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환경정책은 거꾸로 간다’주장 대두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거꾸로 간다’주장 대두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04.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내년부터 경유승용차 기준 Tier2 적용
일본…신 배출허용기준 마련 2005년 시행

경유차 허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상일 서울대 환경보건학 박사는 최근‘거꾸로 가는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이란 자료에서 미국은 경유승용차에 대해 내년부터 새롭게 강화된 연방기준(Tier2)을 적용할 예정에 있으며, 일본은 2005년부터 시행 할 새롭게 강화된 내용의 배출허용기준을 지난달 말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두 기준은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적용해온 엄격한 환경기준과 대동소이하고 특히 논란이 됐던 질소산화물과 미세 분진의 기준 등은 더욱 유사하다.
이처럼 외국은 경유차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일부자동차 업계의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을 받아 들여 경유승용차 배출허용기준을 EURO-3 혹은 EURO-4를 적용키로 하는 등 완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즉 다른 나라는 경유자동차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꿔가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기준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시장은 미국으로써 그동안 미국의 소비자들은 경유자동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미국 소비자의 40%가 ‘앞으로 경유승용차의 구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타나는 등 경유자동차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국의 경유차 시장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어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유럽의 경유자동차 회사들이 호시탐탐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경유차량이 첨단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자동차 배출허용기준
(Tier2)을 통과할지 자신을 못하고 있어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곤혹스런 입장에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의 자동차선진국들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미국에서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자동차배출허용기준(Tier 2)을 통과키 위해 경유엔진과 전기자동차가 합쳐진 ‘경유-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미국의 후발주자들도 경유승용차 개발계획을 늦추거나 철회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나라의 자동차회사가 앞으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도 경유자동차의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업계가 주장하는 EURO-3 혹은 EURO-4에 맞춘 기술을 가지고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전 박사는 자동차 업계가 통상마찰을 이유로 현재의 엄격한 경유승용차의 배출허용기준을 느슨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에 대해서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경유승용차 배출환경기준은 환경부가 몇 년 전에 과학적 근거가 아닌 ‘일단 외국산 경유승용차의 수입을 막고 보자’는 정치적 이유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최고로 엄격한 기준으로 당시에는 이 기준이 모두에게 이익이 돼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이제는 경유승용차를 외국에 수출코자 하는 우리나라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으로 돌변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경유승용차의 외국 시장 진입을 좀 더 수월토록 하기 위해 배출허용기준의 완화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손쉬운 시장 진입만을 목표로 허용기준 완화를 요구했다가 나중에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면 연방기준보다 더 맞추기 힘든,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을 도입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어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 소비자의 환경오염에 대한 강한 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기준완화 보다는 엔진기술, 연료품질, 매연 후처리 장치 및 촉매 장치 등 다각적인 측면의 보완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기준을 통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전 박사는 정책결정과 관련해서도 외국의 경우 과학적 근거를 손에 쥐고 수년간의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기준 등을 탄생시키지만 우리 정부의 경우 이에 대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에 경유승용차에 대한 시판 허용을 결정하면서, 인체 유해성에 대해 두루뭉실한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연구자료를 찾아가며 고민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 박사는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일부에게 돌아가지만, 그 피해는 어린이, 노약자를 포함해서 전 국민에게 대대손손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할 경우 현재처럼 관계자들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 박사는 환경기준은 헌법과 같은 존재인 만큼 타당한 근거 없이 상업적 목적달성을 위해 쉽게 바꾸는 행위는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 수준도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당장의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하겠지만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전 박사는 최근 환경부에서도 발표했듯이 우리나라 대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나 대기 오염을 한참 개선해도 모자를 판에 대기 오염을 가중시킬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한 정책으로 후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업계가 얼마 안 가서 곧 부작용이 드러나게 될 ‘법 뜯어고치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술개발로 승부하겠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그 대가는 소비자로부터 과분할 정도의 수요로 보답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기술수준과 우리나라의 환경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아직은 경유승용차를 대중화시키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 박사의 생각이다.

<조남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