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 실패의 요인은
‘에너지 대전’ 실패의 요인은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1.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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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주도 한계… 민간으로 넘겨야

[한국에너지] 필자는 ‘에너지 대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에너지 대전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기관차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세계 유수의 에너지 전시를 둘러보고 취재하고 다니면서 늘 우리는 그러한 전시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 번민해왔다.


전시는 그 분야의 산업발전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물론, 산업의 실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려면 에너지 대전이 세계적인 전시회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산업의 리더격인 독일이나 일본이 그렇듯이 말이다. 소위 전시와 같은 컨벤션은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가는 유일한 수단이다. 유럽을 흔히 강소국이라고들 하는 이유는 인구가 우리의 10분의 1도 안되지만 각국마다 몇 가지 분야에서는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가 잘 모르는 컨벤션이라는 문화가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것 이외에도 유럽의 강소국들은 각기 분야별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몇 해 전 오스트리아 목질 에너지 컨벤션을  갔더니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700여 명이 모였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은 각국마다 에너지 분야에서 한두 가지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어느 국가나 사람이 바뀌고 정권따라 정책이 바뀌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유럽의 강소국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컨벤션을 통하여 꾸준하게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컨벤션의 역사가 이백년이다. 오랜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민간이 컨벤션 산업을 주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컨벤션은 산업발전의 기관차는 물론 돈을 버는 산업이 되었다. 컨벤션은 서비스 산업의 원조고 핵심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컨벤션 산업의 실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도박도시 라스베가스는 한해 4000여 개의 컨벤션이 열린다. 우리나라 전체 규모보다 크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라스베가스는 컨벤션으로 돈을 버는 산업인 반면 우리는 돈을 쓰는 산업이다. 대부분의 컨벤션이 정부의 예산을 끌어와 수익성이 아닌 소비성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행사는 물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컨벤션 모두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려면 적어도 5억 원, 전직 장관을 초청하려면 적어도 1억 원이 들어간다. 초청 비용만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초거대 예산 사업이다. 따지고 보면 정부와 언론사들의 홍보 사업이다. 세계회의 행사가 대단한 컨벤션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난해 대구에서 개최한 세계 에너지 총회는 300억 원이 투입되었다. 정부가 예산으로 감당을 못해 기업들에게 전가시키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국제 행사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8년 전, 문화관광부가 컨벤션 산업육성책을 들고 나왔다. 민간에서 정부의 예산없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컨벤션은 10개가 안되었다. 그린에너지 컨퍼런스를 문화부는 3대 컨벤션에 선정했다. 한국의 컨벤션 산업은 태아 수준이다. 에너지 대전은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 장충단공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역사는 50년 정도 되는 에너지 업계에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모든 것이 일천하던 시절에 지금의 에너지공단이 이 행사를 주관해 왔다. 행사가 잘돼서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 아니고 명분과 예산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시가 안되어 거르기도 했다. 올해 규모는 커졌지만 ‘썰렁하다’는 말로 대변된다.


에너지 대전은 왜 실패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컨벤션은 근본적으로 비즈니스가 바탕이다. 공기관에서 비즈니스 흉내는 내지만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따라 갈 수 없다. 컨벤션을 공기관에서 해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공기관에서 하게 되면 어느 나라나 권력이 개입하게 된다. 권력의 개입은 참여자의 마인드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비즈니스는 능동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참여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권력이 무서워 참여하는 형국에서는 컨벤션이 제대로 될 수 없다. 해외 전시를 다녀보면 기업의 수장들이 전시장에 나와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왜?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강권에 못 이겨 참여하는 기업은 소모성 비용으로 처리하고 만다. 관의 주도는 모든 행사가 윗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비즈니스는 위아래가 없다. 관이 주관해서는 탈피할 길이 없다. 관이 주도해서는 이른바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발전하고 성공할 수 없다. ‘노하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문인력의 확보다. 공기관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


에너지 대전은 우리 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 컨벤션이다. 에너지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느냐 마느냐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해서 에너지 대전은 세계적인 컨벤션으로 키워야 한다. 그 답은 컨벤션의 기본인 민간 이양이다.


<지난 10월 12일자 신문 11면에 게재된 ‘성호칼럼’ 내용 중 “한국가스공사가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사는 “기자단을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며, 전문지든 일간지 및 경제지든 기자들의 친목모임이 있겠지만 이를 공사가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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