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정보통신을 만나다’
‘자원개발, 정보통신을 만나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01.04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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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효율 ‘두 마리 토끼’ 잡아…남은 건 ‘무인광산’ 뿐
▲ ‘무인광산’이라는 멀어 보였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광산 안전을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핸드폰으로 통화하듯이 작업자와 연결하고, 작업자의 정확한 위치와 현재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광산 내 작업자의 현재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판

《2016 신년 기획-기술이 에너지다》

광산에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한 이유… 무엇보다 ‘안전’

[한국에너지신문] 2000년대 초반, 광업 메이저기업 리오틴토는 인력 부족과 높은 비용으로 낮은 생산성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들은 ‘미래광산(Mine of the Future)’이라는 이름의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1500㎞ 떨어진 사무실에서 무인 트럭 5대를 원격 조정해 광물 찌꺼기를 실어 나르도록 한 것. 점차 무인 트럭이 철광석을 나르기 시작했고, 총 10대의 무인 트럭을 한 사람이 원격 조종할 수 있게 됐다. 290톤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트럭은 위성항법장치를 통해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최근엔 지하터널 굴착, 채광, 광물 분류작업까지 사람 손이 아닌 로봇 또는 기계 힘으로 진행 중이다.

자원개발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근로자의 안전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은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광산 운영의 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원활히 소통하게 하며, 빠르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의 첼로페츠(Chelopech) 광산의 경우, 2013년 ICT를 도입해 생산량을 53% 늘리고, 생산원가를 톤당 30% 절감해 한때 파산 위기에 있던 광산을 정상화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광물자원公, 중소기업 ‘빅파워솔루션’과 광산안전관리시스템 개발
핸드폰으로 통화하듯 작업자와 상황실 연결

국내 광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사장 김영민)가 산업안전관리 솔루션 개발회사인 빅파워솔루션(대표 권갑현)과 함께 정보통신기술 기반 광산운영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2014년 5월부터 12월까지 꼬박 8개월이 걸려 개발됐다. 이미 국내 사업장과 해외 사업장에 속속 장비가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제천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며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었다. 석회석을 채취하는 국내 최대 광산인 충북 제천 대성 MDI 제천사업소에도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바로 이 시스템이 적용된 광산이다. 사업소 광산에 직접 들어가 확인해 보니 갱내는 대체로 안전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환경이 바로 광산이다.

“오늘같이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하는 악천후에서 작업을 해야 할 때 광산은 좀 더 위험한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석회석 광산은 안전한 편이고, 다른 광산도 예전보다는 훨씬 안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있을지 모르는 위험 요소를 최근의 정보 통신 기술 발전이 만회할 수 있습니다. 안전만이 아니라, 향후에는 생산효율 증대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십수년 전에 말로만 했던 무인광산이 이제 현실이 되는 겁니다.” 권 대표는 “직접적인 갱내 환경 적용과 실험으로 사업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대성MDI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마치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것과 똑같이 상황실과 작업자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이번에 공동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안전 확보 넘어 ‘무인 광산’ 꿈에도 ‘성큼’
열악한 갱내 통신 환경 극복의 실제적 대안 ‘주목’

 

▲ 실시간 광산 안전시스템 작동을 위해 갱내에 일정 거리마다 한 개씩 설치돼 있는 셋톱박스

이번 개발로 ‘무인광산’이라는 어렴풋했던 광업계의 꿈이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 광산의 재해발생 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2년 60명, 2013년 57명, 2014년 34명 등이다. 그러나 광산이 현대화되면서 작업에 대형장비를 활용하다보니 한 번 재해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하 갱도처럼 폐쇄된 지역에서는 GPS 신호를 받을 수 없다. 상호 소통을 위해 별도의 무선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갱도는 직경 5m 내외의 원통형 형태로 수 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까지 연결돼 통신 음영지역이 많고 지상과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2010년 매몰광부 전원을 구조했던 칠레 광산사고도 2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생존자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이 광산에 이번에 개발돼 보급되고 있는 시스템이 적용됐다면 정확한 사고 위치를 파악해 신속한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보통신 즉, 작업자나 장비 간의 위치확인과 음성통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산은 오지에 위치해 통신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개발된 솔루션은 이렇게 열악한 통신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광물자원공사는 일단 국내 광업계와 기술적 현안 사항을 협의하고, 업계 수요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파워솔루션과 공동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빅파워솔루션은 국내 산업현장 및 위험지역의 실시간 재난 예측과 사전 안전관리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공동개발된 광산운영 및 안전관리 시스템은 무선주파수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광산 갱내 작업자 및 장비의 위치 추적, 광산 갱구 출입이력 관리 △갱내 양방향 음성통화 및 비상상황 전파, 본사와 현장 간 원격 관리 △근로자 및 장비의 작업 효율성·광석 생산성 종합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시스템은 금속광(철), 비금속광(석회석), 철제 지보 영향, 전자파 전파거리 등에 대해 현장에서 실증시험을 거쳤으며, 2015년 7월 특허 출원을 마쳤다. 비금속광에 대한 실증시험에는 특히 대성MDI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국내 석회석 광산 2개소 구축
광물公 멕시코 볼레오 동광에도 ‘단계적 적용’

▲ 핸드폰과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설계된 통신장치. 이 설비로 상황실 및 외부와 교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대성 MDI, 성신미네필드 등 국내 석회석 광산 2곳에 구축됐다.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성 제천사업소에 구축된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광산안전지원 국조보조 사업으로 선정돼 설치비용의 약 70%를 지원받았다. 시스템 적용 후 모든 작업자와 장비에 신호 송수신을 위한 RFID 태그가 부착됐다. 광산에서는 각 작업자가 언제 갱도 안에 들어오고 나갔는지 이력 조회는 물론 클릭 한번으로 해당 작업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전체 작업자에게 비상상황을 알릴 수 있다.갱내 작업자 역시 각 작업장 상황과 작업자 현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현장의 온도와 습도 등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는 사무실 모니터 뿐 아니라 이동형 단말기를 이용해 갱내와 외부에 있는 관리자 간에도 가능하다.

송석재 대성MDI 상무이사는 “광산 운영의 전 공정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소통하면서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시준 광물자원공사 동반성장팀장은 “광산 안전에 대한 내용을 담은 광산보안법 개정안과 부속된 고시를 마련하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등 광산 안전과 관련된 법적인 보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광산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로 점차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광업기본계획’의 하나로 ‘자원개발+정보통신기술’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2024년까지 국내 광산에 무인 원격 조정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리오틴토와 같이 광산 운영을 한 두 명의 작업자가 모니터로 조정하는 ‘광업의 자동화 및 무인화’가 주된 내용이다. 근접 탐지시스템 등 3D 위치정보 기술 도입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어두운 갱내에서 장비와 근로자의 충돌 위험을 경고하고 위급 시 자동으로 장비를 정지시키는 기술이다. 환경 친화적이고, 효율도 높으며,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안전한 광업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국내 광업의 궁극적 목표인 ‘광물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광산에 대한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광산에 대한 정보통신기술 보급은 광업 생산성을 2013년 인당 38톤에서 2025년 47톤으로 24% 높이고, 백만명당 재해율은 2013년 28.6명에서 2025년 16명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산 관련 기술개발은 광물자원공사의 수익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실제 검증을 통해 상용화를 계속해서 성사시킬 경우 광업계 동반성장의 좋은 사례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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