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해도 신재생에너지가 뜬다
유가하락해도 신재생에너지가 뜬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2.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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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 주도 국가로 급부상
▲ 중국은 전기자동차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래 자동차시장 패권확보’와 ‘환경오염의 획기적 감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테슬라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중국 운전자가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

유가하락, 에너지 시장 재편 ‘신호탄’

[한국에너지신문] 유가하락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재편되고 새로운 에너지원이 출현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해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이 최근 펴낸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유가 하락이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 보고서에는 이같은 전망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돼 있다. 김 연구원은 일단 유가하락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제를 제시한다.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급락세를 보인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셰일유 개발과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실패 등도 원인일 수 있지만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유력하지 않다면 이런 급락세는 재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데에 그는 무게를 두고 있다.

살짝 앞서나간(?) 감이 있지만 성장기에 접어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테슬라’나 ‘한화큐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에너지소비량의 31%를 차지하는 원유의 63.8%는 운송용도로 쓰인다. 대중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전기차가 원유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유가하락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는 여려 요인이 결합했지만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가 전체 에너지원과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어가면서 미래 수요 감소가 전통적인 에너지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치 용량이 100GW 이상 급증하며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에너지 시장 재편과 그 원인이 되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김 연구원은 주저 없이 ‘중국’을 꼽는다. 그는 중국이 전기자동차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래 자동차시장 패권확보’와 ‘환경오염의 획기적 감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배기가스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 당국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2020년까지 중국내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목표로 삼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2014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총 153GW로 글로벌 1위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에만 833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유럽의 투자액 575억달러와 미국의 투자액 383억달러를 합친 액수에 약간 못미칠 정도로 중국의 투자는 엄청났다.

김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관련기업 주가 낙폭이 거세지만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한 만큼 규제를 강화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는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확보로 비용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기업-정부 모두 ‘주목’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는 이 시점에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세계 시장은 중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업과 정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파리기후협정은 신재생에너지를 성장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지열·태양열 등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014년 사상 처음으로 100GW를 돌파한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치용량 152GW 사상 최고치 경신

지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133GW를 기록했다. 올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도 전년대비 14% 성장한 152GW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산업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3288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대비 7% 증가한 345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전력시장 직접 구매 및 전력 재판매 허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1㎿ 이상)에 저장된 전력의 전력시장 판매허용, 소규모 풍력·태양광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모아 판매하는 전력 중개사업 허용 등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1월23일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2030년 미래비전 달성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에너지 신산업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진입 장벽 완화,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 등을 통해 법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OCI는 2020년까지 태양광발전분야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때문에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큐셀 OCI SK LG전자 등 관련 투자 ‘증가세’

국내 대기업들은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태양광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한화큐셀과 OCI는 투자 증가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올해 충북 진천군에 1.5GW규모의 셀 공장과 충북 음성군에 500㎿ 규모의 모듈 공장을 완공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셀과 모듈 공장을 충북지역에 구축해 충남(사업화)-충북(생산기지)-대전(R&D)을 잇는 태양광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신흥시장도 한화큐셀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인도에 148.8㎿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70㎿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에도 18.3㎿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다.

OCI는 2020년까지 태양광발전분야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때문에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OCI는 최근 중국 장쑤성 화이안 훙쩌현에서 '게 양식장'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총 27만㎡ 규모다. 발전 규모는 분산형 태양광 발전 6㎿, 집중형 태양광 발전 4㎿ 등으로 총 10㎿다. 또 올해 수익성이 큰 중국 분산형 태양광 발전 시장에서 총 125㎿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또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수주한 400㎿ 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완공된다. OCI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 세계 최적의 태양광발전 입지를 갖춘 인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 겸 SK E&S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이라는 조직을 따로 설치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新)에너지’ 분야를 선정한 SK그룹은 추진단을 그룹 내 신에너지 분야 싱크탱크로 키울 예정이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초보 단계의 신에너지 사업을 하는 그룹 관계사들에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에너지 신산업 성장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된다.

LG전자는 고효율 태양광 생산라인 8개를 보유한 구미 사업장에 2018년 상반기까지 5272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 6개를 증설, 총 14개의 생산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능력은 2018년 약 1.8GW, 2020년에는 3GW까지 올라간다.

■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직접 뛴다

LG그룹, 전기차와 에너지 분야로 9조 매출 ‘승부수’

계열사 시너지 제고로 기업간 거래 중심 사업구조 키운다

LG그룹이 올해 전기차 부품 분야와 에너지 사업 관련 분야에서 9조 매출을 올리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2014년 매출 6조원에서 지난해 7조원 규모로 성장한 이들 사업이 올해 9조원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기업간 거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관련 부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그룹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9조원 매출은 큰 무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것.

LG는 자동차부품 사업에서만 올해 5조원, 에너지 사업에서는 올해 4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3조원대 중반이었던 자동차부품 사업은 지난해 4조원으로 성장했으며, 에너지 사업도 같은 기간 2조원대 중반에서 3조원으로 커져 지난해의 실적을 이뤘던 것이다.

LG의 B2B 사업은 그룹 내 사실상 거의 모든 계열사가 다양하게 얽혀 있다.

GM 전기차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LG그룹의 자동차부품사업 부문은 특히 차체와 타이어만 빼면 자동차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동차용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등은 LG전자가 담당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차량용 모터와 센서는 LG이노텍이, 전기차용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한다.

LG하우시스는 자동차 내장용 원단과 경량화 소재, LG CNS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만들 수 있다.

에너지 사업 분야는 특히 전기차 부품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LG전자는 태양전지 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한다. ESS용 배터리는 LG화학이 만들어 LG전자에 공급된다. LG CNS는 원격검침인프라와 에너지 시스템 통합 운영을 맡고 있다. LG하우시스 고효율 창호 시스템과 단열재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서브원은 태양전지 발전 사업과 에너지 설계·조달·시공·운영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다.

LG는 관련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LG는 2011년 4조3000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한 이래 연평균 5000억원 이상 투자를 늘려 왔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조 3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도 LG전자는 태양전지 생산라인 신설을 위해 5272억원,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규모 올레드 패널 생산공장 건설에 1조 8400억원, LG화학은 국내 최대 농자재 생산업체인 동부팜한농 인수에 5152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소자·소재 사업에 올해 말까지 700억원을 투입한다.

자동차부품 사업과 에너지 사업도 올해 성장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LG전자에서 자동차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는 매 분기 평균 매출이 약 10%씩 증가하며 지난해 1조 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매출로는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한편 LG전자는 자동차부품 연구개발 인력만 지난해 1500여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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