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거꾸로 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 한국에너지
  • 승인 2015.11.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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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에너지예산 삭감은 15년전의 데자뷰… IT벤쳐 산업육성 실패 사례서 교훈 얻어야"

[한국에너지] 정부가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장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기업은 좀체 ‘기’를 펴지 못한다. 시장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0.8%에 불과하다. OECD 국가 33개국 가운데 꼴찌다. 덴마크 47.95%의 60분의 1, 한 단계 위인 32위를 차지한 스위스 1.6%의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신재생에너지로 집계되는 발전량 60% 정도가 폐기물을 활용한 것이어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보급은 더욱더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신재생시장 성장이 더딘 이유를 지리적 특성과 경직된 정부 지원책에서 찾는다. 태양광은 넓은 면적이 필요한 탓에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성장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최근 주택용 등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낮은 전기요금은 설치 필요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풍력은 여전한 규제로 육상에서는 사실상 새로운 단지 개발조차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풍력 단지는 바람 세기가 가장 중요한데 풍질이 좋은 지역은 이미 단지개발이 거의 진행됐다”며 “최근 REC·SMP 하락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용률이 좋은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상풍력사업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등 정부 주도 사업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민간 기업 소극적 대응과 지역의 반대 여론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매년 높아졌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관련 예산은 지난 2015 국감에서 원자력 및 자원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에너지자체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됐다. 2012년 대비 올해 15%가량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신재생분야는 2015년 정부가 지원책을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RPS로 전환하면서 직접 지원도 줄어든 상황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이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 약을 지어본들 소용없다는 의미로 지난 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빗대고 있다.


정부는 국감 발 정쟁에서 찾아온 회초리가 무서워 오히려 내년도 에너지 및 관련 R&D예산을 줄였다. 관련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아직도 경제학의 매립비용(埋立費用)에 매몰된 채 원자력만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고집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시작과 더불어 정부는 202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6%로 잡았지만 이제 불과 5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2030 신재생에너지 4대 강국도약’이라는 구호 앞에 작금의 행태는 거꾸로 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업계의 시름은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중국, 인도 등 신재생 후발 기업들의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면서 국내 신재생업체들은 수출 활로까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에는 수 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순식간이라는 것을 지난 2000년대 초반 IT소프트웨어 산업육성 사례를 통해 배웠다. 동일 선상에서 에너지 예산 및 관련 연구개발비 삭감은 15년 전을 그대로 데자뷰(Dejavu)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한번 우리가 내년도 에너지 관련 예산안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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