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석탄산업 ‘다시보기’ 아니, ‘일으키기’
꺼져가는 석탄산업 ‘다시보기’ 아니, ‘일으키기’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10.05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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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강희 기자/전력·원자력·기타자원 담당

[한국에너지] 과학(科學)이라는 단어에서 ‘그루 과(科)’자의 한자 어원은 벼[禾]를 되어보는[斗] 것이다. 벼를 되어 보면 어떤 것은 쭉정이이고, 어떤 것은 알곡인 것을 알 수 있다. 과학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임을 이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알곡과 쭉정이를 선별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키’다. 오줌싸개들의 머리에 씌우고 소금을 받아오라고 하던 바로 그 도구다. 완전히 건조된 벼를 받쳐 키질하면 쭉정이는 날아가고 알곡만 남는다.


밥을 짓기 직전, 물에 불린 쌀에 조리질을 하는 이유는 돌과 쌀을 선별해 내기 위한 것이다. 어떤 돌은 쌀과 입자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밥을 먹다가 이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 ‘조리’로 쌀을 띄워 솥에 담으면 돌은 자연스럽게 맨 마지막까지 남는데, 덜어 버리면 그만이다.


석탄산업에서도 단위열량이 높고 운송비용이 적게 드는 고품질 탄을 선별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 왔다. 그 중에서도 ‘조리질’에 해당하는 습식 선탄법이 많이 이용돼 왔다. 물, 정확히는 중간비중용액으로 광석을 거르면 비중이 작은 탄은 떠오르고 비중이 큰 경석은 가라앉는다. 습식법은 품질은 좋지만 용액 속의 화학물질과 탄 폐수 때문에 수질 및 대기 오염 문제가 있다.


오염 문제가 있으면 물을 안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사실 건식 선탄법은 습식보다 훨씬 더 역사가 길다. 하지만 재래식 건식법은 품질과 효율이 떨어진다. 작업원이 일일이 손과 눈을 이용해 솎아 줘야 하는 일이니 노동집약적이기도 하다. 3D업종에 속해 노동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지질자원연구원에서 놀라운 기술을 개발해 냈다. 간단히 말해 ‘조리질’이 아닌 ‘키질’을 이용하는 것. 선탄 라인 밑에서 구멍을 통해 공기를 불어 넣어주면 비중이 낮은 탄은 떠오르고 비중이 큰 경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손쉽게 선탄할 수 있다. 보통의 건식 선탄 라인에 에어콤프레서 한 가지만 추가하면 되니 비용도 저렴하다. 실제로 이 기술은 습식 선탄에 비해 6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저품질 탄의 경제성을 향상시켜 주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폐탄광 재개발이나 가행탄광 경제성 향상 모두에 유용하다. 건설골재나 시멘트 혼화재 등으로 쓰이는 부산물인 경석 역시 ‘순도’가 높아지니 활용성도 더 커진다.


이 놀라운 기술을 발명해 낸 이들은 지질자원연구원 선광연구실에 소속된 김병곤 박사 팀이다. 2011년부터 관련 연구를 이어온 김 박사팀은 올해 3월 기술실증 실험을 마쳤다. 기술을 사업화할 기업을 찾던 지질자원연구원은 마침내 지난 4일 국내기업 한빛KSE에 향후 10년간 국내외 제작 판매 및 수출 허용 조건으로 10억원에 기술을 이전했다. 수자원 부족으로 습식 선탄에 어려움을 겪는 몽골 등지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삼척 파일럿플랜트에서 확인한 비용절감 가능성에 비춰 본다면 국내 활용도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최근 강원테크노파크도 ‘지역자원활용 신석탄산업 육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석탄산업을 재조명하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저효율 미개발 저급석탄자원과 경석의 활용방안, 더 구체적으로는 산업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연구진들은 국내에는 아직도 석탄이 8억 5000만톤이 묻혀 있다고 밝혔다. 아직도 어마어마한 국내 석탄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 및 시험 시설 건립에 강원도는 강원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내후년부터 2021년까지 330억을 투입한다. 강원도는 여기에서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면 특화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의 기대는 큰 상황이다.


꺼진 불만 다시 볼 일이 아니다. 꺼져가는 석탄산업도 다시 봐야 한다. 꺼진 불은 다시 비비거나 물을 뿌려 끄면 될 일이지만, 꺼져가는 석탄산업은 다시 불을 일으켜야 한다.


석탄산업의 불을 서서히 꺼지게 만든 것이 ‘합리화’였다면, 꺼져가는 불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재(再)합리화’일 것이다. 기술 개발과 향상에 따라 재합리화의 길은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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