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중독' 탈피 선언…아람코 지분 청산 등 경제개혁안 마련
사우디, '석유중독' 탈피 선언…아람코 지분 청산 등 경제개혁안 마련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4.2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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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석유중독 않겠다" 사우디 비전 2030발표
▲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

[한국에너지신문]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는 25일(현지시간) 석유 의존 탈피를 위한 경제구조 개혁안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2위로 이 나라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이날 알아라비야와의 회견에서 "2020년이면 우리는 석유 없이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석유 부문 세수를 2030년까지 1630억리얄(약 50조원)에서 1조리얄로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부문 세수 비중은 전체의 70%에 달했다.

이는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수입의 70%를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모하마드 부왕세자는 국영 알 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어 위험하다"면서 "이는 다른 부문의 성장을 가로막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매우 비대하다"며 "아람코 지분을 5% 미만으로 매각하는 기업공개(IPO)로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람코의 지분 매각 대금은 2조∼2조5천억 달러(약 2천900조원)로 추산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국유지와 공단을 팔아 모은 수입을 합해 2조 달러(약 2천3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모하마드 부왕세자는 이달 1일 아람코의 기업공개가 내년에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아람코의 기업공개로 모인 국부펀드는 아람코가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 운용되고 사우디의 도시 개발에 쓰일 예정"이라며 "아람코 지분 매각은 전체 경제개혁 조치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전 2030은 또 국내총생산(GDP)의 민간부문 기여도를 현행 40%에서 2030년까지 6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광산업을 육성해 9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군수산업을 키워 2030년까지 국방비 투자분의 50%는 사우디 안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람코부터 시작해 의료와 교육부문 민영화를 통해 정부수입을 다변화해 비석유 부문 정부 수입을 현행 1천630억 리얄(약 50조원)에서 2030년까지 1조 리얄(약 306조원)로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비전 2030은 또 실업률을 현행 11.6%에서 2030년 7%까지 줄이고, 노동인구 내 여성 비율을 현행 22%에서 30%로 늘리는 한편 GDP 대비 중소기업 비율을 20%에서 3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쇄적인 비자 정책을 개선, 무슬림이 더 오래 사우디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다만 '사우디 비전 2030'이 사우디의 원유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시장 점유율 경쟁이 오히려 더 거세질 것으로 봤다.

프레이저는 사우디가 경제구조 다변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원유를 생산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마르 알 우바이디 바레인 전략국제에너지연구센터 프로그램 책임자는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사우디가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원유시장에 대한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면서 경쟁자에게 이롭고 자신에게 불리한 감산 요구는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짐 크레인 라이스대학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사우디는 경제 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가운데 사우디 부왕세자는 빙하시대 속도로 변화하는 시스템에 불을 붙이고 싶어한다"면서 "그의 생각은 합리적이지만, 추진을 약속한 시한은 덜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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