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시장화, 방향·내용 신중해야 뒤탈 없다
에너지업계 시장화, 방향·내용 신중해야 뒤탈 없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6.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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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필수재인 만큼 공익과 사익간 균형 맞춰야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발표된 에너지공기업 기능 조정안에서 핵심 자리는 전력과 가스의 ‘시장화’가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당초 조정안의 중심으로 일부 공기업의 폐지나 통합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전력 시장 개방은 이미 2001년에 한 차례 시도되었다가 중단된 것이고, 전력 프로슈머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상태다. 한전이 독점을 유지하고 있는 판매시장에 민간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하여 업계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일부 통신회사들까지 나서서 마치 자신들이 이제껏 에너지 사업에 손을 대었던 양 ‘숟가락’을 얹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할 정도다. 에너지 사업을 전통적으로 영위하여 오던 기존 업체들 역시 발전과 판매의 동시 영위가 가능한지 어떤지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가스 직도입은 현재 발전소 소비용으로 자가 소비용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허용돼 있지만 완전히 풀려 있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제한적으로 풀려 있는 상태에서 자가 소비 이외에 잉여 물량을 다른 곳과 교환하거나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모두 소진한 뒤에 다시 도입을 해야 하는지가 관심사다. 가스 도입 가격 역시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시점을 선택하는 데에 따라 손익이 나뉘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스공사가 장기도입 물량계약 종기 도래시점인 2025년에는 계약 물량보다 수요 물량이 많아지고 배관시설 이용규정도 변경되는 등 민간기업의 직도입은 벌써부터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는 모양이다.

‘빗장’이 약간이나마 풀려있는 시장이어서인지 다른 분야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스공사의 주사업이 ‘도입’이라는 점에서 보면 역시 성급하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에너지관련 공기업들의 상장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와 있어 지켜볼만하다. ‘시장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증시 상장이기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분 투자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이번에 방향은 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은 완전히 확정하지 않은 채 ‘밑그림’ 수준에서 언급하고 지나갔다. 혹자는 예전과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할 정도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사람들은 경영 성과를 보상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하여 상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대규모 에너지 관련 설비를 가진 공기업을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로 지분을 사고 팔게 되면 국가 안보에까지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한다. 더구나 에너지는 서민들의 복지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상장을 추진해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자칫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들은 에너지 관련 학계와 연구계에서 주장한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원래 학계와 연구계는 방향을 잡아주고, 정부와 실무 분야에서는 방향의 세부조정이나 ‘거리(距離) 또는 지점(地點)’의 확정, 속도의 조절 등을 하는 것이어서 온도차이는 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정부의 이번 방안이 내용도 없고, 기존 방안의 ‘재탕’이라고 혹평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제안은 이번 정권에서, 결정은 다음 정권에서 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클 것이다. ‘시장화’가 바람직하다고는 하지만, ‘공공성 있는 필수재’라는 타 산업분야와 상이한 특성이 있는 에너지 산업에 대하여 ‘시장화’를 무턱대고 진행하기는 버거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서 에너지관련 정책을 조율할 때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한다. 기왕에 공익과 사익을 조화하기 위해 세워진 공기업을 사익의 편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산업의 수준을 언제까지나 유치(幼稚)한 수준으로 놓아두고 볼 수도 없기에 정부의 고민은 깊은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 시장화,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어떤 지점까지 가게 되든지 결정을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기왕 ‘공(公)’으로 만든 만큼 공익도 지켜져야 하고 ‘기업’인 만큼 사익 역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어떤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모든 형태의 시뮬레이션을 동원하여서라도 가능성 있는 방안을 찾아서 적절한 시점에 하여야 한다. 좌충우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심부름꾼인 정부가 하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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