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제유가, 올라갈까? 내려갈까?
2016 국제유가, 올라갈까? 내려갈까?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1.1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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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간다면 1998년 이후 첫 2년 연속하락 / 올라간다면 OPEC 국가간 합의 이뤄진 것

[한국에너지신문]

국제 원유 가격이 지난 한 해 30% 이상 급락하면서 반등의 기회가 2016년에 있을지에 대해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산업의 향후 대응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고유가 당시 저유가 시대가 ‘호시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었다.

당장 기획재정부도 2015년에는 유가하락이 미국의 소비 확대와 유럽의 실질 가계소득 개선에 기여하면서 선진국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생산비 절감과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긍정적 분석은 공급과잉이 저유가의 원인일 경우 들어맞는다. 저유가가 선진국과 신흥국의 소비력 상승을 가져와 제품수요가 증가하면, 신흥국들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 신흥국 내의 소비력도 상승하게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이론이 지나친 탓이었는지 ‘저유가 호시절’은 그야말로 ‘반짝’이었다. 저유가의 시작은 공급 과잉이 원인이었지만, 최근 저유가 기조를 지탱하는 원인은 수요감소이기 때문이다. 수요감소는 세계 경제의 둔화 때문이다. 원유와 이를 기반으로 한 원재료 가격 하락은 결국 수출단가를 떨어뜨리고,수출 절벽에 다닥친 신흥국과 선진국의 소비력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수출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소비력 개선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내수가 침체되면서 석유수요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감소하는 역진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거의 모든 신흥국들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제 유가의 저조는 공급과잉과 수요감소가 복합된 때문이다. 지난 연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마감 가격은 배럴당 37.04달러였다. 2014년 6월엔 배럴당 11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락이다.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지난해 마지막 거래 가격과 비교하면 34% 낮게 형성됐다. 2014년에 비해 낙폭은 10% 내외 감소해 서서히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가는 어떻게 될까? 반등의 기미가 많지 않다는 분석과 올해 말부터 반등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양편 모두 만만치 않다.


<저유가 기조 이어진다>

원유 감산 실패로 공급 과잉 지속
수요초과 공급량 최대 200만 배럴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쪽은 최근의 기조를 거스르는 흐름이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셰일 원유와 가스를 이전보다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1998년 수평시추기술과 수압파쇄공법 같은 새 기술들이 개발됐고 2000년부터 셰일 생산은 가속화됐다. 세계 원유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스스로 정한 할당량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해 냈다. 미국의 원유 생산에 대한 경쟁 차원이었는지, 생산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보이는 현상만으로는 미국이든 석유기구 국가든 모두 감산에는 실패했다.

더구나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도 수요를 감소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인 중국이 저성장 국면을 맞이한 것이 원유 수요 감소의 충격파를 크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럽의 경기 회복은 더뎠다. 수요는 위축되고 있는데, 공급이 늘어나고 있으니 시장 논리로만 봐도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석유수출국 기구는 그야말로 저가 행진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미국이 셰일유와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수출시장 점유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석유생산국이 잘못 받아들인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데에 일차적 목표를 두다보니 감산을 거부했던 것이다. 국제유가는 급강하했다.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량은 하루 50만∼200만 배럴이다. 수요가 늘어나거나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재고는 계속 불어나 공급과잉현상은 심화된다.

가격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산 석유는 하루에 50만 배럴 가량 글로벌 시장에 나오게 된다. 40년 만에 수출길이 열린 미국산 원유도 외국으로 선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수급 균형은 언제 이뤄질까?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배럴당 20-30달러대에서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생산이 줄어들려면 배럴당 가격이 20달러대로 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달러대로 떨어진 이후에는 생산이 줄어들면서 수급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맥그로힐 파이낸셜 글로벌 인스티튜트도 20달러대로 떨어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맥그로힐은 골드만삭스와는 달리 올해말까지 이 가격대로 떨어져 반등을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2015년에 국제 유가가 3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원유정보제공업체 OPIS는 2016년에는 3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반등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30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석유기구국가들은 실제 생산량을 18개월 연달아 초과하고 있다. 사실상 목표량과 상관없이 각국이 원하는 만큼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기구국가들은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균형가격 반드시 형성된다>

생산업체 투자 축소로 반등 국면
단기 50달러 중장기 70달러 균형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다는 쪽의 반대 진영은 균형가격이 형성된다는 쪽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을 합의하는 데 실패하면서 당장 110달러 대의 가격은 기대하기 어렵고, 50달러 내지 70달러 정도 선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생산업체의 투자 축소 분위기다.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원유생산업체와 산유국 정부가 투자를 축소하거나 동결해 2-3년 내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에너지 업체인 에니(ENI) 역시 투자축소와 수급불균형 때문에 빚어지는 유가 폭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가격에 대한 언급은 역시 조심스런 눈치다.

투자가 결정되는 시기는 대부분 연초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연초에 저유가가 지속된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 투자액수를 늘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투자액은 결국 수익성과 연결될 것이 뻔한 상태에서 오르지 않을 유가에 기대 투자를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 브렌트유 2017년 1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51달러다. 결국 2017년말에서 2018년초까지 가면 50달러선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형성의 관건이 됐다.

다소 급진적이지만 하반기에 배럴당 50달러를 넘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석유가격 조사업체인 레이몬드제임스는 중동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생산량이 급감하면 유가 반등이 완연해져 올해 내로 50달러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레이몬드제임스는 올해 4분기에 서부텍사스산이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해 내년에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생산량 감소에 따라 균형 가격이 약간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2016년 하반기와 2017년에 큰 폭의 유가 회복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75달러가 원유가격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내내 횡보장세가 이어지면서 균형가격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자원개발업체들이 올해는 더욱 더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유가가 더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유가는 계속해서 30~40달러 선에서 머물게 된다. 상반기와 연말까지 이 기조가 계속되면 재무상태가 나쁜 업체들은 도산하고, 도산업체의 생산량 감소가 자연스럽게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수요 증가와 공급감소가 안정세로 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석유 공급의 감소로, 2016년 3분기에는 국제유가가 균형잡힌 안정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세계 에너지 수요량이 향후 20년에 걸처 현재보다 3분의 1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쿠웨이트국립석유회사의 입장도 비슷하다. 2040년이 되면 수요량은 1일 1억1000만 배럴에 이르게 되는데, 2016년에 가격이 반등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공급감소는 석유기구 비회원국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국가 재정 위기 때문에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 기조는 비회원국과 회원국 사이의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가격 경쟁으로 비화되면서 시작됐다,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국유물인 석유의 수입감소가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는 비회원국의 경우는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세계 원유 일일 생산량은 7500만배럴이다. 셰일유 등 비전통자원의 생산량은 일일 1800배럴이다. 수요량 대비 공급초과는 지난 5년간 평균을 훌쩍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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