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 원자력 빼기 수력 더하기
‘물의 나라’ 원자력 빼기 수력 더하기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09.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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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수력 전력공급률 이미 57%육박…비중 더 늘리고 지열·태양광도 만지작
▲ ‘물의 나라’로 불려 온 스위스에서 원자력이 지는 한편으로 수력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스위스 연방 정부의 올해 에너지 전략에 따르면 원자력 시설 철수에 따라 모자라는 전기공급량을 수력발전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 ‘물의 나라’로 불려 온 스위스에서 원자력이 지는 한편으로 수력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스위스 연방 정부의 올해 에너지 전략에 따르면 원자력 시설 철수에 따라 모자라는 전기공급량을 수력발전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목적 또는 발전용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의 전기가격이 신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이어서 기존 시설을 고효율화하는 방법으로 수력발전 관련 시설이 정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설비공급과 기술협력 등의 사업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이유다.

스위스 내의 대형 수력 발전과 관계된 전력 산업 회사는 알픽스위스(Alpiq Suisse SA), 악스포파워(Axpo Power AG) 등 중대형사만 약 10여개 내외가 포진해 있다. 스위스 수자원 관리협회 회원사는 위의 회사들을 포함해 113개사로 이들이 스위스 내 수력 발전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스위스는 국토의 60% 이상이 산악지형이다. 강수량도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 1245mm의 두배가 넘는 2600mm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나마 여름에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위스는 강수량이 연중 고르게 분포된 편이다.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스위스는 1910년대에 이미 수력 발전을 시작해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스위스가 수자원을 활용하는 데에 ‘하늘’만 돕는 것이 아니다. ‘땅’도 ‘하늘’ 못지 않게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 전역의 담수 중 6% 가량을 저장하고 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을 저장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빙하와 고원지대의 호수 덕분이다. 산지 높은 곳에 형성된 빙하가 물의 증발을 막으면서 동시에 호수를 일년 내내 마르지 않도록 유지시켜 주는 것.

이렇게 ‘땅과 하늘의 도움’에 힘입어 스위스는 전체 생산 전력의 57%를 수력에서 얻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37%를 차지하고 있고,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인접한 독일은 수력 발전 공급 비중이 4%에 불과해 10%를 차지하는 풍력 발전이나 7% 내외인 태양광 발전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스위스는 수력 이외의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스위스 연방 에너지청이 발표한 2050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에너지계획에 따르면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은 거의 모두 철수될 예정이다. 원자력의 ‘빈자리’는 수력 발전과 기타 신재생에너지가 채워 넣게 되는데 아무래도 수력의 비중이 월등하게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계획은 전력생산 효율화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계획이다.

수력으로 연중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가능한데도 스위스가 생산효율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계절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여름에는 전기가 남아 잉여전력을 다른 나라에까지 공급한다.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은 날씨 덕분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난방 전기 수요가 올라가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사와야 한다. 이 때문에 스위스의 전력산업 부가가치는 높은 편이다.

2012년 기준 96억 스위스 프랑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11조6800억 원에 달하고 이는 전체 스위스 부가가치의 1.7%에 해당된다. 또한 2012년 기준 고용 규모는 2만4300명에 달한다. 스위스 수력 관련 산업은 자본집약산업이다.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용해 대기업 집중도가 심하다. 관련 인력의 40%가 상위 5개 회사에 고용돼 있다.

에너지 공급 효율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에너지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전기제품 사용 증가, 대중교통시설의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이 주원인이다.

스위스 전역에는 1332개소의 수력발전 시설이 있다. 개수 기준으로 14%에 해당하는 대형 수력 발전 시설에서 전체 생산량의 93.7%를 생산한다. 기존 시설 효율화가 겨울 초과수요에 대응하는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수력발전 비중이 이미 높은 스위스는 대형 수력 발전 시설을 더 건설하는 안을 만지작거리는 한편 지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스위스 에너지기업인 알픽(Alpiq)은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수력발전을 효율화해도 잠재 생산량은 필요량의 15-16% 정도인 3160GWh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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