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배출권 거래제 시도, 성공할까?
아시아 첫 배출권 거래제 시도, 성공할까?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5.01.0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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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 기업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오는 12일 열리는 배출권거래 시장의 성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매년 배출 할당량을 부여한 뒤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을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7개 성과 시에서 지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국에 이어 국가단위로는 아시아에서 첫번째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행보는 세계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관 주도 한계 내포 VS 부의 재분배 기회

배출권거래 시장 성공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은 “배출권거래제의 모든 변수를 공공에서 관리하는 것은 무리다. 일반 증권시장을 공무원이 쥐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배출권거래제 시장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배출권 거래제는 제로섬 게임이며 부의 재분배”라고 정의한다. 특히 배출권 구입으로 인한 비용은 누군가에게는 수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에너지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고 정부는 유상 분배로 인한 재원을 얻을 수 있으며 정부는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제대로 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출권거래제가 가져오는 영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 셈이다. 

불안정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현재 배출권거래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되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시장 안정성 문제다.

지난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한 유럽연합(EU)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배출권이 기업에 과다 할당된 데다 세계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경제 활동이 위축돼 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뚝 떨어졌다. 자연히 가격도 폭락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즉 배출권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환경부는 배출권 기업별 할당량을 통보했지만 같은 날 경제계는 공동 논평을 통해 정부가 통보한 배출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호소됐다. 공동논평에 참여한 17개 업종(발전·에너지, 광업, 섬유, 제지, 정유, 석유화학, 유리·요업, 시멘트, 철강, 비철금속, 기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통신) 대상업체들의 할당 신청 20억 2100만t과 대비해 무려 4억 2300만t(20.9%)이나 모자라다는 주장이다.

김태선 에프앤가이드(FnGide) 대표는 “과소 할당으로 인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려는 사람만 있을 경우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기업이 주장하는 수치가 과장된 것이며 증빙서류가 불충분한 신증설 시설에 대한 배출권수량을 제외하고 할당신청서 작성 시의 입력오류 사항을 정정한 결과이며 사전할당량 외에 사후 할당량으로 약 8900만t이 있어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배출권거래제의 안정적 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에 의거, 할당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 배출권의 최소 또는 최대 보유한도를 설정한 것은 물론 배출권에 대한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 예비분의 100분의 25까지 추가 할당받을 수 있게끔 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경제계는 정부의 예비분 1400만t이 산업계가 주장하는 부족분 4억2300만t과는 격차가 크다며 충분한 예비 물량 확보를 위한 대책을 정부가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기준가격 1만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정부는 업계의 가격 급등과 과징금 부담 우려 해소를 위해 기준 가격 1만원을 시장안정화를 위해 설정했다.

김태선 에프앤가이드 대표는 내년 균형가격이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5745원으로 추산된다며 기준가격을 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에서도 기준가격 1만원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최근 해외 가격동향, 시행초기 업계 부담, 시장 불확실성 등을 종합고려 해 관계부처가 협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경제계와 팽팽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업, 불안정성 파도에 대처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에게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라는 강력한 신호이며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업은 배출권거래제를 규제가 아닌 시장으로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배출권가격과 온실가스 한계 감축비용 등을 고려해 편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감축비용이란 온실가스(CO2)를 1t 더 감축하기 위한 비용을 말한다.

윤인택 한국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 소장은 “배출량 관리는 배출권거래제 대응의 첫 단계”라며 과거 배출량을 바탕으로 미래 배출전망치를 개산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하며 에너지와 연료 사용량, 배출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감축수단의 경우 감축기술의 옵션을 분석하고 한계저감비용을 추산한 뒤 감축 투자사업 우선순위를 제시해야 하며 배출권 거래전략을 수립하고 가격 구간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거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 소장은 기업 내 의사결정체계 구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다양할 수 있으나 가능하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장 일정 규모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경우 본사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단 전사 수준의 경우 다양한 부서가 참여해 배출권 구매 기준을 만들고 이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승인할 것을 제안했다.

박찬종 국제배출권거래협회 이사 역시 기업 내에서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의사를 결정할 때 주의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참여자에 대한 면책조항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대량 거래는 전담조직 전체, 또는 대응위원회 의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결정 참여자가 프로세스를 다 거쳤을 경우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종 이사는 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반드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전문 자문업체의 도움, 또는 시장동향 리포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경우 10년 정도의 배출권 가격 전망이 필요하나 1년 뒤도 전망이 어렵다며 배출권거래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 대응이 어려운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에 대한 정확한 시장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배출권 구매․판매를 늦추는 방법은 물론 이월과 차입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한편 배출권거래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노력도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발전부문에서는 장기적으로 배출권거래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연료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기술투자가 이뤄졌으나 다른 부분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에코아이 관계자는 가격 불확실성에 대비한 기술적 노력으로 “단기적으로는 연료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거나 R&D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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