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동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 <3>
에너지 동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 <3>
  •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
  • 승인 2015.10.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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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

[한국에너지]

원전건설, 늦추는 것이 답이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지방 앞바다에 진도 9도의 지진과 해일이 일어났다. 무려 24m의 파도가 마을을 덮쳤다. 직접 사망자만 1만 8500여명에 이른다. 방사능 피폭 사망자는 700여명으로 방사능 부상자는 정확한 수가 파악조차 안 됐고, 30만명이 방사능을 피해 고향을 버리고 이재민 신세로 전락했다.


사망자 중에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약 700여명이고, 후유증이나 스트레스를 받아 숨진 2차 사망자도 현재까지 1800여명에 이르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까지 해일이 덮친 것이었다. 발전소가 침수돼 전원 및 냉각 시스템이 파손되면서 핵연료 용융과 수소 폭발로 이어져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사람과 물건을 가리지 않는다. 후쿠시마 반경 60km 이내에 사는 유아의 절반이 성인 방사능 허용치보다 26배나 더 피폭되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방사성 물질 누출은 일본산 농작물,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쳤고, 일본산이라면 공산품류까지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돼 유무형 경제 손실은 수백조엔이나 된다. 미국과 유럽의 회사들은 사고 지점에서 290km 떨어진 도쿄에서까지 주재원을 철수시키고 있다.
도쿄의 방사능 수치도 평소의 23배나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파견된 현지인 연구원은 필자에게 “절대로 도쿄에는 출장을 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전언대로라면 아직도 일본 당국은 정확한 유출 방사능 수치를 축소하고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


사고는 일본의 원자력 정책을 바꾸는 듯 보였다. 일본은 원전 54기를 일시에 가동을 중단시키고 2040년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전 제로 정책이 전면 재검토됐다. 23개월 만에 원전을 새롭게 가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총 발전량의 20~22%까지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엄청난 위력의 원자폭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고를 바로 곁에서 지켜 본 것이 바로 한국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원전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가를 생각지도 않는 모양이다. 태연히 원전 건설을 늘려나가는 것은 여간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렇게 원전이 많은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성과 이에 따른 공급 안정성이다.


2011년 9월 전국에 걸친 대규모 정전 사태는 더 이상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당국의 의중일 것이다. 정부 에너지 정책 최우선 과제가 ‘안정적 공급 기반 유지’라는 점은, 정부입장에서 원전은 필수적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비단 일본의 사례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30년 전인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벨라루스, 러시아 인근 등 15만㎢에 해당하는 방대한 지역에 방사능을 오염시켰다. 구 소련은 사고 사실을 즉시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피해반경은 엄청났다. 사고지점에서 1300km나 떨어진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 방사능 위험 수치가 검출될 정도였다.


유럽은 이 사고로 원전의 위험성을 크게 인식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고 당시 0~14세였던 아이들 2000여명이 갑상선 암에 걸릴 정도로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원전 건설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원전건설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사실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중동 일부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나마 사정도 우리와는 한참 다르다. 중동의 일부 국가는 금세기 내에 석유가 고갈될 것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원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에너지 중 석탄 비중이 높아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의 원전은 한반도와 인접한 서부해안에 포진돼 사고가 일어난다면 우리가 그 피해를 다 받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나라가 이를 견제해야 한다.


우리가 참고로 삼아야 할 것은 중국이나 중동 국가들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막강한 위력에 놀란 독일은 원전 17기에 대해 2022년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
원전에 대한 재고는 세계 1위의 원전 국가 프랑스가 있는 유럽에서 발원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원전이든 무엇이든 안전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이 나오곤 한다.


최신형 첨단 부품을 사용하겠다는 발표도 이어진다. 하지만 사고는 시스템과 부품의 문제 밖에도 원인이 많다. 지진이나 화산폭발 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사람에 의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지진이나 화산 등에 대한 대비가 일본보다 부실한 우리나라에 비슷한 사고가 생기면 그 피해는 일본의 몇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제는 되묻고 싶다. 원전이 과연 진정한 해결책일까? 도‧시‧군‧구 전체의 찬성이 아닌 인근 주민의 반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폐장에서 해결하면 된다지만, 쌓여 있는 고준위 폐기물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기하는 기술이 아직 세계적으로도 마땅치 않다. 필자는 원전을 짓지 말자는 반대론자가 아니다. 단기적으로 원전만큼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원전 건설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만큼은 지적하고 싶다. 발전 단가가 조금 추가되더라도 오염물 배출이 적거나 거의 없고, 위험한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다른 에너지원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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