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스산업 패러다임 바꾸는 사물인터넷(IoT)
석유, 가스산업 패러다임 바꾸는 사물인터넷(IoT)
  • 송태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 승인 2016.05.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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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태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

국내 에너지-자원 산업의 현황과 대내외적 도전

[한국에너지신문]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국내 및 해외 에너지-자원사업이 도전받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국내 에너지-자원정책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의 확보라는 외형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내실화와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된 대규모 해외 에너지 자원 투자에 비해 수익 창출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데 기인한다.

에너지 자원의 불모지인 국내 현실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 차원에서 해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산업의 특성상 사업의 수익성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적인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해 국내 에너지-자원사업 업체들은 이전의 원유가격 및 그 예측을 바탕으로 수립한 사업계획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진 상황이다. 배럴당 USD 100달러 이상이었던 원유가격이 USD 50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이 또한 하향이냐 상향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현재 상황에서 원유가격이 예전의 수준으로 높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전 세계적 에너지 자원의 수요 전망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글로벌산업의 가동이 예전 같지 않은데 특히, 해외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은 긴축경제 정책과 산업둔화 동향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당분간 줄어들 분위기다. 또한 세계에너지 산업은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태양광, 풍력 등 이른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사정은 국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정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탄소최소화를 지향하는 전력 에너지원 구성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에너지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환경의 변화요인에 더해 국내, 특히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에너지-자원사업이 겪는 난관은 더 있다. 바로 내부의 사업 운영 효율성 문제다. 해외 에너지-자원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는 현지 인허가 취득 지연, 사업추진 지연 등은 예상치 못한 사업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사업수익성은 악화일로에 놓이게 된다.

또한 사업 준비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 분석이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투자 심의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부족, 투자 이후 투자자산 및 회사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부족 등도 ‘도전적 요소’를 가중시킨다. 이러한 해외 에너지-자원사업에 대한 대내외적 도전은 종전의 투자사업뿐만 아니라 미래 예상투자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한층 제고하기 위해 혁신적이고도 전략적인 접근과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산업과 IT산업의 융복합
 최근 ‘6차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산업간 융복합이 화두다. 이는 산업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것으로 상호보완을 통한 상생과 발전을 지향한다는 협의와 함께 추가적인 융합 시너지 창출로 각각의 산업을 종전과 다른 새로운 산업으로 창조해 내는 광의를 포함한다. 즉, 단일산업들이 성숙화되면 원래의 기능 및 관행과는 다른 복합적이고 차별적인 연계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것이 산업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견인하게 된다.

융복합을 말할 때 가장 일반적인 것이 IT 기반 기술과의 융복합이다. 산업간 미래 융복합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산업의 경쟁력은 IT와의 융합을 통해 정보화, 첨단화, 지능화를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산업 자체의 효율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해당 산업의 사업 운영 패러다임을 혁신시킴으로써 현실화되며 에너지-자원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가스를 포함해 에너지-자원사업은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형태의 탐사, 개발, 생산, 운송 및 판매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러한 아날로그식 사업추진은 ‘High Risk High Return’ 이라는 경영진의 마인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결국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리스크에 노출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석유 및 가스 사업 경영진은 상류(개발, 탐사, 생산), 중류(운송, 저장), 하류(정제, 물류, 판매) 부문을 포함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고민해 왔다. 상당한 양으로 축적된 대내외 데이터와 정보를 제대로 분류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미래에 닥칠 리스크와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초기의 사업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운영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이를 통해 상류부문의 탐사, 개발 및 생산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시추-운전뿐 아니라 지금껏 시도 하지 못했던 지역에서의 에너지 자원 개발사업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중류부문에서는 파이프 및 운송 네트워크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통합을 가속화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류부문의 정제와 물류 또한 생산과 관리의 괴리현상을 없앨 수 있으며, 축적된 회사 및 시장 정보를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판매 역시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석유 및 가스업체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새롭고 차별되는 지역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 창조적인 경영을 도모할 수 있다.

산업의 융복합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 차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산물이며, 운영의 패러다임이 성숙화되는 과정에서 향후 타 산업들(예를 들어 금융, 제조, 소비재 등 산업)과의 융복합 또한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석유 및 가스업계는 저유가 기조, 에너지-자원산업의 사업 방향성 변화의 시기를 맞이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환경으로부터 오는 충격에 대해 ‘관망하며 기다리자’라는 자세로 대응할 수는 없다.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사업 운영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앞으로 다가올 전 세계 에너지-자원산업과 시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과거 기업 중요 자산의 한 축이었던 데이터와 정보에 대해 간과하거나 제한적인 활용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새로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이미 축적돼 있는, 또는 향후 수집될 데이터와 정보를 적재적소에 치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며, 이를 경영의 인사이트로 발전시켜 최종 경영의사 결정에 효과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에너지-자원산업과 IT 산업과의 융복합에서 IT 산업에 내재된 기술의 활용은 최근 업계가 겪고 있는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 및 활성화가 좋은 사례다. 에너지의 효율화 및 수요관리라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 하에 기존 에너지산업을 초월한 에너지 신산업 창출에 있어 ICT 산업과의 융복합은 결정적인 요인으로, 많은 에너지-자원 업계가 동 산업에 적극적인 사업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IT 산업의 요체인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은 에너지-자원업계의 경영 효율화를 제고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인터넷(IoT)를 통한 석유 및 가스산업 혁신
 사물인터넷(IoT)는 대량의 데이터 및 정보를 IT 기술의 활용을 통해 기계, 설비, 장치 그리고 사용자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해 정보를 생성, 수집, 공유 및 활용하는 기술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IoT는 전 세계 산업과 비즈니스에 혁신의 기회를 주고 있다. IoT산업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는 제조업은 물론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대표적인 석유기업인 BP와 원유개발사업 부문 협력이다.

BP는 석유 및 가스 개발사업 추진 시 IoT를 활용함으로써 탐사, 개발 및 생산 등 상류사업 부문에서 사전 매장량 추정과 시추가능성 분석, 시추단계의 손실 최소화와 안정적인 생산성 확보 등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석유 및 가스의 생산성을 조절하기 위해 잠재 수급처의 수급가능 물량 및 가격 등 데이터를 사전 분석하여 효율적인 영업을 시현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송유관 건설사업의 중류사업부문이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을 연결하는 송유관 파이프라인의 건설허가 과정에서 원유누출 안전문제, 지역환경 오염가능성, 사업자간 운영효율성의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양국간 송유관 건설 및 운영의 효율성 제고, 사업의 통합과 안정적 유지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운영기관 및 IT 기업간 IoT 분야에 있어 협력하여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즉, 중류사업 부문에 있어, 데이터 및 정보의 사전수집과 분석 활용을 통해 운송망 운영(경유지역과 최적의 거리 등)을 기획, 통합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파이프의 누출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함으로써 교환 및 수리 조치를 할 수 있어 사업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정치사회적인 불안까지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제 및 판매에 있어서도 정제설비에 대한 유지보수의 타이밍을 사전에 인지해 설비, 부품 등의 사전적 대체, 교환 등 공정의 공회전과 중단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판매 제품의 공급량과 시장점유, 판매 중점지역 등에 대해 경영진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마케팅 및 영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했다. IoT의 활용은 결국 에너지-자원산업 업체에게 자원의 효과적 배분, 비용의 절감과 분산된 정보의 최적 활용을 통해 경영의 전 부문, 즉 생산, 영업, 마케팅, R&D, 재무 및 회계 등 부문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자원 기업, 이렇게 변해야 한다.
 IoT를 구축함에 있어 인터넷을 통한 사물간의 기술적 연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과제는 구축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인데, 그 첫 과제는 데이터 애널리틱스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분류하고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 각 부문에 대한 경영진의 분석과 통찰력을 증대시켜 미래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것이 결국 IoT와의 융합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데이터 수집-관리에서 보안시스템의 확보 또한 중요한 미래 과제다.

최근 국내 에너지-자원 기업들은 여러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과 미래 불확실성을 동시에 겪고 있다. 모범적인 경영과 운영의 최적화를 시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내적 역량과 변화하는 대외환경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키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IoT 기술과 융복합, 데이터 애널리틱스 역량의 구축이 에너지-자원산업을 변모시키는 시작점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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