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고 뽑고 뽑고
돌고 돌고 뽑고 뽑고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08.24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강희 기자/전력·원자력·기타자원 담당

[한국에너지] 기독교 성서 창세기를 보면 ‘노아의 홍수’라는 것이 나온다. 지난해 초에 개봉했던 러셀 크로우 주연의 ‘노아’가 여기에 착안해 제작된 영화다. 창세기에서 (혹은 영화 ‘노아’에서) 그리는 세계, 특히 동물과 식물의 상(相)은 우리들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환경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풍족하다. 그러나, 그 사건을 거치면서 지구는 그야말로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된다. 황폐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전(全)지구적으로 볼 때, 후손들은 어떻든 조상들보다는 황폐화된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석유와 가스, 석탄과 같은 지하자원의 부존에 대한 가설 중 하나가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와 같은, 또는 그것과 유사한 전지구적 대격변이다. 창세기 역시 ‘물’과 ‘비’가 당시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잘 읽어보면 땅에서 고온의 지하수가 대량 용출되고 고열의 화산과 용암이 터지고,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어떤 물 근원들이 땅을 덮기도 하는 것 같다. 글로만 읽어서는 잘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사건이 끝난 뒤에 지구는 그야말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됐을 것이다. 영화에도 그러한 묘사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 쓰레기 중에서 지하에 처박힌 거대동물이 많이 모여서 석유가 됐을 것이고, 역시 지하에 파묻힌 거대식물이 많이 모여서 석탄을 이뤘을 것이라는 게 지하자원의 생성에 관한 한 가지 가설이다. 물론 고온과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위한 환경도 제공됐어야 함은 물론이다.


폐기물 중에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동물이나 식물이 죽은 것들이다. 동물의 경우엔 말라서 뼈만 남기 전까지, 식물의 경우엔 말라서 가루가 되기 전까지는 부패과정에서 냄새가 말도 못하게 심하다. 게다가 당시의 동식물은 규모가 엄청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가 지금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막힌 역전이다.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골칫거리 폐기물 중에는 휴대전화, 컴퓨터, 전자기기와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각종 금속 폐기물들이 있다. 이런 기기들이 ‘최신형’에서 ‘쓰레기’가 되는 데에 5년이 채 안 걸린다. 2009년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폐기물 내에 있는 유가(有價) 금속을 추출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때의 유행은 아니었던 듯, 아직도 관련 연구 사업단이 자료를 내놓고 있다. 금과 은, 백금 같은 귀금속 추출 기술은 민간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역시 석유나 석탄의 예와 같이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것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또 하나의 예를 최근에 보게 돼 반갑다. 얼마 전 한국전력공사 산하 전력연구원에서는 화력발전소의 석탄재에서 유용자원의 하나인 리튬을 추출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석탄재는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혼화재로 사용됐다고 하지만, 말이 혼화재일 뿐 사실상 같이 섞어서 비비는 용도라고 봐도 틀림없다. 그런데 그렇게 헛되이 버려지는 석탄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나지 않는 리튬을, 그것도 고순도로 추출한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이라 국내 활용만 아니라 해외에 수출가능성도 열려 있다.


완전히 장밋빛은 아니지만, 완전히 잿빛도 아닌 상상을 한 번 해 보자. 앞으로 이것과 비슷한, 즉 쓰레기에서 자원을 뽑아 쓰는 기술은 지금보다 더 개발된다면 몰라도 덜 개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쓰레기가 돌고 돌면 자원이 된다. 그리고 그 자원을 뽑아 쓰면 또 쓰레기가 될 거다. 하지만 그 쓰레기에서 또 자원을 뽑아 쓸 수 있게 될 거다.


돌고 돌고 뽑고 또 뽑는다. 도는 과정과 뽑는 과정이 무한하지는 않겠지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