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승용車 허용 논란 언제까지 가나
경유승용車 허용 논란 언제까지 가나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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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전제조건 배제로 무산

정부_ 경유차 판매 추이따라 에너지가격比 검토
시민단체- 시판후 문제발생시 생산중단 어렵다


논란 끝에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경유차 환경위가 합의해 만든 경유승용차 허용 전제조건 등이 경제조정장관회의에서 무시되고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가 허용됨에 따라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경유승용차 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환경부와 산자부 등 부처 이기주의와 정유사, LPG수입사, 자동차사 등 거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환경부는 지난 2000년 10월 경유승용차에 대한 미세먼지와 산화질소물 등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탄화수소(HC)를 예로 들면 1㎞ 주행에 0.01g이하를 배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대기환경기준이 엄격한 유럽연합의 현행 기준치(0.56g/㎞)보다 56배나 높을 정도로 이 기준은 유럽 등 선진국의 어떤 경유차량도 달성하지 못하는 ‘황당한 기준’이었으나, 여기에는 외국 경유차 수입을 막기 위한 현대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기업의 요구 등 이해관계가 담겨 있었다.
환경부는 또 출퇴근용으로 바뀌는 RV(레저용 차량)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8인승 이하 등의 RV는 2002년 7월부터 다목적 자동차에서 승용차로 차종을 변경,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 들어 당장 하반기부터 승용차로 차종이 바뀌는 싼타페(현대), 트라제^카렌스(기아) 등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단종 될 위기에 처하는 등 자동차 회사의 사정이 달라졌다.
더구나 싼타페, 카렌스는 가격 인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LPG RV를 대신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돼 있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를 볼모로 삼은 자동차 회사들은 ‘설마 단종 시키겠느냐. 그때가면 방법이 있겠지’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배출가스 기준 마련 등에서 자동차 회사와 ‘협력’했던 환경부 역시 해당 업체와 자동차 산업을 대변한 산자부의 거센 압력에 직면하는 등 새 법규 시행은 큰 부담이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국익’차원에서 경유차 문제를 재검토하자는 취지에서 자동차 회사는 물론 경유승용차 반대 운동을 펼치던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를 포함시켜 경유차환경위원회를 구성했다.
경유차환경위는 지난 2월 경유 승용차의 급속한 보급에 따른 대기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에너지 가격비를 휘발유 100 : 경유 85 : LPG 50으로 조정 △2005년 시판되는 경유 승용차의 50%는 유로4 차량이 되도록 판매쿼터제도입 △매연저감장치의 부착을 의무화 등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2005년부터 유로3, 2006년부터 유로4 차량의 시판을 허용한다는 데 합의해줌에 따라 경유차 논란은 해결의 전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청와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이 같은 합의 조건이 무시된 채 2005년부터 경유 승용차 시판을 허용하기로 결정됐다. 이날 결정된 정부 방침은 ‘2005년 유로3, 2006년 유로4 적용’이라는 경유차환경위의 2월 합의를 수용하는 듯하면서도 환경단체가 내건 판매쿼터제 도입, 매연저감장치 의무부착 등의 전제 조건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에너지 가격비를 “경유 승용차 판매 추이를 살펴가면서 2005년 중 검토한다”는 것으로 바뀌어 언급됐다.
그러나 일단 시판을 허용해 준 뒤에 가격조정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판단이다.
일단 생산·시판에 들어간 뒤에는 문제가 있어도 생산설비 투자 손실과 관련 부품업계 타격, 차량 구입계약을 맺은 소비자들의 피해 등을 제기하는 업체에 맞서 생산중단 등의 극단적 조처를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경유차환경위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경유 승용차 시판을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경유 화물차만으로도 미세먼지(PM)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을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에서 경유 승용차까지 시판할 경우 대기오염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며 연이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래저래 경유차 정책을 둘러싼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간의 갈등과 혼란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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