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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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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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 글의 종류는 많다. 기사도 그 가운데 한 가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종류가 무엇이 되었건 쉽지 않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글이란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전달할 수만 있다면 글을 쓰는 사명은 다한다고 할 수 있다. 기자라는 직업은 이 부문에서 훈련이 많이 되어 있어 비교적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정리하는 편이다.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비판적 기사를 쓸 때다.


보편적으로 비판적 기사는 남이 잘못했다고 바로 하라고 쓰는 내용이기 때문에 일견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도 잘 모르는 것은 물론, 이보다 더한 것은 글을 쓰는 자신이 과연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자괴감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글을 쓰다 접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몇 해 전 어느 기관에서 사외이사를 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는 사외 이사는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 싶어 모 기관의 이사 역할을 10여년 넘게 하는 곳이 있다. 창립하는 곳이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보니 정이 들어서인지 믿어서인지 이것저것 맡기는 처지가 되었다. 장을 선임하는 인사위원까지 맡게 되었다. 어떤 조직이던 조직을 이끌어 가는 장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조직 장을 선임하는 문제는 제도와 현실이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모든 공조직의 장은 공개모집하도록 되어 있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선임 규정부터 올 사람까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인사위원이라고 무슨 이야기를 한들. 가을밤의 풀벌레 소리보다 나을 리 없다. ‘현장에서는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입을 다물어 놓고 기사를 쓸 때는 그런 사람들을 비판한다’글을 제대로 쓸 수 있겠는가?


기자란 직업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 가는 직종의 하나다. 현실감 없는 글을 쓰면서 보낸 세월을 지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다행이라는 것을 위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프로 축구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은 12개 구단 감독이 모두 영국 국적이 아니라고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다. 멀리 있는 것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대구와 전남에는 그 지역 출신이 아닌 기관장이 각각 세 사람이 있는데 가장 우수한 기관 실적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어느 연구원장은 3년 재직하면서 연구원 매출을 다섯 배나 올린 곳도 있다. 연구원이라면 정부가 주는 예산이나 앉아서 운영하면 그만인 것이 우리나라 연구원의 생태가 아니던가? 연구원이 사업을 해서 정부가 주는 예산 보다 몇 배 더 벌어 자립 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정부에서 몇 달 전 공무원과 정치 교수들의 취업 제한 지침을 하달했다. 고위직 공무원들은 3년 내 산하 기관이나 100억 이상 매출 기업에 갈 수 없으며 교수는 기관장으로 가면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등 강력한 규정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관치나 정치 교수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혁중의 개혁이라 할 수 있지만 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로 인해 요즈음 정부 고위직들이 하부 기관으로 못 내려가면서 하부 기관들의 인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직 사회에서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막혀 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하자. 세상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이지만 우리 모두 가 잘 해 보자는 뜻에서 하는 것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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