 전에 있던 정책, 개인적인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연구 단계에 있는 항목들, 투입하는 재원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내놓을 것이 분명히 예상되는 정책까지 첩첩산중이다.

임기 말에 들어선 현 정부에서 단말마같이 내놓는 정책들을 현업에서는 ‘3탕 정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새로운 게 없다는 ‘재탕’, 알맹이가 없다는 ‘맹탕’, 효과가 없다는 ‘허탕’을 합쳐 3탕이라고 한단다.

우스개가 절반이긴 하지만 그 말에 ‘뼈’가 있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개그가 나왔을까 싶다. 일반인들이야, 생활인들이야 농담 비슷하게 받아들여도 될 이야기이지만 정부 정책 수립자와 담당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에 새로움, 알맹이, 효과를 모두 녹여내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사실은 닦달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나가 보고, 자연스럽게 들어 보고, 자연스럽게 느껴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움과 알맹이와 효과가 녹은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억지로도 안 되고, 푸념도 듣기 싫으니 3탕 정책이 나오는 것이야 이해해 줄 수는 있다. 정부가 성급하게 쏟아내는 속내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빨리 해야 할 일이 있고, 늦게 해도 되는 일이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있다. 정부의 ‘정책 홍수’가 혹시 그런 구분이 없어서, 정책의 우선순위나 중요도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서는 아닐까.

만약에 정말로 아직 그런 구분이 안 돼 있고 검토가 안 이뤄졌다면, 정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 그것부터 바로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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