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유에 한정된 미세먼지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수도권·경유에 한정된 미세먼지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7.04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지난 한달동안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는 데에 시간을 다 쏟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모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미지수이다.

그 한 예로 지난 주에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차관 주재로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지자체와 수도권의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제도’ 시행 방안을 논의하면서 환경부는 서울 일부 지역에만 시행되던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제도’를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 제도는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도입한 것이 시초다. 이미 20년이 넘은 정책이다. 2001년에는 일본 도쿄, 2008년 영국 런던 등에 도입돼 현재는 238개 주요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적용대상 차종은 초기에는 차량 총중량 3.5톤 이상의 자동차에 대해 적용한 후에 점차 3.5톤 이하 화물차, 소형버스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경유차와 휘발유차까지 범위가 확대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원래 제도의 취지는 단순히 노후 경유차가 아닌 공해 유발 전반에 관한 정책이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정부 발표가 저공해자동차로 확실히 인정된 차량만의 통행이라면 그럴싸하기라도 하다.

그러나 지금 나온 발표대로 2005년 이전에 등록된 2.5톤 이상의 노후 경유차의 통행을 제한하는 정도라면 정부 정책으로서는 초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부내용 합의가 아직 덜 끝난 상태이긴 하지만,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오래된 통근용 경유 버스도 운행 제한 대상이 되는데, 이 버스들의 교체 또는 저공해 장치 비용을 두고 수도권 지자체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버스 승객들만 골탕을 먹을 일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유 버스는 1700여 대에 달하고 운행횟수도 상당하다.

버스의 수송분담율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경유차라고 해도 버스승객들이 휘발유차를 모두 끌고 나오는 것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아주 실제적인 인식도 필요할 것이다. 생계형 개인 차량은 가급적 운행 제한에서 제외한다고 하는데, 버스 이용객도 ‘생계형’이라는 점을 눈여겨 보고 출근 대란 따위의 문제는 가급적 없도록 정책을 잘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서울, 경기, 인천 등에 대한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단순히 미세먼지 대책이 수도권만의 대책이어서는, 또 서울만의 대책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는 지적하고 싶다. 환경 오염이 덜 된 지역은 그 지역대로 깨끗한 환경을 원상에 가깝게 보존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환경 오염이 덜 된 지역일수록 운행 제한과 같은 정책이 더욱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왕 환경부에서 논의를 할 것이었다면, 수도권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담당자를 모아 놓고 논의하였어야 한다. 저공해 조치 명령도 확대하고, 저공해 장치나 폐차를 강제하는 것을 포함한 강력한 행정조치가 따라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관련 예산은 당연히 마련되어야 한다.

일단 시작해보자고 할 일이 아니라 시작과 동시에 효과를 보아야 하는 정책이 바로 이러한 정책이다. 우리는 환경부가 이 논의를 7월 한달만, 서울, 경기, 인천과만 할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국 지자체와 함께 하여야 한다고 본다.

대기와 수질, 토양 등 오염 관리의 대상이 되는 환경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서울 시민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 인천, 강원도 지역과 충남, 충북 지역에 영향을 준다. 경상도와 전라도, 제주도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그 정도를 넘어서 이미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우리의 미세먼지가 일본에도 영향을 분명히 주고 있을 것이다.

특정 지역과 특정 연료가 아니라 전체적인 ‘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환경정책이 절실하다. 그것이 공(功) 들여 세워 놓은 정책을 ‘공(空)’으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