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면서
한해를 보내면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2.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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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기후변화’ ‘객사’

[한국에너지] 어느 신문에 국내 IT기업 1위 사장이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에 대해 자신도 놀랐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현장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은 그나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체감이라도 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의 발달로 신문이나 책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지만 요즘 차를 버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하철 신문 가판대가 보이지 않는 것이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지하철을 30분은 타야 하는데 무료함을 달래 줄 신문 한 장, 잡지 한 장 구할 길이 없는 게 우리 세태다.’ 유럽의 기차역에는 서점이 있고 신문이 수십 종이 널려 있는데 말이다. 우리 국민이 신문이나 잡지를 볼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짬짬이 보는 신문이나 잡지는 정신적 양식도 되지만 무엇보다 글을 읽는 습관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실상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이 게임이었다. 물론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깊이 있고 폭넓은 정보는 신문이나 잡지책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좁은 화면을 통해 수백 페이지 되는 내용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사회가 신문이나 책을 접하기 쉽게 하기 위해 지하철의 가판대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세상이 변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고수해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 이 시대 변화와 함께 소리 없이 사라진 게 있다. 1975년 경, 국내에서는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 관리’라는 잡지가 올해 초 40여 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에너지와 기후변화’라는 이름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이 산업체에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잡지였지만 세월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수명을 다했다.

이 잡지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직접 발행했던 1997년 이전에는 약 1만부까지 발행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보던 잡지였다. 에너지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던 잡지였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소위 ‘아웃소싱’ 대상으로 선정되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 결국은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마지막 몇 년은 ‘에너지 동우회’에서 발행하였다. 직접적인 폐간의 원인은 에너지관리공단과 에너지동우회 간의 예산 지원을 두고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해 발행을 중단하였다. 시대가 변해 누가 요즘 책을 보느냐고 공단이 예산 지원을 늘려주지 않았지만 막상 책을 폐간하고 나니 공단과 동우회는 일 년 내내 심심찮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 수십년 에너지관리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를 접해 오던 현장의 실무자들은 정보 제공 루트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에너지 분야에서 40년 역사를 써 오던 잡지가 사라졌지만 어디에도 기사 한 줄 보이지 않았다. 짧은 역사가 아님에도 ‘객사’했다고 하겠다. 객사의 원인 제공자는 공단이다. 아웃소싱을 한답시고 해마다 잡지를 발행해 줄 사업자를 입찰을 실시해 선정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를 해도 제도가 그렇다면서 고집을 피우다가 객사를 시키고 말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려면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는 역사의식을 약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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