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지역난방) 30년을 뒤돌아 보며
집단에너지(지역난방) 30년을 뒤돌아 보며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2.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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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사변이 난 1950년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

[한국에너지] 1985년 11월 목동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국내에 집단에너지(지역난방)가 공급되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부는 88올림픽을 유치해 놓고 서울의 대기를 개선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서울의 모든 아파트에는 난방에 경유를 사용하고 있었고 일반 가정에는 무연탄을 이용하였다.


겨울이면 서울은 스모그 현상에다 검뎅이가 날아다녀 옥외에 빨래를 널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자 새로 개발하는 지역의 난방을 열병합발전소를 지어 해결하고자 한 것이 지금의 목동열병합발전소이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집단에너지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지역난방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서울시가 목동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산자부가 산하 공기업으로 별도의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만들어 전국 지역난방 시대를 열어왔다.


지역난방을 처음 시작한 곳은 핀란드다. 10월이면 눈이 날리고 이듬해 3월까지 어둡고 긴 겨울이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기는 너무 힘들다. 인구라 해봐야 지금도 500만 정도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긴 겨울 난방을 각각 띠로 하던 것을 공동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 지역난방의 효시다. 그 때가 핀란드에서는 1950년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지역난방의 시작이 한국의 6.25 사변이 일어난 해라고 설명하기 때문에 한 번 들으면 평생 잊어버리지 않는다.


핀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한 지역난방은 유럽 곳곳에 퍼져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지역난방이 가장 잘 되어 있고 기술력 역시 세계 최고다. 하지만 실제 지역난방이 꽃을 피운 곳은 한국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수도권은 물론 부산·광주 등 주요 도시마다 지역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곳이 없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단일난방 사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이야기지만 지역난방이 공급되기 전에 대부분의 아파트 난방은 중앙난방이라고 했다.


난방 방식에 따라 중앙난방과 개인적으로 하는 개별난방이 주류를 이루다 지역난방이 공급되면서 지역난방(집단에너지)과 중앙난방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지역난방과 중앙난방의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앙난방은 겨울이 시작되면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보일러를 가동하여  난방을 하는데 보일러를 24시간 가동하여 난방열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2번 정도 보일러를 가동하여 열을 공급하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방바닥을 최대한 데워 놓아야 했다. 불편하고 에너지 낭비 요소도 많았다. 이에 비해 지역난방은 일 년 내내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열을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필요한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년 내내 열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오히려 지역난방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는데 중앙난방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역난방 보급이 확대되면서 개별난방에 가스를 공급하는 도시가스사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사업장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와 도시가스 사업자가 부딪쳤다. 지금도 그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였다. 정부의 지속적인 보급·확대 정책에 힘입어 지금은 민간 사업자도 10여개 사에 달한다.


80년대 중반 초창기에 지역난방 공급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당시에 지역난방은 국민 소득 2만 달러는 돼야 갖출 수 있는 난방 시스템이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만큼 선진화된 편리한 난방 시스템이란 뜻이었다. 지금은 3만 달러 시대이니 아파트를 지으면 지역난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지역난방 공급 규모를 갖고 있지만 서울시가 처음 시작한 목동의 지역난방 사업은 주도권을 지역난방공사에 빼앗기면서 목동 사업장은 에너지관리공단 서울도시가스 등에 위탁 관리 운영을 해오면서 목동열병합발전소의 운영을 두고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행히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지금의 박 원순 서울 시장이 부임하면서 이를 서울시의 에너지를 담당하는 에너지공사로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역난방의 원조로서 상했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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