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원자로
스마트 원자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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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로 시집간 소형 원자로 기술 소형 원전 기술 포기다. /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기술 기술 강국 말로만 되는 건 아니다.

[한국에너지]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을 수출한 것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 원자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 에너지 업계의 최대 사건이었다. 이 당시 정부는 원전 수출이 자동차 전자 수출을 합친 것보다 수익이 좋다고 했다. 스마트 원자로는 이후 올해 9월에 사우디와 상세 설계를 하기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원자력 연구원이 보도자료를 냈다.


어떻게 해서 사우디와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었는지 관심 사항이었다.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식사자리에서 우연한 대화였다. 원자력 업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지방 고위 인사가 ‘스마트 원자로를 이 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알고서 뺏어간 것이다’라는 한 마디였다.


스마트 원자로는 러시아의 폐 원자로를 도입하여 원자력 연구원에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한전이 연구비를 지원하여 개념설계·기본설계 수준의 연구단계에 도달했으나 그 이후 한전이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다. 스마트 원자로 개발 사업은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상을 청와대가 알고 사우디에 들고 간 것이다.


스마트 원자로라는 것은 이름과는 달리 소형 원자로를 의미한다. 보통 발전용은 1000메가 이상이지만 우리가 개발에 나선 스마트 원자로는 100메가 정도로 소형이다. 1400메가짜리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한 실력을 갖고 있는 우리가 100메가가 뭐 문제이겠는가 할 수도 있지만 대형보다 소형이 더 어려운 모양이다.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 인력이 백여 명 넘게 미국에 가서 짧게는 일 년 길게는 2~3년 동안 기술 이전을 받았던 선례를 보면 스마트 원자로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은 한국형 원자로 개발에 이어 우리가 원자력 발전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발전 사업자였던 한전이 판매 사업자가 되고 전력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다 보니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봐야 국내에서 실용성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 판단이 서면서 연구는 중단되었다. 다시 말하면 연구개발을 감당하는 미래부는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실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산자부가 돈을 대야 하는데, 미래부·산자부가 의견 합의를 보지 못해 스마트 원자로 연구개발 사업은 표류하고 있었다.


사우디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연구원이 상세설계 업무협약을 했다고 보도 자료를 내 놓았지만 아마도 상세설계 이전의 기본설계가 아닌가 싶다. 사우디가 일억 달러, 우리가 삼천만 달러를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우디 경제가 요즈음 유가 하락으로 어려운 국면이라 싸인만 한 단계이지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우디는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결국 돈은 사우디가 많이 대고 우리가 개발해야 하는 형국임에도 사우디가 참여하는 목적은 기술의 권리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 원자로가 건설 운영단계에 들어가면 원자력 연구원은 연구개발이 종료된 상태에서 연구 인력을 사우디 운영인력으로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는 단숨에 원자력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반면 우리는 소형 원자로 기술을 애써 개발하여 남에게 주는 꼴이 된다. 소형 원자로는 생각보다 시장이 많고 또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특히 원자력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의 경우 소형 원자로의 기술은 미국과 영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 원자로 개발을 포기 하면서 우리는 원전 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을 포기 한 것이다. 한전이 대형 원전 발전소를 지으면서 엄청난 민원에 시달리면서 그 10분의 1도 안되는 원전에 매달려 정력을 낭비하기 싫다는 것이 지원 중단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소형 원전의 개발이 전력 생산만이 목적이 아닌 상황에서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원자력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을 건조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 핵심인 소형 원자로 개발의 길을 우리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길은 없을까? 물었다. 이 인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연구개발의 권리를 갖고 있는 한전이 한수원에 권리를 이전하거나, 어렵지만 민간 사업자가 나선다면 국내 자체 개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라는 답을 내 놓았다. 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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