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은 정책부재의 결과물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정책부재의 결과물이다
  • 남부섭
  • 승인 2015.07.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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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원 전반에 걸쳐 정책감사 해야

[한국에너지] 3개월에 걸쳐 실시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감사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번 감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한 84년 이후 169개 사업 전체에 대한 감사였다는 점에서 그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해외자원개발정책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우선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거액이 투자되는 관계로 고위급 정치인, 대기업 등이 관련되어 이루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언론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취재가 이루어졌을 뿐, 말 많은 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는 일부 비판이 있기는 했으나 30년 간 진행해 온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은 석유를 비롯한 주요 자원을 수급 비상시에 국내에 안정적으로 들여오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않고 지분매입 등의 참여로 자기 사업을 했다는 뜻이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공사 등 3개 기업은 국영 공기업으로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여야 함에도 정부의 정책은 뒷전으로 하고 자기 사업을 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민간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다녔다는 뜻이다. 자기 사업을 하면서 마치 국가의 사업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자신들의 덩치만 키우기 위해 전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부화뇌동했다.


2004년 단순지분매입을 실적으로 인정했고 자원개발 공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했다.
국민들은 자원개발 기업들의 대형화로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믿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석유의 경우 비상시 국내 도입 가능물량은 하루 소비량의 2.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30년 공을 들여 말이 되지 않는 수치다.


2014년까지 12조 8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마땅히 사업을 잘못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겠지만 사업은 하다 보면 적자를 낼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딴 짓을 하다가 적자를 보았다면 그것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이들 기업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 하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을 차치하고 해외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사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 감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원인 분석이 감사결과 발표 자료에는 단편적이어서 아쉽다.


에너지 정책은 1994년 동력자원부가 폐지된 이후 사실상 정책 기능이 상실되었다. 정부의 정책 기능이 사라지자 공기업들은 각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기업을 키워 왔다. 산자부가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공기업들이 들고 가는 것이 정책이 되어버렸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자원개발 실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석유공사 하나라도 제대로 키워야 할 판에 가스공사를 선수로 내세운 것은 정책부재의 결과물이다. 석유공사의 기술력이 메이저 기업의 80%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수치상의 의미일 뿐이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 에너지 분야는 모든 분야가 대동소이하다.
산자부가 마땅히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산자부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정부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이번에 3개월이나 걸려 해외자원개발의 실상을 감사한 것은 그것이 정치적인 요소가 있었든 말든 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의 실상은 정책부재의 에너지 산업 실상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국가의 올바른 정책 기능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 자원 분야에 걸친 전반적인 정책 감사를 할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에너지 산업은 단일 부분으로 국가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 감사의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정책감사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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