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칼럼] 국제유가 하락에 정유사가 죽을 지경?
[성호칼럼] 국제유가 하락에 정유사가 죽을 지경?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11.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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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의 텍사스유(WTI)가 배럴당 70 달러까지 하락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 초 90 달러를 오르내리던 유가가 연말에는 60 달러대까지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시각인 것 같다.

역시 리터당 2000원을 오르내리던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이 1500원대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이 뉴스를 타고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유류가격의 하락은 서민들에게 꽤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운전자들 또한 요즘 기름을 넣으면서 피부로 느끼는 심정일 게다.

하지만 석유사업자는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연말까지 3년 연속 적자 속에 1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정부에 대책을 내놓으라고 매달리고 있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셰일가스의 양산으로 중동산 원유가 덜 팔리자 중동 산유국이 미국과 한번 붙어보자고 나서는 판이어서 향후 기름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국내 정유사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정유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정유사가 처한 입장은 원유정제 마진이 1% 내외에서 단순 정제마진은 수익이 없는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이고 고급유를 생산하는 복합 정제마진도 수익이 반토막 났다고 한다. 그동안 중국의 정제시설이 우리의 3배 규모로 성장해 수출 길도 막혔다. 싱가폴, 네덜란드 쪽으로 15%나 이익을 손해보면서 겨우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러한데 대응책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공급과잉 구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조직통폐합이나 일부 구조조정은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석유정제·화학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석유제품의 수출금액은 단일품목으론 최고를 기록했다. 이제는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통시장은 가격이 내려가면 마진의 폭이 줄어든다. 해서 일견 이해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의 유통마진은 독과점 상태인 정유시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해결이 가능하다 하겠다. 그러나 국제 경쟁력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관계 부처와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에 숙의를 거듭 해야겠다.

석유 정제·화학 산업은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우리가 중국에서 휘발유를 수입해 쓰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의 한 축이 무너지는 날이다.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대응책을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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