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력, 속도만큼이나 방향도 중요하다
한-미 원자력 협력, 속도만큼이나 방향도 중요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4.16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등한 관계에서의 호혜적 협력’ 실질적으로 이뤄내야

[한국에너지신문]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봉건시대의 외교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진국이거나 강대국인 경우에는 주도권을 쥐고, 후진국이거나 약소국인 경우에는 주도권을 양보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외교가에서는 진정한 협력이란 없다’는 이야기는 그러한 배경하에서 나온 것이다.

외교관계에서 그래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다. 개인 대 개인의 인간관계에서 통용되는 원칙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국방에 있어서든, 에너지 산업 관계의 협력에 있어서든 초강대국이자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미국에게 역시 우리는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주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가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개최되었다. 그 자리에는 양국 원자력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였다고 한다. 지난해에 양국은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고위급위원회라는 상설 전략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협정에 설치근거가 명시되어 있는 최초의 협의체이고, 이번 회의는 그 위원회의 전 위원을 소집한 최초의 회의이다.

기존의 한미 원자력협력의 형태는 양국간에 핵물질과 장비, 기술이 어떻게 오고 가느냐를 다루는 실무 차원의 협력이었다. 사실상 중요한 것은 전부다 미국에서 정하고, 한국은 그것을 따르면 되는 식의 협의에 머물렀다. 요새 사람들이 유행어 내지는 일종의 은어로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하면 된다’는 뜻의 ‘답정너’라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 꼭 그와 같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그러한 구조를 자연스럽게 타파하여 나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고위급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는 호혜적 파트너십, 다시 말해 혜택을 상호간에 주고받는 관계에 기반하여 원자력협력을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양국은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핵심 정책 결정자간에 상시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업별로 협력 방안을 따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의 기술 수준과 국제 관계상의 지위가 높아진 원인도 한 몫을 했다는 판단이 들지만, 원래부터 응당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경제 관계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1차가 되어야 하고, 소비자는 고객이라는 말로 바꾸어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관계 분야에서 분명 미국이 선진국인 것은 맞지만, 국가간의 상거래 관계를 따져 보았을 때에는 분명히 우리나라가 소비자인 동시에 고객이다. 그런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생산자인 미국이 정하여 주는 대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여 온 것 자체는 아쉬운 것이 아니라, 말이 안 되는 것이었을 수 있다.

일단 정부는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최선의 옵션 마련, 만약의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보장체제 확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수출 경쟁력 구비, 국제 핵안보체제 증진을 위한 선도적 역할 강화 등을 구체적인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실무그룹’은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진행상황을 계속 점검해 나가면서, 중간저장, 영구처분, 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 해외 위탁재처리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양국이 공동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하여 사실상 우리나라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모든 협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원자력연료, 원전 수출, 핵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등한 입장의 협의와 공동 평가, 연구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응당 진작에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 일이다. 고위급위원회는 사안별로 운영되어 오던 기존 협의체들도 산하에 두어 동 협의체들이 4개 실무그룹과 유기적 연관 하에 운영되도록 이끌어 나가는 한편, 원자력 안전규제 기관과도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했다고 한다.

양국은 일단 제2차 전체회의를 내년 상반기에 미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 실무그룹들이 협의를 순탄하게 해 나가서 ‘대등한 관계에서의 호혜적 협력’이 말 뿐이 아님을, 이번에만 아니라 내년에 있을 회의에까지 이어나가기를 바라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