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빈곤층 정의 모호… “정작 필요한 사람 소외”
에너지빈곤층 정의 모호… “정작 필요한 사람 소외”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4.12.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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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에너지바우처 사업, 에너지복지시스템 구축 가능한가?’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시민연대와 이원욱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다.

[한국에너지 이소연 기자]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모호한 정의 때문에 정작 에너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에너지 복지 마련을 위한 충분한 재원은 물론 ‘에너지 빈곤층’을 대체할 용어의 필요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바우처 사업, 에너지복지시스템 구축 가능한가?’ 토론회가 에너지시민연대와 이원욱 국회의원 주최로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박은철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층’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에너지 빈곤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가구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취사, 조명 등과 같은 광열비로 지출하는 가구로 정의된다.

박 연구위원은 현 정의에 대해 “형편이 어려울수록 에너지를 더 아끼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가구가 오히려 복지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대로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쓰는 경우가 복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에너지 빈곤층의 개념을 세울 때 소득 대비 에너지 비용뿐만 아니라 에너지비용 또는 주거비를 제외한 잔여소득을 기준으로 정책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대부분 집 상태도 안 좋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 요구량도 커진다”며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사업 또는 단열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런 근본적 처방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중앙부처, 지방정부, 에너지공기업, 에너지관련 민간기업, 민간 사회공헌기업, NPO(비정부기구), 사회경제단체, 일반 국민의 출연 또는 후원 등을 통해 에너지복지기금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에너지 복지가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채 관리 기관이 여러 부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박은철 연구위원은 “에너지 복지 사업을 복지부, 국토부는 물론 산업부에서도 하고 있다. 중구난방이다”면서 “이 때문에 소규모로 산발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복지 수혜 대상이 불필요하게 겹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현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통합성을 강화하면 안전망의 견고성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행정에서 일정 정도의 중복을 의도하기도 한다. 한 가구가 2번 이상 받아야 중복인데 본인이 안 받으면 중복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복지 대상을 약간 겹치게끔 하는 것이 안전망을 확보하는 법이다”며 “초기에 이것을 고민하다보면 안전망이 약해진다”고 밝혔다.

또 이현주 본부장은 “에너지 복지에 필요한 예산이 상당한데 데이터 없이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며 “특히 산업 관련 에너지 조사에 비해 가구 관련 에너지 조사 데이터가 적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지난해 에너지 바우처 등 복지 준비를 해나갔다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는 관련 에너지 통계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희자 안산소비자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에너지 빈곤층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용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실제로 에너지 소비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에너지 취약층이 에너지 복지 혜택을 자발적으로 신청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과에서 전화를 5번 이상 해야 방문이 가능하고, 방문해도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태를 조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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