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칼럼] 처분장 준공, 원전 논의의 새 출발점으로
[성호칼럼] 처분장 준공, 원전 논의의 새 출발점으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12.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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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하 처분장)이 이르면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음 둘 곳 없는 12월에 동해에서는 가스 매장이 확인됐다는 소식도 날아들었다. 연말을 앞두고 국제유가 하락에 이어 국내에서는 굵직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에너지 업계로서는 모처럼 활기찬 연말을 보내는 느낌이다.

새로 매장이 확인된 동해 가스전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동해1 가스전에 비해 거의 10배 가까운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기대해볼만 하다. 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독도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에너지 자원의 매장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처분장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거의 30년 만에 결실을 거두는 것이어서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씩 굴업도 사건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도 그늘이 없지는 않은 법. 우리가 그동안 값싸게 전기를 이용한 댓가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라는 쓰레기 매립장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처분장은 앞으로 수 백년 아니 영원히 잘 관리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좀 편히 살자고 후손들에게 쓰레기장을 물려준 것이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나무도 심어 공원으로 이용하고 또 가스를 모아 이용하기도 하지만 처분장은 쓰레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계획으로 본다면 또 다른 처분장 건설도 필요하다.

필자는 원전을 이야기 할 때 “인류가 창조한 모든 것은 천년의 세월이 흐르면 보물이 되지만 방사성 폐기물은 천년이 지나도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 사회에 해묵은 과제를 해결해 체증이 내려가기도 하지만 한편 수 백년을 관리해 나가야 할 보따리가 생겨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독일이 원전을 포기하는 정책을 선택했을 때 무엇보다도 후손들에게 짐을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했으리라 생각했다. 당장에야 가격이 싼 줄 그들도 왜 모르겠는가? 원전은 현재의 기술로서는 결코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고준위 연료도 처리 방안이 없고 원전 폐기물도 대책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낭떠러지가 있는 줄 알면서도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열차와 같다.

우리는 원전을 에너지의 핵심 분야로 육성,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이제 에너지의 주가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앞으로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열차를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경주 방폐장 준공. 우리가 오늘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 우리 후손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원전에 대한 논의의 새로운 출발점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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